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법적규제 어디까지 가능할까?
  • 전시현 기자
  • 승인 2018.01.0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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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는 암호를 사용하여 새로운 코인을 생성하거나 거래를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매개하는 화폐를 말한다. 디지털 화폐 또는 가상 화폐의 일종이다. 2009년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출현했고, 이후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리플, ACOIN, 대시, 보스코인 등 수많은 암호화폐가 등장했다.

법무부 암호화폐 전면 금지해야, 금융감독위원회 전면 금지는 불가능

[Industry News 전시현 기자] 정부의 연이은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조치 발표에서 불구하고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암호화폐의 시세는 고공행진이다. 직장인 10명 가운데 3명 이상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법무법인 충정 김동욱 변호사가 암호화폐의 법적 규제 여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Industry News]
법무법인 충정 김동욱 변호사가 암호화폐의 법적 규제 여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Industry News]

일부 직장인들은 암호화폐에 투자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암호화폐는 주식 시장과 달리 비트코인은 24시간 거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시각각 변하는 가격을 확인해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에 일상생활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암호화폐가 가진 성격 때문에 지난해 12월 정부는 암호화폐에 양도세 소득이나 부가가치세를 물고, 심지어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할 수도 있다는 말도 발표했다.

그러면 암호화폐, 법적으로 규제가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규제할 수도, 안될 수도 있다. 즉 화폐의 기준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규제 요건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충정 김동욱 변호사는 "화폐의 기준은 3대 요건이 해당되어야 한다. 교환의 매개, 가치의 저장, 계산의 척도가 되어야 화폐로 인정된다. 하지만 암호화폐를 교환의 매개로 보면 사용처가 극히 제한적이며, 가치변동성이 극심하므로 가치의 저장이 확실치 않다. 마지막으로 일상적 척도를 기준으로 보면 아직까지 계산의 척도가 되기 어렵다. 암호화폐는 화폐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법적 성격을 갖추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를 형법상 '유사통화 거래행위'로 판단해 거래 금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사진=pixabay]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를 형법상 '유사통화 거래행위'로 판단해 거래 금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사진=pixabay]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가 암호화폐 관련 문제를 가능한 한 빨리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조만간 암호화폐의 법적 성격, 발행과 유통 및 과세 여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이 나올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상했다. 1946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대 하위 재판에 관한 대법원 판결로 투자계약 해당 여부에 판단된다며 암호화폐를 유가증권으로 간주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권유자 또는 제 3자의 노력만으로 이익을 기대하고, 공동기업에 금전을 투자할 경우 이를 투자계약으로 간주해 유가증권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가증권 법정주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 제4조 상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경우에만 유가증권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가증권의 종류는 채무증권, 지분증권, 투자계약증권, 파생결합증권, 증권예탁증권 등이 있다.

암호화폐가 채무증권에 해당되려면 국채증권, 지방채증권, 특수채증권, 사채권, 기업어음증권, 그밖에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 지급청구권이 표시되어야 한다. 하지만 통상 암호화폐인 경우 그 소지자가 발행자에게 확정적 또는 조건의 성취에 따라 금전 등의 지급을 청구할 권리가 없으며 설령  배당과 유사한 기능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발행자 등의 판단에 의해 임의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서 소지자에게 지급청구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또 암호화폐에 특정 서비스 기능이 존재한다해도 이는 '하는 채무'에 불과하다. 또 소지자에게 '지급청구권'이 존재할 수 없다. 결국 암호화폐는 채무증권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김동욱 변호사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지분증권에 해당되려면 신주인수권이 표시되고 법률에 의해 직접 설립된 법이 발행한 출자증권, 상법에 따른 합자회사, 유한책임회사, 유한회사, 합자조합, 익명조합의 출자지분, 그밖에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 출자지분또는 출자지분을 취득할 권리가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주식과 달리 회사나 조합 등 특정 단체의 지분 또는 소유권을 표창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결국 암호화폐가 지분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은 극히 적기 때문에 이 또한 법적 효력도 지니기 어렵다.

또한 암호화폐를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하려면 특정 투자자가 그 투자자와 타인(다른 투자자를 포함)간의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표시되어야 한다. 하지만 통상 암호화폐인 경우 그 소지자에게 사업에 대한 수행 및 의사결정 권한 등이 없어 사업의 주체가 되지 않으므로 암호화폐를 통해 이뤄지는 프로젝트를 투자자와 발행자간의 공동사업이라 보기 어렵다. 결국 암호화폐는 투자계약증권에도 포함되지 않으므로 화폐로 간주하기 어렵다.

김 변호사는 과세 부분에 있어서도 "암호화폐의 법적 성격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과세 역시 명확한 방침이 없다. 암호화폐 매매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는 소득세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부가가치세를 적용한다면, 암호화폐를 재화로 판단해 과세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암호화폐가 형법상 '유사통화 거래행위'로 판단해 거래 금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김동욱 변호사는 암호화폐를 유사통화로 볼 근거가 아직 부족하며 거래전면금지를 할 경우 세계 금융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현재 법무부는 암호화폐에 대해 전면 금지해야 하는 입장이며, 금융위원회나 기획재정부는 규제는 필요하나 전면 금지는 현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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