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환 시대, 미동 없는 중소 제조기업에 일본·독일도 골머리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1.04.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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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 모델 및 편익의 가시화에 주안점 둬야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디지털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에 합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산업 전 방위에서 경종을 울리고 있지만 자세를 가다듬고 있는 국내 중소 제조기업들은 찾기 어렵다. 둔감한 중소기업에 골머리를 앓는 것은 우리나라 보다 일찍 제조혁신을 이룬 국가들도 매한가지이다. 이 가운데 선진 제조 강국들은 중소기업 눈높이에 맞출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공통분모를 형성하고 있었다. 

모든 스마트팩토리 정책이 중소기업 DX를 겨냥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중소기업 눈높이 맞출 시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utoimage]
모든 스마트팩토리 정책이 중소기업 DX를 겨냥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중소기업 눈높이 맞출 시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utoimage]

일본은 중소기업들이 단순히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업무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디지털화’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부 리소스들을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난공불락 같은 기술력으로 스마트제조 굴기를 이룬 일본이라지만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에까지 혁신의 불을 지피지 못하고 있다.

코트라가 ‘오사카 시티 신용금고’에서 발표한 ‘중소기업의 디지털화 현황’ 조사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킨키 지역 중소기업들은 적정 업무가 없고(39.1%), 시간적 여유(33.3%) 및 인재 부족(28.8%) 등을 이유로 DX를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 비용부담이 크고(23.6%), 보안상 불안감(16.1%), 어디서 시작할지 모름(15.8%) 순으로 망설이는 이유를 밝혔다. 킨키는 일본 중서부 지역의 오사카, 교토, 효고, 나라 등으로 소재, 부품 장비 등 중소기업이 다수 포진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중소기업 대부분 규모를 막론하고 DX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은 74.6%가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50인 이상의 규모의 기업 93%가 경영과제로 인식했다. 하지만 실제로 DX를 추진 중인 기업은 28.5%였고, 추진하지 않고 있는 기업 71.5%는 여전히 디지털화로 첫발을 떼는데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DX를 진행하지는 않고 있으나 향후 추진 의사가 있는 기업이 전체 기업의 38.8%로 DX에 대해 호의적인 기업들은 전체의 67.3%를 차지하고 있어 향후 DX 추진 기업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중소기업들은 적정 업무가 없고(39.1%), 시간적 여유(33.3%) 및 인재 부족(28.8%) 등을 이유로 DX를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utoimage]
일본 중소기업들은 적정 업무가 없고(39.1%), 시간적 여유(33.3%) 및 인재 부족(28.8%) 등을 이유로 DX를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utoimage]

임직원 모두의 수용성 제고부터

실제 기업들은 DX추진에 대한 정확한 비전이 존재하지 않았고, 진행하려 해도 인재 및 사내 자원이 부족하다고 난감해 했다. 확실한 이점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으며 이정표도 없는데 따라오라 해도 와 닿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디지털화를 통해 기존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나아가 이를 통해 발생된 여유 재원을 활용해 새로운 것에 투자해 얻는 기대편익이 명확해야 경영진이 작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

한편, 회사 구성원간 긴밀한 공유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내 직원들과 DX 관련 인식이 공유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갈등으로 인한 비용만 늘어 난다. 주목할 점은 각 단계별로 기업들이 경험하는 내용과 추진 전략은 다르다는 부분이다. 킨키 경제산업국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거나 초기의 간접적인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들의 경우 사내 직원들에게 DX에 대한 필요성과 추진 현황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화의 도입으로 인해 실제 업무가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불안감’ 또는 ‘새로운 업무 과정 도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등이 현장 직원들 사이에 존재하며 핵심 과업에 DX 도입을 어렵게 하는 장애 요소로 작용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일도 중소기업 DX에 애를 먹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독일에서도 스마트제조의 포괄적 도입비율이 2017년 8%, 2019년 9% 수준으로 수용 속도가 빠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utoimage]
독일도 중소기업 DX에 애를 먹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독일에서도 스마트제조의 포괄적 도입비율이 2017년 8%, 2019년 9% 수준으로 수용 속도가 빠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utoimage]

코트라 관계자는 “게이오 대학 환경정보학부의 다나카 코오야 교수는 ‘중소기업의 DX는 창조 생산성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자원이 제한된 중소기업이라고 할지라도 3D프린터, IoT기기의 가격 하락 등으로 비용을 절감하면서 회사에 필요한 디지털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며, “일본 중소기업의 DX는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추진되고 있다. 우리 국내 중소기업들도 새로운 기회를 위해 우리와 유사한 일본 중소기업의 DX 과정과 견줘 내용을 선별적으로 취하는 전략을 취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국가의 대명사 격인 독일도 중소기업 DX에 애를 먹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독일에서도 스마트제조의 포괄적 도입비율이 2017년 8%, 2019년 9% 수준으로 수용 속도가 빠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KIET) 조사에 따르면 기라성 같은 지멘스, SAP 등 유수 기업이 독일 스마트팩토리의 주연이지,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어떻게, 어디서 변화를 시작해야 할지 알지 못하고 있으며, 고도의 기술이 있어야만 할 것 같은 정보 및 데이터 보호에도 회의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독일은 중소기업의 디지털전환을 위해 지역별, 주제별 역량센터를 설치하고, 정보 능력배양, 교육 학습, 참관, 실험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KIET는 독일의 사례를 바탕으로 수용성 제고 측면에서 중소기업 상황에 맞는 실행 용이한 모델을 적극 발굴해, 제시하고 운용 역량 제고를 위해 교육·훈련이 수반돼야 하며, 명확한 목적성 사업전략에 기반한 수요기업의 투자 유인과 비즈니스 모델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모든 스마트팩토리 정책이 중소기업을 겨냥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중소기업 눈높이 맞출 시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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