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박현우 기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선점을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장관은 지난 4월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식에서 "휴머노이드는 올해 15억 달러에서 2035년 380억 달러(약 53조 원)로 10년 내 25배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 산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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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절벽과 제조업 인력난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 한국 경제에 휴머노이드는 단순한 신기술이 아닌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하며 본격 시동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한국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개발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며 휴머노이드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이재용 회장은 반도체 이후 미래 먹거리로 로봇을 지목하고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삼성전자가 2050년 상업용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5%, 가정용 시장에서 15%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삼성은 스마트싱스 같은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축적한 가정용 데이터를 활용해 가정용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50여명 규모의 로봇 사업팀을 구성하고, 미래로봇추진단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했다.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는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올레드 패널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삼성SDI는 로봇에 필수적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 연말 생산라인 투입 목표

현대자동차그룹은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올해 말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 시범 투입할 계획이다.

인간의 지시에 따라 부품을 옮기고 정리하는 등 실제 생산 공정에서 활용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을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틀라스가 올해 생산 현장 투입을 앞두고 AI 기반 학습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아틀라스가 올해 생산 현장 투입을 앞두고 AI 기반 학습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는 휴머노이드의 핵심 부품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배터리는 삼성SDI와, 비전 센싱 시스템은 LG이노텍과 공동 개발 중이다.

일본 토요타그룹과는 작업자들과 상호작용하며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자동차 전용 로봇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국내에 24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이중 상당 부분이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 미래 핵심 기술 확보에 사용될 예정이다.

2024년 투자액 20조4000억 원 대비 19% 증가한 규모다.

LG, 중국 기업 투자하며 기술 확보

LG전자는 최근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 애지봇에 전략 투자를 단행했다.

올해 2월 자전거를 타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여 주목받은 이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로보티즈가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AI 워커를 연구용으로 도입했으며, 올해 100대, 2026년 200대 이상 구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LG전자는 CTO 산하 로봇선행연구소를 중심으로 가정용 휴머노이드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자체 인공지능 모델과 가전 분야에서 축적한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정부,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

정부도 휴머노이드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K-휴머노이드 연합을 출범시키고, 2030년까지 로봇 인공지능과 하드웨어,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기술 개발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K-휴머노이드 연합의 지원 방향
K-휴머노이드 연합의 지원 방향

연합에는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두산로보틱스·레인보우로보틱스 등 40여 개 기업과 서울대·카이스트 등 주요 대학이 참여했다.

정부는 2028년까지 공용 로봇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한국형 코스모스’로 불리는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코스모스는 젠슨 황 CEO의 엔비디아가 개발하는 AI 개발 플랫폼으로, 가상환경이지만 물리적 법칙이 적용되는 현실 같은 3D 환경을 조성해 로봇·자율주행 등 다양한 제품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산업부는 5년간 1800억원을 투입해 로봇 제조사와 부품사 기업들의 연구개발을 지원한다.

로봇 제조사들은 2028년까지 60kg 이하 무게, 50개 이상 자유도, 20kg 이상 페이로드를 갖춘 고사양 로봇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중과의 기술 격차, 과제로 남아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큰 과제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휴머노이드 로봇 특허 출원 건수는 중국이 5688건으로 압도적이며, 미국이 1483건, 한국은 368건에 불과하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모델을 공개한 세계 기업 66곳 가운데 중국기업이 40곳으로 61퍼센트를 차지했다.

업계는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해외 로봇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나 인수합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iM증권 이상수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레인보우로보틱스 외에 추가적으로 휴머노이드 관련 핵심 업체를 인수하는 이벤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레인보우로보틱스도 현재 협동로봇보다 휴머노이드 사업에 집중하며, 양산을 염두에 둔 새로운 휴머노이드 제품을 빠른 시일 내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028년 상용화 원년 전망

전문가들은 2028년을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원년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3년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이 주최한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촉발된 혁신 기술이 통상 15년 안팎에 상용화된다는 경험칙을 근거로 한다.

휴머노이드 전문 스타트업 에이로봇의 엄윤설 대표는 2028년 전후 상용화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엄 대표는 “수년 전부터 생성형 인공지능이 등장하며 로봇 개발 속도는 로켓을 단 수준으로 빨라졌다“고 말했다.

상용화 순서는 제조업이 첫 무대가 될 전망이다.

스마트팩토리 도입 이후에도 남은 단순 반복 업무에서 인력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어 조선과 건설, 국방과 농업, 마지막으로 가정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들이 배터리부터 반도체까지 전 주기를 제조할 수 있는 강점을 살려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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