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과제 도맡던 포스코에너지, 연료전지 사업 매각이 정답인가?
  • 박관희 기자
  • 승인 2018.08.1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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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전지 사업 활성화를 위해 그간 약 400억원의 정부지원금을 받은 포스코에너지가 연료전지 사업 매각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직 내부적인 문제로 인해 대규모 국고 지원이 이뤄진 국가 차세대 기술이 사장될 위기에 처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막대한 국고지원에도 적자 누적, 연료전지 산업계에 악영향 우려

[인더스트리뉴스 박관희 기자] 연료전지 1세대 기업이자 관련 국책과제를 도맡던 포스코에너지가 누적된 적자로 사업의 지속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에너지는 지난 2015년부터 불분명한 사유로 신규 연료전지 개발과 판매 사업을 중단해오고 있어 산업계에서 ‘사업 철수의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16일 포스코에너지가 막대한 적자를 이유로 연료전지 사업을 분리‧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규환 의원이 포스코에너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포스코에너지는 연료전지 사업 매각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고, 연말까지 관련 사업의 매각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에너지가 연료전지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노을연료전지발전소 전경 [사진=포스코에너지]
포스코에너지가 연료전지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노을연료전지발전소 전경 [사진=포스코에너지]

자료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연도별로 지속적인 대규모 적자가 발생해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고, 연료전지의 판매에 따른 손실의 누적으로 사업의 지속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포스코에너지 사측의 내부적인 문제로 인해 막대한 국고 지원이 이뤄진 국가 차세대 기술이 결국 처분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고, 이로 인해 연료전지 산업계가 경제성이 없는 사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규환 의원은 “약 400억원에 이르는 정부 예산이 투입된 포스코에너지의 연료전지 사업은 피와 땀이 어린 세금을 한 푼씩 모아 국내 에너지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긴 국책사업이다”면서, “2015년 연료전지 판매중단 이후 사 측의 계속된 의사결정 회피와 무책임한 태도로 사업의 정상화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연료전지는 고효율‧친환경 신에너지로 수소만을 이용해 발전하므로 유해물질 발생이 없고, 재생에너지와 달리 기후조건과 무관하게 소규모의 설비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해 수소산업 선점을 위한 차세대 핵심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포스코에너지 연료전지 사업에 391억원의 정부지원

포스코에너지는 총 35억원이 투입된 2004년 ‘250kW급 MCFC 발전시스템 실증연구’를 시작으로 같은 해 ‘MCFC 프로토타입 개발 및 평가기술개발’에 94억원이 지원됐다. 이후 2009년에는 약 113억원이, 2011년에는 약 83억원,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14년에는 ‘건물용 연료전지 시스템 실증’ 명목으로 약 21억원을 수령하는 등 현재까지 무려 391억원의 정부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포스코에너지가 지원받은 연료전지 국책사업 리스트 및 지원액‘을 보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2003년 한국 연료전지 시장의 선제적인 육성을 포스코에너지가 독점하던 국내 연료전지 사업을 발전차액지원제도에 편입되는 혜택을 제공해 약 7,000억원 이상의 직‧간접적인 정책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에너지가 밝힌 연료전지 사업 적자 원인 [자료=김규환 의원실]
포스코에너지가 밝힌 연료전지 사업 적자 원인 [자료=김규환 의원실]

부실한 기술검증과 실책이 대규모 적자 야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진 사이 정작 포스코에너지는 2003년 미국 FCE사의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도입하면서 부실한 기술검증으로 국내 판매제품에 치명적인 품질결함이 발생해 대규모 적자가 났고, 최초 계약 당시 설정된 FCE사와의 종속관계를 이유로 사업의 정상화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규환 의원은 “민간 기업이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품질을 개량하는 과정에서 겪는 실패는 지속적인 응원과 관심을 통해 재도전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 마땅하나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국책사업이라면 전혀 다른 이야기”라면서, “포스코에너지 측의 부실한 기술검증과 FCE사와의 잘못된 계약관계 설정 등 사업의 단순실패로 보기에는 사측이 저질러 놓은 황당한 실책이 너무 많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당장 매각 대상조차 선정하지 못하고 있는 포스코에너지의 주장대로 연말까지 타 국내기업에게 연료전지 기술의 이전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차세대 에너지 기술인 연료전지 기술이 아무도 모르게 사장돼서는 안 되며, 일본이나 중국 등의 해외기업에 헐값에 매각되는 일은 더더욱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축적된 연료전지 기술 이전은 어디로?

한편, 연료전지 업계 경쟁사이자 양대 축인 모 기업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가적으로 보면 연료전지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의 사업포기가 아쉬운 측면이 크다”면서, “또한 해외 연료전지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관련 기술들이 해외기업에게 넘어간다면 이 역시 국가적으로는 손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원천기술이 다른 타입이고 이전받더라도 기술개발과 투자가 뒤따라야 해 현재로서는 관련 기술을 우리가 획득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규환 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국회 미래연료전지발전포럼의 자문위원장으로서 막대한 국비를 들여 개발한 연료전지 기술이 사장되는 일이 없도록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회초리를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가오는 국정감사를 통해 우리 국민들에게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에너지는 연료전지 사업 매각과 관련해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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