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코로나19로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기업들은 단연코 IT 분야에 있다. 하지만 어떤 태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성장세도 제각기 다른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줌, 아마존 등의 행복한 비명
올 초부터 불거진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글로벌 산업지형이 뒤집혀졌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의 ‘테크 세일즈: 코로나19 위기를 넘어선 수익 창출(Tech sales: Driving Revenues Through and Beyond the COVID-19 Crisis)’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화학·철강·자동차·의류 등 전통 제조업계는 직격탄을 맞은 반면 IT 업계는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안을 더 들여다 보면 IT기업 사이에서도 서비스 분야나 뉴노멀 트렌드 대응 자세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알릭스파트너스가 글로벌 IT 기업들의 올해 2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화상회의 플랫폼 기업 줌(Zoom), 원격 진료 서비스 기업 텔라독(Teladoc),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Amazon) 등 비대면 및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온 기업들이 코로나19 최대 수혜기업이라고 밝혔다. 펜데믹으로 화상회의 줌에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줌의 2분기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4배(335%) 가까이 증가한 6.7억 달러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에도 2배 넘는 매출 실적을 보이면서 무섭게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이렇듯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기업들이 있는 반면, 대면 활동에 제동이 걸리면서 여행이나 모빌리티, 라이브 이벤트 관련 서비스를 주로 제공하는 IT 기업들은 미증유 사태에서 붙잡고 하소연할 곳도 없이 억장만 무너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시장에서도 이어지는 양상이다. 시장조사업체 한국 IDC가 최근 발표한 '국내 IT 서비스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불안정한 경제 상황이 기업들의 IT 투자를 위축시키며 2020년 국내 IT 서비스 시장은 전년 대비 1.8%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코로나19가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구현의 기폭제 역할을 하면서 비대면, 자동화를 위한 AI, IoT, VR, 챗봇 등 디지털 기술 기반 신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고군분투하는 IT 기업들이 귀감이 되고 있다. 이동제한으로 여행 및 이동 수요가 급감하면서 우버의 예약률은 최대 75%까지 감소했다. 2분기 우버 실적은 전년 대비 66% 줄었다. 2분기 전 세계 우버 이용자는 5,500만명었는데 지난해 9,900만명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준 셈이다.
하지만 우버는 모빌리티 서비스 대신 배달 서비스(우버이츠)로 초점을 돌리면서 최악은 면할 수 있었다. 배달서비스부문 매출은 8.9억달로로 전년비 162.6% 성장했다. 우버 총 매출은 22억4,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9.2% 감소해 낙폭을 줄였다는 평가다.
지난 6월 오프라인 스토어를 영구 폐쇄하고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기로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도 눈길을 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제품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디지털 관련 제품으로 전환되자 온라인 매출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타겟팅 방법 모색에 집중해야
알릭스파트너스는 영업 환경과 수요 변화에 직면한 IT 업계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강도 높은 운영 관리 체계 구축 △영업 조직의 역할 재정립 △새로운 솔루션 구축을 제안했다. 앞으로 IT 기업의 영업 방식이 원격 영업 조직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장 영업 담당의 역할은 대면 상호작용이 꼭 필요한 대규모 거래가 있을 때만 참여하는 식으로 축소되는 반면, 디지털 캠페인과 맞춤형 솔루션, 가상 채널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고객을 타겟팅 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알릭스파트너스는 코로나19로 초래된 고객사의 위기를 즉각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구체적인 솔루션을 시장에 제시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시 말해, 원격 작업 활성화, 협업 증대, 보안 개선, 고정비용 축소, 가변적 리소스 확대 등의 솔루션들이 이에 해당된다.
알릭스파트너스 서울사무소 박영언 부사장은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기존 오프라인 기반의 비즈니스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대처하기 위한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기업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IT기업의 기술을 채택해야 하는 고객사들은 이제 단기간에 빠른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는 곳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고객사가 꼭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이러한 서비스의 장점을 어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디지털 대전환의 물결 속에서 혁신적인 영업 방식으로 고객의 비즈니스를 회복시켜 줄 수 있는 알맞은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만이 코로나19 위기를 수익 창출의 기회로 전환하는 회복탄력성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