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왼쪽 두 번째)과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뒷줄 맨 오른쪽)이 지난 5일 미국 롯데바이오로직스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를 찾아 ADC 생산시설을 보고 있다./사진=롯데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 두 번째)과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뒷줄 맨 오른쪽)이 지난 5일 미국 롯데바이오로직스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를 찾아 ADC 생산시설을 보고 있다./사진=롯데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국내 주요 유통 대기업들이 올해 이례적으로 인사 시기를 앞당긴 가운데, 유독 롯데그룹만 정기 임원 인사 발표가 늦어지며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경기 둔화에 따른 주요 계열사들의 잇따른 희망퇴직 등 복합적 요인이 겹친 상황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이 어떤 ‘쇄신 카드’를 꺼내들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유통·식품군을 중심으로 임기 만료를 앞둔 CEO들의 연임 여부, 또 오너 3세 신유열 부사장의 사장 승진 가능성이 핵심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오는 27일 롯데지주와 계열사 이사회를 열어 정기 임원 인사를 확정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도 11월 마지막 주에 이사회를 열어 인사를 발표한 만큼 전체 일정은 사실상 예년과 동일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등 주요 유통 대기업들은 이미 연말 인사를 조기 확정하며 빠른 조직 재정비에 나선 상황이다.

올해 유통기업들이 전반적으로 경기 둔화, 글로벌 불확실성, 대미 관세 부과 가능성 등 부담을 마주하고 있어 조직의 민첩한 대응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사 시기를 당긴 것과는 대조적이다.

조기 인사 택한 유통가 분위기에 ‘롯데만 장고’…실적 부진 따른 ‘책임론’ 카드 꺼내나

올해 롯데 인사에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영역은 유통·식품군이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과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이번 인사에서 연임 여부가 판가름 난다.

백화점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명품 수요 효과로 매출이 0.7% 증가하고 영업이익이 9% 늘며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유지했다. 하지만 쇼핑·마트 등 다른 유통 계열사들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어 평가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롯데쇼핑의 올해 3분기 연결 매출은 3조4101억원, 영업이익은 13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 15.8% 감소했다. 특히 마트 부문 매출은 8.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5% 급감하며 유통 부문의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백화점이 선방했지만 그룹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식품 부문의 경우 이영구 롯데웰푸드 대표이사 부회장과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이사 부사장,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부사장,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등은 모두 2027년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왼쪽부터) 김상현 롯데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이사,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이사./사진=롯데
(왼쪽부터) 김상현 롯데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이사,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이사./사진=롯데

하지만 임기가 남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내수 부진으로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흔들리고 있는 데다, 롯데그룹 차원의 강도 높은 체질 개선도 지속되면서 평가의 잣대가 더욱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8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했고, 롯데쇼핑은 온라인 플랫폼 '롯데온'의 적자 폭을 크게 줄였음에도 여전히 실적 정상화는 더딘 상황이다.

더욱이 올해 들어 롯데멤버스,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 코리아세븐 등 4곳의 주요 계열사가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등 전사적 구조조정이 이어졌다는 점도 인사 폭을 가늠하게 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인사에서 롯데는 37개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CEO 36%(21명)를 교체하고 임원 22%를 퇴출하는 등 강도 높은 ‘성과주의 인사’를 도입했다.

화학군 CEO 10명을 전원 교체하고 호텔·면세 등 호텔롯데 계열 대표 3명을 모두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칼바람이 불었고, 이 과정에서 1970년대생 젊은 리더들이 대거 발탁되며 세대교체 흐름이 강해졌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러한 기조가 롯데에서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유통업황 부진, 소비 위축, 원가 압박, 인건비 부담이 겹친 상황에서 실적 정체가 두드러진 사업부는 수장 교체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실적을 견조하게 유지한 롯데칠성음료와 롯데면세점 등은 유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올해 상반기부터 “문제를 인지하고도 외면하는 것은 치명적인 잘못”이라고 강조하는 등 재차 강도 높은 혁신 메시지를 던진 만큼, 임기 여부와 관계없이 전반적인 쇄신 인사가 단행될 개연성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오너 3세 신유열 승진 여부 최대 관심

한편 올해 롯데 인사의 또다른 관심사는 오너 3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의 행보다. 1986년생인 신 부사장은 2023년 12월 상무에서 전무로, 지난해 11월에는 다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3년 연속 승진 기록을 이어왔다.

롯데바이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하며 그룹 신성장동력인 바이오·글로벌 전략을 직접 총괄하고 있어 이번 인사에서 사장단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게 거론된다.

특히 주요 유통 대기업들이 올해 인사를 앞당기며 세대교체 기조를 더욱 강화한 가운데, 롯데 내부에서도 미래 사업을 주도할 혁신형 리더십 강화를 위해 신 부사장의 역할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인사에서 롯데가 1970년대생 CEO를 전진 배치한 점도 같은 맥락이라는 평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전사적 구조조정과 조직 체질개선이 동시에 이뤄지는 시점에서 미래전략 분야를 중심으로 신유열 부사장의 역할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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