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요금제' 관련… 이통3사, 이유있는 '항변'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3.2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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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최적요금제법 발의…이용행태 등 분석해 최적요금 고객 고시 의무화
정부 ‘통신비 절감’ 대의명분 앞세워 추진…이통사, 객단가 하락 우려 커
이통3사 관계자들 이구동성으로 “전형적인 탁상공론에 실효성도 의문”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통신 요금을 이동 통신사들이 의무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가운데, 이통 3사가 해당 법안이 법제화까지 이어져 수익성이 더욱 악화할지 모른다며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은 이통3사 로고가 선명한 상가를 지나는 한 스마트폰 사용자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이동 통신사가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통신 요금을 의무적으로 알려야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가운데, 수익성 악화에 빠져있는 이통사들이 해당 법안이 법제화까지 이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국내 이통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이 법안이 객단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단초가 되는 데다, 무엇보다 요금을 올려서 추천하든 내려서 추천하든 고객들에게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구조이기 때문에 속이 타들어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5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최적요금제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은 통신사업자가 이용자의 전기통신서비스 요금, 이용조건 및 이용행태 등을 분석해 최적화된 통신 요금제를 고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만약 최적요금제를 고지하지 않으면 이통사들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며 “통신 요금 체계가 복잡해지면서 오히려 국민 통신권 보장이 약해지고, 소비자 편익이 감소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번 법 개정 핵심은 이용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통신사업자에게 충분한 정보 제공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 2023년 같은 취지 내용을 담은 ‘최적요금제 고지의무제도’를 정부 입법으로 추진하다 국회 입법 방식으로 선회한 바 있다. 이후 이정헌 의원의 발의로 다시금 입법 작업이 속개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이통사들의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해당 법안이 법제화까지 이뤄진다면 AI(인공지능) 분야에 초기 투자비용이 높아지며 그렇지 않아도 수익성이 악화 된 이통사들이 주 수입원인 이동통신 서비스의 객단가까지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이동통신 서비스의 주요 수익성 지표인 가입자당평균수익(ARPU)을 보면 이통 3사 모두 조금씩 하향곡선을 그리는 양상이다. ARPU 감소는 곧 ‘수익성 악화’를 의미한다.

2023년 4분기와 지난해 4분기의 이통 3사 무선 ARPU 추이를 보면, SK텔레콤의 경우 2023년 2만7765원에서 지난해 2만7627만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 역시 2만617원에서 1만8730원으로 1년새 9.2% 떨어졌다.

이통 3사 중 KT만 지난해 4분기 기준 3만4567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0.8% 무선 ARPU가 증가했다. 하지만 IoT(사물인터넷), MVNO(알뜰폰) 회선을 제외한 수치란 점을 고려하면 KT의 무선 ARPU는 이보다는 낮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ARPU 상승을 견인하던 5G 보급률도 현재 80%까지 육박하며 객단가 상승 동력이 사실상 크게 떨어진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적요금제법이 법제화되면 이통사들의 ARPU 감소세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최적요금제법은 해당 법안의 취지에 따라 어떤 요금제를 추천해 주든 고객들에게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이통사들 입장에서는 무조건 불리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AI(인공지능)로 최적요금제를 고객에게 추천하게 되면, 고객 사용패턴에 따라 대체로 더 낮은 요금제가 추천되겠지만 오히려 반대의 경우도 생길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 상위 요금제를 추천하면 이통사에서 바가지를 씌운다고 고객들의 오해를 받을 수 있고, 기존 보다 낮은 요금제를 추천하면 고객들은 이통사들이 그동안 그 차액만큼 폭리를 취했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처럼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최적요금제 법안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큰 상황이다.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는 근본적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통사에서는 이미 자체적으로 세세한 고객 맞춤형 통신 요금 추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지나친 정부 개입이라는 지적도 커지는 분위기다.

통신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은 각 이통사마다 요금제 종류가 정말 세밀하게 잘 짜여있어서 다양한 요금제 선택권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그런데 여기에 고객 데이터까지 분석해 최적요금제를 또 다시 제공하도록 정부에서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굉장히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최적요금제라는 법안이 일정 기간을 사용한 후 요금제를 추천받는 ‘사후 조치’가 될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에게 정말 실효성이 있느냐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관계자는 “이통사 입장에서 보면 최적요금제법은 통신비 절감이라는 대의 명분만 앞세워 깊은 고민 없이 급조해 발의된 탁상공론식 법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요금제를 다 쓰고 난 뒤 분석해 ‘추천요금제’라고 내놓으면 이통사와 고객 간 불편한 상황만 만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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