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상호주 제한' 묘수로 경영권 방어 성공...'지분율 열세'를 '전략'으로 뒤집다
  • 홍윤기 기자
  • 승인 2025.01.23 2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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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임시주총에서, 상호주 제한 제도로 영풍 지분 의결권 무력화
주총 초반 '집중투표제'·이사 수 상한 통과시키며 사실상 승리확정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모펀드 MBK로부터 경영권 수호에 성공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마련된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장 입구/ 사진 = 홍윤기 기자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마련된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장 입구/ 사진 = 홍윤기 기자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현 경영진이 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영풍·MBK 파트너스로부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고려아연 측은 지분율에서 영풍·MBK에 뒤처졌으나 임시주총 직전 ‘상호주 제한’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며 영풍 지분 의결권을 무력화함으로써 막판 승리를 일궈냈다. '지분율 열세'라는 현실적 제약을 '상호주 제한'이라는 회심의 전략으로 일거에 뒤엎은 셈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임시 주총에서 최대주주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2%의 의결권을 제한한 채 안건 표결에 들어갔다.

임시주총의 승패는 사실상 임시주총 초반에 갈렸다.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꺼내든 승부수였던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과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을 각각 통과시키며 험난했던 적대적 M&A로부터 회사를 지켜낼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 

집중투표제는 지난 21일 법원이 MBK·영풍 측이 신청한 의안 상정 금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이번 경영권 분쟁의 힘겨운 고비와도 같았다. 이에따라 이날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이 의결됐음에도 불구하고 적용은 이후 주총부터 가능하게 된다.

실질적으로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간 승패를 가른 것은 바로 '이사 수 상한 설정'에 관한 안건이었다.

이사 수 상한을 19인 이하로 제시한 고려아연의 안건이 이날 주총에서 전격적으로 가결되면서 고려아연 승리가 사실상 확정됐다. 영풍·MBK 파트너스가 14명의 신규이사 선임을 통해 이사회를 장악하려던 시도가 원천봉쇄됐기 때문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2명인데 '19인 이하 이사' 안건이 이번에 가결됨에 따라 신규 선임 이사 수는 7명이내로 정해지게 됐다.

현재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영풍·MBK 측 이사는 장형진 영풍 고문 1명뿐이다. 나머지  7명의 신규이사가 모두 영풍·MBK 측 인사로 채워진다 해도 이사회 장악은 사실상 물건너간 셈이다.

게다가 이어진 신규이사 선임 표결에서 고려아연 측이 제시한 이사 7명 전원이 신규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권 분쟁은 결국 고려아연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지분율에서 영풍·MBK에 뒤지고 있던 고려아연이 최종 승자에 오르게 된 것은 최윤범 회장 등 경영진이 일궈낸 전략의 승리였다.

전날 고려아연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은 장외매수를 통해 영풍 지분 10.33%을 확보했다. 고려아연은 이같은 묘수를 통해 승리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은 “회사와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령은 순환출자를 방지하기 위한 법 조항인데, 선메탈코퍼레이션의 지분인수로 '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H(주중간지주사)→SMC→영풍→고려아연‘ 순환 출자 구조가 형성되면서 관련 영풍 지분은 상법에 따라 의결권을 상실하게 됐다.

이에 임시주총 개회 직후 영풍·MBK측은 “황당하고 강도를 당한 기분마저 든다”며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전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영풍·MBK 측은 처음에는 임시주총 연기를 요청했지만, 결국 영풍 의결권은 배제된 채 주총은 강행됐다.

일단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영풍·MBK 측이 "상호주 제한은 불공정하고 위법한 결정"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법적공방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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