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양광 업계, “RE100, 능동적 시장 조성 위한 현실적 제도 개선 필요” 촉구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3.02.06 1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요기업들에게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이해도 높이고 RE100 추진해야” 조언도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국내기업들의 RE100 참여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의 장이 열렸다. RE100 가입을 선언하는 국내기업의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의 실제 달성 여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열악한 국내 재생에너지발전 현실을 차치하고서라도 RE100 이행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월간 <솔라투데이>와 인터넷신문 <인더스트리뉴스>는 RE100 참여를 선언한 국내기업들의 원활한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과 올바른 제도적 기반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2023년 태양광 산업계를 위한 RE100 대응전략 간담회’를 지난 1월 17일 인포더 리더스홀에서 개최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이에 월간 <솔라투데이>와 인터넷신문 <인더스트리뉴스>는 RE100 참여를 선언한 국내기업들의 원활한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과 올바른 제도적 기반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2023년 태양광 산업계를 위한 RE100 대응전략 간담회’를 지난 1월 17일 인포더 리더스홀에서 개최했다.

신성이엔지 박종수 이사를 비롯해 탑인프라 윤을진 부회장, 에이치에너지 함일한 대표, 에너지엑스 박성진 부문장과 이지왕 팀장, 해줌 백진근 팀장과 박신영 주임 등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국내 RE100 이행 일선에 활약 중인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RE100 이행 사례 및 현황 소개 △국내기업의 RE100 이행방안 △국내 RE100 이행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이 논의됐다. 본지는 이날 간담회에서 거론된 주요 내용들을 정리했다.

[지상중계] ‘2023년 태양광 산업계를 위한 RE100 대응전략 간담회’

 

사회자: 참여기업별 RE100 현황을 소개하자면?

에이치에너지 함일한 대표 : 현재 국내 RE100 시장에 다양한 문제들이 공존하다 보니 아직은 기업 홍보용, 그러니까 ‘보여주기식’ 단계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국내 재생에너지시장은 발전소 건설만 잘 하면 됐던, 내가 필요한 전력량보다 더 큰 규모의 발전소만 지으면 됐던 시장이었다.

하지만 빠르면 올해 하반기, 대략적으로는 내년쯤부터는 상거래 측면에서 시장을 바라봐야 하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유가를 스프레드 시키듯이 다양한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프라이싱을 어떻게 할 것인가, 서비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고민이 필요한 시장이 개화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RE100 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꼽고 싶다. 예를 들어, 수요기업은 100이라는 규모의 전력 구매 개런티를 해야 되지만, 공급기업은 공급량에 대한 개런티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전력 장단기 계약 체계가 형성되지 않았다 보니 관련 문화가 자리잡지 못해 다소 비합리적인 방식의 시장이 조성되고 있다.

당사는 이러한 시장의 문제를 개선하고자 RE100 추진 모델을 일반적인 시장 상거래 측면에서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RE100은 결국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수요이고, 이를 원자재로 생각해야 한다. 수출하거나 산업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면, 유틸리티가 아니라 원자재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사업체 중심으로 재생에너지시장이 형성된 국내는 계약한 발전소에서의 발전량이 부족할 것을 대비해 몇 가지 다른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통상적인 커머스(commerce) 시장에서는 먼 과거에나 볼 법했던 상황이다. 공급자가 보장하는 것이 훨씬 비용이 저렴해지는데도 현재 국내시장은 수요자가 이를 보장해야 한다.

해줌 백진근 팀장 : 더 이상 RE100을 무시할 수 없는 시기다. 현재 RE100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들은 각자가 보유한 물류 창고나 출하장, 공장 지붕 등을 활용해서 온사이트 PPA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당사는 발전소를 매입하거나 발주에 생산되는 전력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PPA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기업 수는 점차 증가하는데 반해, 재생에너지 조달 방안은 여전히 부족하다. 최근 기업의 RE100 참여가 증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전기요금의 인상이다. 그리고 올해 1월부로 PPA 요금제가 신설되며, 전기요금에 대한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다.

최근 145원에서 170원에 이르는 온사이트 PPA의 전력단가 계약 수준에 부가 정산금 기후환경 기금 등을 더한 금액을 태양광발전소 중부하 최대 부하 시간대랑 비교해보면, 한전에서 공급받는 기존의 산업용 전기보다 재생에너지 단가가 더욱 저렴해졌다. 더욱이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앞으로는 직접 PPA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엑스 박성진 부문장 : 대부분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위해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의 조절에도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하는 사람이 식단 조절 안 하고 운동만 한다고 하면, ‘근육 돼지’가 된다고 한다. 밸런스를 맞춰야 다이어트로 인해 추구하는 몸 상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RE100도 마찬가지다. 당사의 주요 솔루션인 제로에너지빌딩을 예로 들자면, 건물 수요에서 우선 불필요한 에너지를 줄여야한다. 수요 조절 없이 공급만 한다면, 재생에너지 100%인 RE100이 아닌 RE10이나 RE20 정도밖에는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탑인프라 윤을진 부회장 : 기업의 RE100 이행을 위해 재생에너지발전을 공급하는 기업의 입장으로서 이야기해보자면, 수요자와 공급자 간에 대한 수요 곡선 측면에서 명확한 게 없다는 점이 아쉽다. 전기요금 대비 수요기업들이 PPA 계약금액을 계산한 부분이 있을 텐데, 사실 공급기업 입장에서 보면 그 금액이 절대적으로 높은 수치가 아니다.

그러면 사업성도 없고 거기에 따라서 또 다른 임대료를 줘야 되는 어떤 입찰 형태가 있다. 그러다보니 공급기업들에게 이러한 방식이 사업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RE100에 대한 제도 가이드라인, 표준화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자: 국내 태양광시장이 많이 위축돼 있는 상황인데, 공급자 입장에서 RE100사업이 어떠한 메리트가 있다고 봐야하는 것인가?

해줌 백진근 팀장 : 전기요금이 올해 더 오른다고 가정했을 때, 시뮬레이션 분석 돌리면 2년 정도가 지나면 역전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직접 PPA가 160원에 망이용료 포함하면 190원 가량 형성된다. 중부하, 최대 부하 시간대에 전력단가랑 부가세 등 나머지를 합치면 160원 후반대가 나온다. 직접 PPA와 25원에서 30원 정도 갭 차이가 발생한다. 이러한 차이는 2년 안에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메꿔질 것으로 예상한다.

에이치에너지 함일한 대표 : ‘수익이 된다’ 이런 전제들이 너무 좀 현재에 국한돼 있다. RE100이 우리한테 지금 의미가 있으려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RE100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공급에 한계가 발생할 텐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여기서 무엇을 해야지 수익이 발생할까라는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RE100이 제대로 이행되려면, 누구나 쉽게 언제든지 그때, 그때 전기를 사용하는 시장이다. 1년이면 1년, 10년이면 10년 필요한 기간 동안 쓸 수 있는 시장이다. 국내 원유기업들이 하나의 유정에서만 원유를 수입해오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옵션에서 원유를 확보하고, 고객이 원할 때마다 에너지를 공급한다. 국내 재생에너지시장도 이러한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 현재 기업들이 발전소 몇 개 구입하고, 수익이 어떻게 될까 보는 것은 너무 단편적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회자: 최근 정부가 RPS 의무공급비율 조정,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발표하며, 재생에너지 발전량 수급이 이전보다 적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의 RE100 이행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탑인프라 윤을진 부회장 : 기업들의 RE100 참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발전소 건설을 위한 유휴부지 확보, 제도 개선 등 기업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에이치에너지 함일한 대표 : 정부가 컨트롤하는 시장은 기본적으로 관급과 관련된 시장이고, RE100은 관급이랑 상관없는 시장이다. 정부의 행보가 분명 좋은 시그널은 아니지만, RE100 이행에 있어 제약 요소로 작용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RE100 이행을 위한 수요가 꺾인 것도 아니고, 정책이란 것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상수로 봐야하지 정책적인 도움을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에너지엑스 박성진 부문장 : 정부의 시그널은 명확하다. 이전까지 공급량을 늘려 목표를 맞추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수요를 조절해서 목표를 맞추라는 것이다. 때문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진행하는 이들도 이러한 시그널을 캐치하고, 사업 방향이나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기존에 하던 것만 고수하려다가는 시장은 좁아지는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금융’이다. 여전히 에너지와 관련돼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하고, 전력시장의 발전을 따라가기 위해서도 이러한 사업들은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금융 모델이 현저히 부족하다.

사업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으니까 금융하고 좀 연계한 상품 개발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구독형 모델 같은 것들이 있다. 이러한 모델들과 결합해 사업이 개발된다면, 또 다른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신성이엔지 박종수 이사 : RE100은 민간 캠페인이다. 때문에 정부가 깊이 관여하기 보다는 민간기업들이 능동적으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관련 제도가 신설되고 정책이 개선되지만, 오히려 국내 RE100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까에 대한 고민도 해볼 필요가 있다.

 

사회자: 국내기업들의 RE100 참여는 증가는 반면,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에는 한계가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RE100 이행이 현실성 있냐는 우려들도 제기되고 있다.

에이치에너지 함일한 대표 : 앞서 말했듯 재생에너지를 원자재로 보고, 원자재의 공급에 한계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전기를 개수로 나눈다고 예를 들면, 개수가 100개밖에 생산이 안 되는데 수요는 100개를 넘어선다. 그렇다면 수요와 공급 법칙에 의해 가격이 굉장히 뛸 것이다. 그 다음은 경제성이 갖춰지고, 경제성의 성립은 공급의 증가로 이어진다. 이처럼 RE100은 시장과 경제 원리로 봐야한다. 현재 국내는 너무 자급자족 측면에서만 시장을 바라보고 있으니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탑인프라 윤을진 부회장 : 목표 달성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사실 대부분이 부정적인 시선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 환경이나 제도적인 측면에 크게 영향을 받는 점이 작용했다고 본다. 송변전 선로 등 관련 인프라 조성이 선행돼야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제10차 전기본이나 RPS 의무공급비율 조정 등 정책적으로 후퇴되는 모습에 안타까운 심정이다. 단순히 우리나라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상황에서의 심각성을 깊이 인지하며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에너지엑스 박성진 부문장 : RE100 달성 가능 여부의 본질은 결국 돈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은 어떻게든 자금 압박을 해결하며, RE100을 이행할 수 있다. 그러나 중견, 중소기업에게는 다른 문제다. 기업의 존립이 걸린 문제일 수 있다. 때문에 이들이 RE100을 이행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 모델이 뒷받침돼야 한다.

예를 들어 정수기 렌탈하듯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설치하게 하고, 몇 년에 걸쳐 전기요금 일부에서 이를 회수하는 등의 다양한 금융 모델을 개발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이미 기술적으로는 RE100 이행에 문제가 없다.

 

사회자: RE100 사업에서 금융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해결방안에는 무엇이 있나?

에너지엑스 박성진 부문장 : 공급기업이 충분히 매력을 느낄 만큼 이익률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수요기업은 저가에 참여할 수 있는 정부 지원 등이 있을 수 있겠다.

에이치에너지 함일한 대표 : 지원책보다 쉬운 제도 개선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간단하게 '우리 이만큼 금전적 지원 해줘'가 아니라 우선 불합리한 규정부터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금전적 지원을 요구하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시장을 합리화시킬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500kW 이하 저압발전소에서는 송전요금을 내지 않도록 하거나, 재생에너지를 전기차 충전에도 공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논리 없이 무작정 금융 지원만을 외치는 것은 정부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해줌 백진근 팀장 : 금융 지원도 매우 중요하지만, 우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설치할 수 있게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이격거리 제한 가이드라인 등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모든 지자체들이 수용할 수 있는 더욱 구체적인 개선안이 필요하다.

조금 더 실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현재 PPA제도의 최소 용량이 1MW로 제한된 것도 문제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용량에 대한 기준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2021년부터 RE100, 한국형 RE100(K-RE100) 제도가 국내에 등장하면서 당시 한국에너지공단은 달성 기업에게 기업 홍보의 일환으로 명패, 인증서 등을 제공한다고 한 바 있다. 이후 녹색프리미엄, REC 구매 등으로 이미 K-RE100을 달성한 기업들이 있지만, 에너지공단에서 무엇인가를 받은 기업이 없다. K-RE100 달성 후 연락하면, 준비 중이라고만 한다.

기업들은 투자를 진행해 K-RE100을 달성했지만, 제품에 인증마크 등 홍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자가 설치나 PPA 계약은 시간이 걸리다 보니 현재 REC 구매가 가장 활발한 이행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REC 장내 구매는 한 달에 2회만 가능해 기업들이 제약을 받고 있다. 기존 RPS처럼 주 2회 거래 등 조금 더 실용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매년 진행 중인 건물 지원사업도 더욱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 설치비의 60% 정도를 200kW까지는 지원해주고 있는데, 지원비를 다소 줄이더라도 대기업을 빼고 중견, 중소기업에게만 주는 등 더욱 많은 기업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에너지엑스 박성진 부문장 : 백 팀장님 의견에 동의한다. 사실 있어도 이용하지 않는 지원제도도 생각보다 많다. 그러니까 많이 이용되는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건물 지원사업 같은 경우, 중견 및 중소기업에게 매우 효율적인 제도다.

예를 들어 일반 태양광 같은 경우, kW당 설치비가 11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90만원을 지원해주면 소비자들은 20만원이면 설치가 가능하다. 그런 상황에서 전기요금이 올라가면, 소비자들은 투자금 회수가 빨라지고 요금 인상에 따른 수요도 증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지원사업 규모가 작다보니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기 위한 기업간 경쟁률이 500 대 1, 600 대 1에 육박할 정도다. 이러한 부분들을 원활하게 해결해준다면 더욱 좋은 시장이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성이엔지 박종수 이사 : RE100이 이행되려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유휴부지다. 부지가 있어야 다음을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긍정적인 면은 최근 정부가 이격거리 제한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격거리 제한도 개선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주민민원도 중요한 문제다.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 건물 지원사업도 워낙 기업간 경쟁이 심하다 보니 많은 기업들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 또한, 태양광 설비 제조기업 입장에서는 국내 제조기업들을 보호하고 육성하고자 한다면, 체계적인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한다.

PPA 계약의 경우, 수요기업들은 단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자면 최초 발전소 건설시 비용을 낮출 수밖에 없는데, 이를 낮추기 위해서 EPC 기업들은 중국산 제품을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정부가 이원화 정책 등 체계화된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한다.

 

사회자: 최근 한전에서 재생에너지 직접PPA 요금제를 신설해 논란이 일고 있다. RE100에 미치는 영향은?

신성이엔지 박종수 이사 :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이 PPA 계약 후, 발전량이 초과하면 남는 전기는 다른 곳에 팔 수도 있고 발전량이 부족할 때는 공급기업이 채워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전은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면서 부족한 전력을 한전으로부터 조달하는 일반용‧산업용 고압고객을 상대로 적용할 새 요금제를 만들었다. 이는 결국, RE100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이미 RE100을 시작한 기업들은 애초에 설계했던 로드맵과는 전혀 다른, 사업성이 없어지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RE100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할 이유를 없애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해줌 백진근 팀장 : 추가로 이야기하자면, 기업의 전체 전력이 아닌 일부만을 PPA 계약하면 해당 사업장의 모든 전력요금제가 PPA로 변경된다. 만약 1GWh 전력량을 사용하는 사업장에서 1MW 규모로 PPA 계약을 체결한다면, 모든 전력요금이 산업용이 아닌 PPA 요금제로 바뀌는 것이다.

이러한 PPA 요금제를 자세히 살펴보면, 태양광을 공급받는 중부하, 최대부하는 단가를 낮췄고, 경부하 시간대는 단가를 높였다. 그리고 기본요금도 올렸다. 한전에서 구매해야 되는 재생에너지 외의 요금은 전부 인상시킨 것이다. 1MW 규모 PPA 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기존보다 몇 억원의 요금을 더 지불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신성이엔지 박종수 이사 :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사안이다. 그나마 최근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그동안 RE100을 고민 중이던 기업들에게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해줌 백진근 팀장 : PPA를 검토 중이던 기업들도 이번 요금제 신설로 자가 설치 쪽으로 방향을 바꿀 정도로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RE100 업계 관계자들은 △RE100 이행 사례 및 현황 소개 △국내기업의 RE100 이행방안 △국내 RE100 이행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사회자: RE100 이행을 준비 중인 기업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신성이엔지 박종수 이사 : 대승적인 차원, 환경과 에너지 관점에서 RE100 이행을 위한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 기업 경영 측면에서는 비용을 아끼는 것이 맞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RE100은 꼭 필요한 수단이다. 더욱이 탄소국경세 등이 시행된다면, 더욱 다양한 규모, 다양한 산업에도 요구될 것이다. 선제적인 투자로 시장의 흐름에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에이치에너지 함일한 대표 : 앞서 말했듯, 수요기업들은 조금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전력시장의 스탠다드에 맞추기 보다는, 통상적인 시장의 상거래 스탠다드에 맞게 주장해야 한다. 내가 필요한 전기를 1년이든 2년이든 3개월이든 거기에 맞게 공급받을 수 있게 주장을 해야 될 것이고, 내가 개런티한 만큼 상대방도 개런티를 해줘야 한다.

두 번째는 납품 일정을 정확히 하고, 그 일정에 못 맞출 때는 상거래에 맞는 손해배상을 명확하게 명기해야 하며, 공급기업한테 충분한 스탠다드를 높이게끔 제시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중심이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에게 맞춰진다면, 시장이 올바르게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줌 백진근 팀장 : 수요기업들이 너무 재생에너지시장에 대해 이해하지 않으려고 하는 점이 아쉽다. 국내 산재한 태양광발전소의 60% 가량이 1MW 미만 소규모 발전소다. 이러한 소규모 자원들을 모아 발전량을 충당시켜야 하는데, 기업들은 50MW 규모가 필요하면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발전소와 계약하려고 한다. 국내 재생에너지시장에 맞게끔 설계를 하고, 계획을 추진하길 희망한다.

에너지엑스 박성진 부문장 : 공급기업들은 다양한 케이스를 경험하면서 노하우를 쌓아왔지만, 수요기업들은 자사만 다루기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이 발생한다. 이들은 스터디형 외국회사의 케이스만 접하는 게 전부다. 공급기업들은 이미 노하우가 조금씩 쌓이고 있지만, 이걸 필요로 하는 기업들은 자기 케이스만 고민하니까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서로의 상황을 조금씩 이해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탑인프라 윤을진 부회장 : 사업에 대한 이해도랄지 이런 건 전혀 없이 가격적인 측면으로만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어쩔 수 없이 하는 수동적인 태도의 기업들도 많다는 것이 아쉽다. 아직도 RE100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때문에 정부의 직접적인 관여보다는 시장의 형성을 지원할 수 있는 기구, 또는 센터가 설립되고, 관련 가이드라인, 표준화 등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