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화장실 간 사이 부기장 실신…자동 항법 장치가 '205명' 살렸다
  • 김기찬 기자
  • 승인 2025.05.20 1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기장 실신으로 10분간 '아찔한 비행'…조종실 문 여는 데에도 난관
자동항법장치 작동해 비행 안정적…목적지 아닌 마드리드 '비상 착륙'
독일 푸랑크푸르트 공항의 루프트한자 여객기./사진=연합뉴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루프트한자 여객기./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김기찬 기자] 지난해 독일 루프트한자 여객기에서 기장이 화장실에 간 사이 조종실에 혼자 있던 부기장이 실신하면서 10분간 아찔한 운항이 이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18일(현지시간) dpa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사고 조사 기관 CIACIC는 이날 보고서에서 작년 2월 1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스페인 세비야로 가던 에어버스 A321기가 10분간 조종사 없이 비행했다고 밝혔다.

당시 기내엔 승객 199명과 승무원 6명, 총 205명의 인원이 탑승한 상태였다. 

기장이 잠시 조종실을 떠나 화장실에 간 동안 조종간을 잡은 부조종사가 실신했다. 부기장이 의식을 잃으면서 의도치 않게 조종 장치를 조작했지만, 항공기는 자동 항법 장치가 작동하며 안정적으로 비행이 계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 교통 관제사는 당시 부조종사에게 세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응답은 없었다.

화장실에서 돌아온 기장은 일반 코드를 입력해 조종실 문을 열려고 다섯번이나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평시엔 일반 코드를 넣으면 조종실에 벨소리가 울려 안에서 문을 열 수 있다.

한 승무원도 기내 전화를 이용해 부기장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소용없었다. 기내 보안문은 납치 방지용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강제로는 열 수 없다.

기장은 결국 조종석 내부의 도움 없이 문을 열 수 있는 비상 코드를 입력했다. 그리고 자동으로 문이 열리기 직전 정신을 차린 부기장이 가까스로 안에서 문을 열었다.

부기장은 즉시 기내에 있던 의사로부터 응급 처치를 받았고, 이후엔 완전히 의식을 되찾았다. 

기장은 목적지 세비야가 아닌 마드리드에 비상 착륙을 결정했고, 부기장은 그곳에서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