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법관 100명 법안에 선 그었다…"지금은 민생!"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5.2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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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법조인 대법관 임명·증원법안 철회…대선 앞두고 논란 확산 차단
李 "법원 내에서도 대법관 증원 논의는 많지만…지금은 민생이 급선무"
강금실 "법조계 목소리 들을 것" 이석연 "'한풀이'식 정책 결코 없을 것"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참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참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6.3 대선이 임박해지면서 그 동안의 강경 노선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민주당은 26일 소속 의원들이 추진해 온 비(非)법조인의 대법관 임명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과 대법관을 10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법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 메시지에서 해당 법안을 제출한 박범계 의원과 장경태 의원에게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 의원은 대법관 임용 자격에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을 추가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 장경태 의원은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100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에서는 '비법조인 임명 법안'을 겨냥해 "'이재명 방탄 법원, 민주당용 어용재판소'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법치주의 삼권분립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위험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대법관 100명 법안'에 대해서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14일 열린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재판 지연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법관 수만 증원한다면 국민에게 큰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결국 선대위는 조기 대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해당 법안들로 논란이 더 지속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철회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 혁신공유라운지에서 대학생 간담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 혁신공유라운지에서 대학생 간담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후보 역시 이날 수원 아주대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법관 증원 문제나 대법관 자격 문제는 당에서 공식 논의한 바가 없다. 민주당 소속 의원 개인이 헌법기관의 일원으로서, 개인적으로 한 것일 뿐 당의 입장과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제 입장은 지금 그런 논의를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지금은 사법 관련 논란(이 될만한 일을) 하지 말라고 선대위에 지시한 상태다. 특히 우선순위에서 민생 대책이나 민생 개혁 등이 가장 급선무인 상황에서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다만 법안 철회에 대해서는 "제가 지시한 일은 아니다. 계속 쓸데없는 논란이 되니 선대위에서 그렇게 결정한 모양"이라며 "개별 의원들도 그렇게 판단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강금실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사법제도 개혁은 의원들의 개별 입법으로 처리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국민들과 소통하며 전문가들, 법원과 경찰을 비롯한 법조계 내부의 목소리를 모두 폭넓게 들으면서 국민주권 정부의 초석을 다지는 사법 시스템이 새로이 구축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공동선대위원장은 "민주당이 집권해도 잘나가는 사람이나 기득권층을 깎아내려 다수 국민의 박탈감을 해소하겠다는 '한풀이' 식 정책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이 집권하면 불안할 것이다, 사법권을 장악해서 삼권을 좌지우지한다는 이야기가 떠돌지만, 불안해하실 필요 없다, 안심하시라고 제 이름을 걸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발언하는 박찬대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왼쪽 네번째)이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5.26 kjhpress@yna.co.kr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왼쪽 네번째)이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민주당의 대응은 국민의힘의 '입법 독주' 프레임에 대응해 안정적인 국정 운영 기조를 부각하는 한편 급격한 개혁안에 대해 일부 의원들의 개인 의견으로 선을 그으면서 중도층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민주당 캠프 내부에서는 "이 후보의 지지율이 안정적 대세론을 유지하고 있지만 선거 막판 보수 결집에 따른 돌발변수가 발생할 경우를 상정해 선거 국면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극 개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는 이 후보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사법부 개혁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이 이어졌다. '대법관 100명 법안'을 대표 발의한 장경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대법관이 몇 명 추가되든 임명 제청권은 대법원장에게 존재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공세라는 말은 심히 유감"이라며 "선대위 결정 취지를 십분 반영해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조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기존 강경 지지층들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비록 대선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전통적 지지층들이 이재명 후보의 속도조절론을 이해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개혁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론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럴 때일수록 이재명 후보가 지지층들을 다독이며 확신을 줄 수 있는 언행과 신뢰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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