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비록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이라도 완성차의 대세는 전기차로 넘어온지 오래. 이에 르노가 첫 번째 순수 전기 SUV인 ‘세닉’을 한정판으로 먼저 선보이며 한국 소비자들 공략에 본격 나선다.
세닉을 가질 수 있는 오너는 단 999명. 프랑스에서 수입차 형태로 들여오는 세닉은 유럽 느낌 물씬나는 내‧외장 디자인에 ‘한정판’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어 차량 매니아들 사이에선 공식 출시 전임에도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지난 2일 따끈한 ‘세닉 E-Tech 100% 일렉트릭’ 신차를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부터 경기 포천시 산정호수까지 왕복 약 180km를 시승해 봤다.
이날 시승했던 모델은 세닉 최상위 모델인 아이코닉 트림의 메탈릭 블랙으로 20인치 오라클 휠도 적용됐다.

◆ ‘하차감’ 만끽…문 열면 르노 다이아몬드 패턴 ‘로장주’ 로고가
르노의 첫 순수 전기 SUV 세닉은 국내 시장에선 단 999대 한정으로 판매되는 ‘레어템’이다.
르노의 전지차로 따지면 지난 2020년 출시한 소형 전기차 '조에'가 판매 부진으로 2022년 단종된 지 3년 만에 선보인 순수 전기차다.
르노가 야심차게 내놓은 세닉은 2023년 9월 독일에서 최초로 공개됐고 유럽 자동차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2024 유럽 올해의 차'에 오르기도 할 만큼 뛰어난 성능을 갖췄다.
이날 시승한 세닉은 유럽 올해의 차답게 외관 첫 인상은 화려하다는 느낌을 주면서도 과하지 않은, 잘 정돈된 세련미가 물씬 풍겼다.
시승전 둘러 본 전체적인 차량 크기는 소형 SUV보다는 크고, 준중형 SUV보다는 살짝 작은 정도였다. 정확한 제원은 전장 4470㎜, 전폭 1865㎜, 축거 2785㎜다.
전면부는 르노의 로장주(프랑스어로 마름모) 엠블럼이 선명했고, 그 옆으로 입체적인 로장주 패턴이 옆으로 퍼지는 듯한 형태로 디자인됐다.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20인치 오라클 휠이다. 르노 특유의 다이아몬드 패턴을 담은 이 휠은 가벼운 알루미늄 단조 방식으로 제작돼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점도 특징이다.
차 문을 열고 닫을 때 사이드 미러에서 바닥으로 쏴주는 로장주 엠블럼이 담긴 ‘웰컴라이트’는 ‘하차감’을 확실히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재활용 소재로 꾸민 실내…‘갬성’ 가득 담은 솔라베이 파노라믹 선루프
운전석에 오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솔라베이 파노라믹 선루프’다. 1.65㎡ 면적의 넓은 글라스 루프는 투명도를 4단계로 조절 가능하다.
재활용 유리 50%가 사용됐고 자외선 차단율은 99%, 열 차단율은 84%에 달한다. 다만 시승한 이날 외부 기온이 34℃에 육박하는 무더운 상황에서 차량을 약 3시간 가량 주차해 둔 뒤 탑승했을 때, 여타 차량보다 내부가 더 덥게 느껴지는 점은 아쉬웠다.
다만 실내 구성은 친환경 소재로 꽉 채워 아늑했다. 가죽은 전혀 사용되지 않아 신차 특유의 가죽 냄새가 없었고 스티어링 휠에는 합성 코팅 원단이, 시트는 직물이나 바이오 소재가 쓰였다.
게다가 카펫은 97.7%, 헤드라이너는 99.5% 페트병을 재활용한 소재가 적용돼 친환경적이었다.

재활용 유리 50%가 사용됐고 자외선 차단율은 99%, 열 차단율은 84%에 달한다./사진=르노코리아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일체형으로 연결돼 조종석 같은 몰입감을 줬고, 특히 태블릿을 탑재해 놓은 듯한 디스플레이는 시각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줬다.
여기에 에어컨 등의 조작에는 ‘물리 버튼’을 적용해 아날로그 감성도 놓치지 않았다. 또 C-타입 충전 포트도 1열, 2열 각 2구씩 탑재돼 편의성을 높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이 내장된 점이었다. 주행 내내 묵직한 베이스 음역대를 부족함 없이 소화해 내며 운전의 즐거움을 더했다.


하지만 자체 내비게이션이 장착돼 있지 않아 개인 스마트폰을 연동해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또 변속기를 칼럼식으로 옮겨 센터콘솔 공간은 여유롭게 확보했지만 컵홀더가 1개뿐이라는 점은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차량은 르노의 AmpR 미디엄 플랫폼 기반으로, 바닥이 평평해 공간 활용도가 높았다. 2열 레그룸(무릎공간)은 동급 차량에선 볼 수 없는 저세상 넓음을 자랑했다.
레그룸 278mm, 헤드룸은 884mm로, 키 180cm 기자가 앉아도 꽤 여유로운 공간이 있었다.
트렁크 적재공간은 기본 545L이며, 2열 폴딩 시 최대 1670L까지 확장 가능했다. 폴딩 후 바닥이 완전히 평평하진 않아 차박용으로는 매트 추가가 필요해 보였고, 차량 크기에 비해 트렁크가 다소 작아 보였다. 캠핑이나 5인 가족의 여행 때는 트렁크가 협소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정숙성과 주행감 모두 만족…“회생제동시에도 울컥임 없어”
주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정숙성’이다. ‘스마트 코쿤’ 기술이 적용돼 외부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상당히 잘 차단됐다.
스마트 코쿤 기술은 차체 바닥과 배터리 케이스 사이에 감쇠력 강화 폼을 삽입해 주행 중 실내로 유입되는 외부 소음과 진동을 차단하는 기술이다. 이 덕분에 고속 주행 중에도 실내는 고요한 느낌을 유지했다.
운전자는 ▲컴포트 ▲스포츠 ▲에코 ▲페르소 모드 등 4가지 주행 모드를 버튼으로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고, 스티어링 휠 좌우의 패들 시프트로 회생제동 단계를 5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다.
특히 회생제동 시 기존 전기차에서 흔히 느껴지는 울컥임은 거의 없었다.
르노코리아 측은 회생 제동 시스템과 관련해 “기존 전기차의 회생제동은 울컥거리는 느낌으로 속이 메스껍다는 불만이 있었는데, 세닉은 정밀한 튜닝을 통해 울컥이는 느낌없이 부드럽다”고 강조했다.

조향감도 부드럽고 가벼웠다. 조향비는 12대 1, 스티어링 휠 최대 회전수는 2.34회전. 회전 직경은 10.9m, 롤링 각도는 0.4°에 불과했다. 쉽게 말해 급커브 구간이나 유턴 시 차체가 기울지 않아 구불구불한 길이나 골목길에서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능 면에서는 최고 출력 160㎾, 최대 토크 300Nm의 힘을 내며, LG에너지솔루션의 87kWh 삼원계(NCM) 배터리가 탑재돼 1회 충전 시 최대 46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모듈 방식의 배터리는 고장 시 전체 교체 없이 일부 수리도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 한정판인데 이 가격…보조금 적용 시 4600만원대부터
결론적으로 세닉은 요란한 외형보다 내실 있는 구성, 정숙하고 부드러운 주행 감각, 친환경적 실내 등에서 균형 잡힌 전기 SUV다.
한정판이라는 희소성까지 고려하면 조용한 전기차 라이프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는 의견이다.
8월 중 출시될 세닉은 ▲테크노 4649만원 ▲테크노 플러스 4980만원 ▲아이코닉 5440만원 3개 트림으로 구성된다. 이는 서울시 기준 전기차 보조금을 반영한 실구매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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