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경영권 분쟁 휘말린 고려아연 측에 힘 실어주기로 방침 정한 듯
우리금융 현 경영진 재차 비판 “유사한 부당대출 추가 확인… 무관용 원칙”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을 정조준했다. 이 원장은 영풍에 대한 회계 감리에 나설 방침을 밝히면서, 금융자본의 산업지배로 인한 부작용을 고민할 때라며 사실상 MBK파트너스를 저격하고 나선 것이다.
이복현 원장은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영풍이 환경오염 이슈와 관련해 손상차손을 미인식한 회계상의 문제점이 발견됐다”면서 “이번 주에 (회계 심사에서) 감리로 전환해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금감원이 회계상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부적정 회계 처리에 대해서 결론을 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시도에 대해 이례적으로 우려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복현 원장은 “특정 산업은 20~30년 정도 길게 보고 (경영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5년이나 10년 안에 사업을 정리하는 구조를 가진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했을 때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주 가치 훼손이 있을 수 있지 않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금산분리 이슈는 그동안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인수 부작용을 중심으로 금융당국이 논의를 해왔는데, MBK파트너스가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면서 “(이번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에 대한 부작용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금융자본인 MBK파트너스가 산업자본인 고려아연을 지배하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이 원장은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소유하게 되면) 총괄로서의 사업 규모가 유지되는 차원에서 고민하지 않고 주요 사업 부문에 대한 분리 매각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경영권 분쟁에서 불거진 시장질서교란 행위 의혹은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철저하게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금감원은) 시장의 신뢰와 질서를 확립하는 게 목적”이라며 “어느 쪽이 됐건 시장조사교란행위는 무관용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복현 원장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을 또다시 직격했다. 그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관련 불법 대출에 대해 검사가 진행 중인데, 현 행장과 회장 재임 시에도 유사한 형태의 불법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전 회장 친·인척 불법 대출이 현 경영진과 무관하다’는 우리금융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나선 것으로, 금융권에선 이 원장이 경영진 퇴진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