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가드, 위기를 기회로 만든 국내 태양광 수출기업
  • 박관희 기자
  • 승인 2018.05.1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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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출 길에 오르는 한국산 태양광에 대한 미국의 긴급수입제한조치가 세계무역기구 협정에 위배되고, 부당하다며 14일 세계무역기구에 정식 제소했다.

수입제한조치 이후 수출다변화로 오히려 실적 향상

[인더스트리뉴스 박관희 기자] 지난 3월 김영주 무역협회장과 대미 경제사절단에 동행한 국내 주요기업들이 미 싱크탱크와 오피니언 리더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향후 어떤 통상·무역 제재가 추가적으로 나올지, 이로 인해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밝혔고, 한화큐셀은 세이프가드 조치 등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장기화에 우려를 표했다.

다음 날 진행된 포럼에서 ‘한국기업의 대미 투자는 2016년 129억 달러로 최대치를 기록했고, 5만2,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줬다’는 미 상의 선임부회장인 찰스 프리먼의 ‘립서비스’를 귀 기울여 듣는 국내 기업인은 없었다. 결과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14일 우리 정부가 미국의 세이프가드가 부당하다며 WTO에 공식 제소했다. [사진=pixabay]
14일 우리 정부가 미국의 세이프가드가 부당하다며 WTO에 공식 제소했다. [사진=pixabay]

정부, 세이프가드의 부당함 꾸준히 알려

다시 두 달 뒤인 5월 14일 우리 정부는 미 행정부의 태양광 셀·모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이하 세이프가드)가 세계무역기구(이하 WTO)에 협정에 위배된다고 보고, WTO에 제소했다. 정부는 지난 2월 7일 세이프가드가 발효되기 며칠 전 양자협의를 통해 세이프가드의 철회나 상응하는 보상을 요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결국 셀과 모듈 모두 연차별 최대 30% 관세 부과조치가 내려졌다.

사실 태양광 세이프가드 문제는 정부에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문제 해결을 위해 접근했다. 공청회 등에서 미국의 세이프가드가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논리전개, 노골화되고 있는 통상 보호주의에 대한 EU 등과 공동대응, 전 방위적 통상외교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 핵심 통상 담당자와 소통과 미국과의 양자협의 등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또 WTO 제소를 염두에 두면서 지난 4월 초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4억8000만 달러 상당의 축소하거나 없앤 관세를 다시 부과하는 양허정지 추진 계획을 WTO 상품이사회에 통보한 바 있고, 이번 분쟁에서 우리 측이 승소할 경우, 양허정지는 즉시 시행 가능하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강정화 선임연구원은 통화에서 “정부에서 WTO에 제소를 하고 항의를 하는 과정은 필요하고 적절한 대응이다”면서 이어 “(세이프가드 조치로) 단기적으로 미국으로 가는 물량이 20~30% 줄어들 수 있겠지만 국내 기업에게 심각한 위협은 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근거로 미국 발전소 개발 업체들이 사전 확보한 6개월치 가량의 재고소진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 또 국내 기업들 역시 시장 다변화 전략에 일정부분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한국산 태양광 셀·모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는 지난 2월 7일 발효됐다. [표=산업통상자원부]
미국의 한국산 태양광 셀·모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는 지난 2월 7일 발효됐다. [표=산업통상자원부]

올해 태양광 모듈 수출 확대 예상

“세이프가드 발동 이후 현재 모듈 수출량은 크게 줄지 않았고, 미국은 재고소진으로 하반기 이후 수입을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내년에는 90%이상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또 현재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 유럽으로 물량이 나가고 있어 오히려 올해 연말경에는 전년보다 많은 수출 실적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전반적으로 강 연구원은 국내 태양광 기업들이 세이프가드로 인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는 등 잘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WTO 제소에서 승소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기대했다. 과거 WTO 재판관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월 태양광 업계와 함께한 민관합동 대책회의에서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모듈을 대상으로 한 세이프가드 조치는 과도하고 WTO 규범에 위반될 소지가 명백하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태양광 패널 수입이 증가한 것은 이는 미국 내 태양광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 주요 요인”이라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기 위해서는 급격한 수입 증가와 국내 산업의 심각한 피해, 그리고 이들간의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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