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의 SSM인 이마트에브리데이 매장 전경./사진=연합뉴스
이마트의 SSM인 이마트에브리데이 매장 전경./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전통시장 보호를 내세운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 법안이 2030년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전국 SSM의 절반 가량이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가맹점’인 만큼, 역차별 논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소상공인 보호를 명분으로 도입한 규제가 정작 소상공인을 옥죄는 기형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을 발의한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현실은 외면한 채 소상공인 단체의 요구만 담아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오세희 의원은 지난 8월 28일 유통산업발전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SSM은 지난 2010년대 대기업이 운영하는 중소형 슈퍼마켓 형태로 확산되면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국회는 2013년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SSM을 ‘준대규모점포’로 분류하고 대형마트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했다.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금지 ▲월 2회 의무휴업 ▲전통시장 반경 1km 내 출점 제한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에는 SSM 상당수가 대기업 직영점이었기에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명분에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10여 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전국 1447개 SSM 중 699개(48.3%)가 가맹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즉 두 곳 중 한 곳은 소상공인이 자기 자본을 투자해 운영하는 ‘자영업자 매장’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GS리테일의 ‘GS더프레시’는 전체 572개 점포 중 무려 462개(80.7%)가 가맹점이며, 롯데슈퍼도 343개 중 148개(43.1%)가 가맹점이다.

 

지난 2009년 11월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준)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단체는 국회 지식경제위에 계류 중인 SSM(대기업 슈퍼마켓)에 대한 허가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즉각적인 통과를 촉구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009년 11월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준)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단체는 국회 지식경제위에 계류 중인 SSM(대기업 슈퍼마켓)에 대한 허가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즉각적인 통과를 촉구했다./사진=연합뉴스

◆ 정치 논리가 만든 ‘낡은 구도’…현실 외면한 규제로 이어져

이 때문에 유통산업발전법에 의한 규제를 일괄 연장하는 것은 ‘소상공인 보호’라는 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반발이 업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가맹점주에게는 영업 제한에 강제 휴업 의미로 다가와 되레 생존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SSM 가맹점은 동네 슈퍼와 다를 바 없는 소상공인인데, 대기업 직영점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법 취지를 감안하면 최소한 가맹점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통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온라인몰과 편의점은 규제에서 벗어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오프라인 가맹 슈퍼만 시대착오적 규제에 묶여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소상공인 보호라는 명분이 오히려 소상공인 생존을 위협하는 기이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법안이 발의되는 배경에는 ‘정치적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여전히 정치권에서는 ‘대형마트=전통시장의 적’이라는 낡은 구도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소상공인 단체 출신 인사들이 국회에 입성하면서 대형마트와 SSM 규제는 정치적으로 생색내기 좋은 수단으로 굳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개정안을 발의한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이다. 그는 앞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법안 역시 현실과 괴리된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오 의원의 이번 SSM 규제 연장안도 같은 맥락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만 고려한 법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구조가 크게 변했음에도 대형마트와 SSM 규제 문제를 여전히 정치적 논리로만 접근하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오프라인 유통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1% 줄며 코로나19 시절인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온라인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오프라인 유통이 구조적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상징적인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규제만 연장한다면, 오히려 소상공인의 생존 기반이 더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오세희 의원실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오세희 의원실

◆ 소상공인 ‘보호’ 법안이 또 다른 소상공인에게는 ‘위협’으로

때문에 이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두고 유통업계 일선에서는 “정책 효과는 미미하고 시장 혼란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진다.

특히 가맹점과 직영점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규제하는 것은 실질적 효과보다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결국 이번 논란은 ‘정책의 명분’과 ‘실제 효과’ 사이의 괴리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상공인 보호’라는 대의명분으로 시작된 SSM 규제가 오히려 또 다른 소상공인을 옥죄는 모순된 결과를 낳고 있는 얘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를 단순히 연장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변화한 시장 구조와 소상공인의 실제 상황을 면밀히 고려한 새로운 해법의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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