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9월12일 민주노총 화섬노조 엔씨소프트지회 우주정복
2025년9월12일 민주노총 화섬노조 엔씨소프트지회 우주정복

[인더스트리뉴스 문기수 기자] 엔씨소프트가 직원이 15분 이상 자리를 비울 시 사유를 소명해야 하는 이석 체크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계획이 알려진 가운데 노동조합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공식적인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해 주목된다.

노조가 공식대응에 나서는 것은 9월 초 이석 체크 시스템 도입계획이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후 처음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엔씨소프트지회 '우주정복'은 12일 노조 공식 카페에 글을 올리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21일까지 이석 체크 시스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석 체크 시스템을 비롯해, 최근 복지 및 근로 환경의 후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구성원들의 불편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이고 일률적인 도입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의 일방적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사우 여러분의 관심과 집결이 필요하다"며 "회사의 권리 축소를 막고, 직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부디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노조가 부정적인 입장을 내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이석 체크 시스템' 도입은 9월 초 국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석 체크시스템은 근무 시간 중 직원이 업무용 PC키보드와 마우스를 15분간 구동하지 않으면 '부재중'으로 간주해 근무 시간 차감을 일단 멈추고 부재이유를 기입해 소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즉, 담배를 피우러 가거나 팀원들과 회의를 가는 등 PC를 사용하지 않는 형태의 활동을 15분 이상 하게 될 시 회사에 무슨 사유로 자리를 비웠는지 설명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엔씨가 이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는 이유는 포괄임금제 폐지 이후 좀더 세밀한 근태관리를 하기 위함으로 분석되고 있다. 동종업계에서는 넥슨이 비슷한 이석 체크 시스템을 2019년 도입한 바 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의 근태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담긴 익명의 게시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을 올린 작성자 K씨는 엔씨소프트 일부 직원들이 사내 도서관이나 점심시간 헬스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등 제대로 일하지 않는 모습이 많이 목격된다고 썼다.

그는 근로계약상 하루 근로시간은 8시간이지만, 헬스장이나 사내도서관 등에서 잡담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통에 실제 근무시간은 6~7시간 수준으로 보인다고 비꼬았다. 

K씨는 "여기(엔씨소프트)가 포괄임금제 회사도 아니고 추가근로 야근비가 있는 회사인만큼 다들 적당히 해야하는데 솔직히 악용하는 사람이 너무많다"고 한탄했다.

게시글에 달린 댓글에는 "엔씨는 직원에게 후한 이미지이지만, 사실 그냥 관리를 못하는 것. 이제서야 관리를 하는건데. 이정도 근태관리는 당연히 했어야 할일이라고 본다"는 의견도 나왔다.

노조 집행부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동안의 대기시간이나 휴식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되야 한다'고 판결한 대법원 판례(2014다74254)를 제시하며, 엔씨 사측의 이석 체크 시스템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의사를 확인한 뒤에 공식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측에 이석 체크 시스템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송가람 전국화섬노조 엔씨소프트지부 지회장은 "사우분들 의견을 듣고 거기에 따를 예정"이라고 답했다.

아직 엔씨소프트 직원들의 의견이 모이지 않은 상황이지만, 만약 이석 체크 시스템 도입에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된다면 사측과의 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

근로기준법 94조에 따르면 이석 체크 시스템과 같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는 근로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사측이 일방적으로 제도 도입을 강행할 경우 법적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다만, 법적 해석에 따라 이석 체크 시스템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올 경우 근로자 과반수 이상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만으로 취업 규칙 변경이 가능해진다.

이석 체크 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엔씨소프트 노조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대응에 나설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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