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뉴스 김은경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111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 가장 큰 증가폭으로, 실물이전 제도 도입 이후 증권사로의 ‘머니무브’가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이 적립금 32조 원을 넘어서며 업계 1위를 굳건히 다졌고, 현대차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은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14개 증권사 퇴직연금 사업자의 적립금은 총 110조678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443조6950억원) 가운데 24.94%를 차지하는 수치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6.5%(6조2530억원) 증가해 업권 중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은행권 적립금은 4.34%(9조7932억원) 늘었으며, 보험사는 오히려 0.04%(428억원) 감소했다.
증권사 퇴직연금이 이처럼 빠르게 성장한 데는 지난해 10월 도입된 실물이전 제도의 영향이 컸다. 여기에 지난 7월 21일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 사전조회 서비스’가 시행되면서 가입자들이 다른 금융사로 연금 계좌를 이전하기 쉬워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실물이전 등을 통해 은행·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옮겨온 자금은 1조206억원에 달한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가입자들이 성과가 우수한 증권사로 이동하는 현상이 본격화된 셈이다.
증권사 중 가장 많은 퇴직연금 적립금을 보유한 곳은 미래에셋증권으로, 상반기 기준 32조138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6개월간 18.24%(2조94억원) 증가한 수치로, 전 업권을 통틀어 가장 큰 증가폭이다.
2위권에서는 현대차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이 근소한 차이로 박빙의 승부를 겨루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17조9321억원으로 적립금 규모는 두 번째로 컸지만, 상반기 증가율은 2.4%(4170억원)에 그쳤다.
한국투자증권은 17조5647억원으로, 같은 기간 11.06% 증가했다. 특히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에서만 9326억원이 늘며 성장을 견인했다. DB(확정급여형), DC(확정기여형) 적립금은 큰 변화가 없었다.
삼성증권은 17조2783억원으로 뒤를 이었으며, 상반기 동안 12.30%의 증가율을 기록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원리금 비보장형 DC에서 7046억원, IRP에서 9571억원이 늘며 적립금이 확대됐다. 여기에 연금저축까지 포함한 총 잔고는 2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다이렉트 IRP, 3분 연금 서비스 등 가입자 중심 서비스를 꾸준히 제공한 것이 잔고 확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2위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현대차증권 17조5151억원 ▲한국투자증권 15조8148억원 ▲삼성증권 15조3857억원 순이었지만, 올해 들어 그 차이는 3000억원 이내로 좁혀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기업 입장에서 장기 운용이 가능한 매력적인 상품”이라며 “증권사들이 수익률 중심의 특화 서비스와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이제 퇴직연금 시장은 업권 간 본격적인 경쟁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