[핫이슈] 정부, 日 화이트리스트 배제 대책 마련 고심…다각도로 해법 마련
  • 최기창 기자
  • 승인 2019.08.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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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원‧소재부품수급지원센터 설립 등으로 실타래 푼다

[인더스트리뉴스 최기창 기자] 지난 7월 초 일본 정부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개별허가를 받도록 결정했고, 이후 일본 각의를 통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결정했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를 ‘무역 보복’으로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벤처부 등 각 부처와 기관들이 나서 다양한 각도로 정책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성윤모 장관은 “일본 정부의 여러 조치는 양국 간 협력의 근간을 훼손하는 부당한 무역보복 조치”라며, “우리 정부는 그동안 품목별, 업종별 영향 분석을 토대로 백색국가 배제 상황에 대비하여 종합적인 대응책을 준비해 왔다. 이제 준비된 시책에 따라 치밀하고도 신속하게 총력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난 8월 14일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산자부]
정부가 지난 8월 14일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산자부]

日 수출 규제, 촘촘하게 대비한다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책은 크게 정보 제공과 재고확보 지원과 신규수입처 확보 지원, 단기수급 애로 지원, 생산설비 확대 지원, 세제 지원, 관세 감면, 금융 지원 등으로 나뉜다. 반도체와 전자, 자동차, 로봇, 화학, 전자정보통신 등 업종별 대책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내부 변수를 최대한으로 줄인다는 입장에서 단‧중‧장기 대응책을 함께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예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대비를 마쳤다는 분석이다.

우선 전략물자관리원을 통해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전략물자관리원은 일본 수출규제 관련 전용 홈페이지를 구축한 뒤 제도 변경 및 규제 정보 및 품목 등 규제에 대한 종합적인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른 설명회나 세미나, 상담 등도 병행 중이다. 가장 큰 혼란이 예상되는 품목별 ICP 인증 기업에 안내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일본의 전체 기업 중 경제산업성이 공개한 ICP 인증 업체는 단 632개에 그친다.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라 특별일반포괄허가를 통해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관련 업계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장 큰 이유다. 전략물자관리원 김소양 연구원은 “전략물자관리원에서도 현재 일본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ICP 인증기업들을 찾아내려고 노력 중”이라며, “일본 업체에 ICP 인증 획득 여부를 직접 문의하는 것이 현재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정부는 국내 제조업체의 재고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수출규제품목을 대상으로 보세구역 내 장치 기간을 연장한다. 비축이 필요한 수출규제 품목이 주요 공항만 지정장치장 및 CY(Container Yard)에 반입된 경우 기존 장치 기간인 2~3개월에서 필요한 시기까지 물품 보관을 연장할 수 있다. 또한 공항만 신속화보세구역에 장치된 경우, 신고수리물품 반출 기간을 무기한으로 연장 가능하다. 더불어 수출규제대상물품의 수입신고를 30일이 넘어서 하더라도 가산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신속 통관 대책도 마련했다. 24시간 상시 통관지원체제를 가동하기로 하고, 서류제출과 검사 선별 최소화 등을 통해 신속통관을 지원한다. 때에 따라서는 입항 전 수입신고도 허용하기로 했다.

신규 수입처 확보도 지원한다. 무역 보험을 통해 수입자금 대출 및 보증을 돕는다. 또한 신규 대체 수입처 발굴에 정부가 함께 나선다. 새로운 공급처 발굴을 위해 국내 기업별 해외 소재‧부품 공급업체를 발굴하고, 현지 활동을 지원한다. 또한 중소기업의 경우 수출규제 피해기업의 조사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며, 협회‧단체를 활용해 현지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기업의 생산설비 확대에도 정부가 나선다. 우선 ‘화학물질관리법’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해당하는 시설물 확대 관련 인허가 기간을 단축할 방침이다. 수출규제 대응물질 취급시설 인허가의 경우 기존 사업장의 영업허가를 75일에서 30일로 줄인다. 더불어 수출규제 대응 물질 중 신규개발을 한 경우 물질정보 및 시험계획서를 제출하면 한시적으로 선제조를 인정하기로 했다. 공정안전보고서 심사기간도 54일에서 30일로 대폭 감소했다.

제품 개발을 위한 연장 근로도 인정한다. 정부는 수출통제 3개 품목 관련 대상기업에 특별인가 연장근로 제도 활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신상품 및 신기술 연구개발에 필요한 제조업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금융 등 무형의 제품 관련 업무에도 재량근로제 활용을 지원한다. 정부가 이번 사태를 국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인식하는 등 사회적 재난과 유사한 수준의 긴급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략물자관리원의 일본 규제 관련 특별 홈페이지 [사진=전랙물자관리원]
전략물자관리원의 일본 규제 관련 특별 홈페이지 [사진=전랙물자관리원]

지원책의 가장 큰 줄기는 금융

무엇보다 정부가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은 피해기업 금융 지원 분야다. 우선 다양한 세제 지원책을 마련했다. 국세청은 이를 위해 본청과 지방국세청, 세무서 등에 ‘일본 수출규제 피해기업 세정지원센터’를 설치했고, 피해를 본 중소기업의 경우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소득세의 신고기한과 납부기한을 연장한다. 또한 징수유예와 체납처분 면제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소득세 경정청구 처리 기간도 단축할 계획이다. 세무조사 유예도 검토한다. ‘세무조사 중지 신청’을 통해 이미 진행 중인 세무조사 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

관세도 감면한다. 무담보 납기 연장과 분할 납부를 지원하기로 했으며, 신속한 환급 지원도 보장한다. 수출규제 피해기업의 관세조사도 유예한다. 더불어 외환 검사와 원산지 검증 조사 등도 유예한다.

피해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도 마련했다. 7개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대출과 보증 만기를 연장한다. 정책금융기관의 자본 여력을 활용해 최대 6조원 규모로 수출규제 피해기업에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도 세웠고, 기존 차입금의 만기 연장도 추진한다.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국내 중소‧중견 기업 맞춤형 프로그램 등 최대 6.7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금리인하, 보증비율 상향, 전결권 완화 등 우대 정책도 함께 실시한다.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대한 대출 및 보증 지원도 신속하게 집행한다. 이들의 설비투자, R&D, M&A 등의 자금을 정부가 지원한다. 산업구조 고도화 지원프로그램, 시설투자 특별온렌딩, 시설투자촉진 프로그램 등을 통해 기업 투자 자금을 확보한 뒤 해당 기업에 지원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또한 상생협력 등에도 자금을 투입해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 측은 “짧은 시간이지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먼저 예측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실제로 피해를 보게 되면, 즉시 정부에 알려 필요한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산자부와 중기부 등은 추경 예산을 통해 긴급 지원 자금을 마련했다. 특히 중기부의 경우 추경예산 확보로 5,58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추가로 마련했다. 이중 1,000억원을 일본 무역규제 극복 지원에 활용하며, 3,000억원은 시설투자기업에 지원한다.

산자부 성윤모 장관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비해 신속한 총력 대응을 주문했다. [사진=산자부]
산업통상자원부 성윤모 장관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비해 신속한 총력 대응을 주문했다. [사진=산업부]

소재부품수급지원센터로 민관 합동 즉시 대응 체계 구축

정부는 지난 7월 22일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3종의 수출을 규제한 뒤 약 20일 만에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다.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는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연관이 있는 관련 부처와 유관기관, 협‧단체들이 모두 참여했다. 산업부와 기재부, 중기부, 고용노동부, 관세청 등 부처들은 물론이고, 전략물자관리원, KIAT, KEIT, KOTRA, 중진공, 신보, 고용정보원 등 유관기관도 이름을 올렸다. 또한 업계의 현황을 더욱 자세히 파악하고자 대한상의, 반도체협회, 기계진흥회 등 협‧단체도 함께했다.

관련 부처와 업계를 총망라한 만큼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일본 수출 규제 제도 및 그에 따른 영향, 관련 품목, 정부지원내용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부터 품목별로 관련기업의 수입동향과 재고현황 등 수급 실태를 파악한다. 필요에 따라 현장방문을 통해 상담 및 컨설팅으로 정밀 점검과 애로 사항 발굴 및 해소의 역할도 담당한다.

각 부처들과 유관기관의 협력 속에 물량 및 대체 수입처 확보, 국내 인허가 신속처리 등의 문제 해결에도 나선다. 이를 통해 단기 수급애로를 지원한다. 피해기업 지원책도 마련돼 있다. 납기연장, 징수 유예 등 세제와 정책금융기관 대출 보증 만기연장, 추가 유동성 공급 등 자금 신속하게 지원할 방침이다.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의 장점은 모든 대책과 안내가 한 기관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를 통해 제도 이해부터 문제 해결까지 다양한 차원의 정책을 안내받거나 해결할 수 있다. 부처 사이의 협의가 필요했던 부분들 역시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를 통해 정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가 일본과의 이번 무역 분쟁의 ‘컨트롤타워’인 셈이다.

중기부 박영선 장관이 소재부품장비 분야 국산화를 위한 기업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중기부]
중소벤처기업부 박영선 장관이 소재부품장비 분야 국산화를 위한 기업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중기부]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 배근태 사무관은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는 민관합동으로 구성된 원스톱 기관”이라며, “문제 해결은 물론 다양한 정책도 준비했다. 일선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도록 최대한 촘촘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배제에 따른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아 조금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개정된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이 8월 28일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배 사무관도 “애로사항은 다양하게 접수가 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실질적 피해를 본 기업이 없어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국산화 기술이 있다며, 양산을 위한 금융 지원을 문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할지는 누구도 아직 모른다”며, “폭풍전야라고 생각한다. 피해기업 입장에서 예상되는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예측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다양한 정책들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혼란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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