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메리츠금융에서 지난해 스스로 옷을 벗은 임직원이 무려 전 직원의 20%가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낮은 직급·30세 미만 젊은 직원이 이직자의 대다수를 차지해 메리츠금융의 미래에 대해 젊은 직원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메리츠화재·증권 등 주력 계열사들이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직원들의 탈출러시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메리츠금융 출신 관계자들의 전언이나 직장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회사평을 들여다 보면 '지나친 성과주의'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에 대한 비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19일 메리츠금융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희망·퇴직해고 등의 사유가 아닌 자발적으로 타 기업으로 이직한 직원 수는 1000명에 육박하는 954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총 자발적 이직률’(해당 연도 총 근로자수 대비 자발적 이직자 수)은 무려 20.1%로, 전체 직원의 5명 중 1명이 메리츠금융그룹을 스스로 떠난 셈이다.
직급별로 살펴보면 사원·대리 등 낮은 직급의 이직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점도 타사에 비해 특이한 현상이다. 전체 954명의 이직자 가운데 무려 820명 즉 85.95%가 사원·대리 등 낮은 직급의 젊은 연령대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어 과장 차장 등 중간 직급이 79명(8.28%), 부장 49명(5.13%), 임원 6명(0.63%) 순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회 초년생에 해당되는 30세 미만 이직자가 295명으로 전체 이직자의 30.9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금융그룹의 자발적 이직률은 타 금융그룹과 비교해 봐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KB금융그룹은 자발적 이직률이 1.9%에 불과할 정도로 직원들의 충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그룹은 3.8%, 우리금융그룹은 4.3%, 하나금융그룹은 6.34%의 자발적 이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4대 금융 모두 한 자릿수의 낮은 이직률에 머물렀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이 두 자릿수의 높은 이직률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이전부터 지속됐다. 지난 2022년, 2023년 각각 14.8%, 14.9%의 두 자릿수 대 이직률을 기록하다가 지난해에 20%를 넘으면서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1년 이직률도 이미 12.7%로 두자릿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메리츠금융그룹이 지나친 성과주의에 매몰돼 직원들의 업무피로도가 너무 높아 결과적으로 이직이 잦은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메리츠금융의 주력 계열사인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등은 업계에서도 높은 보수를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문제는 적잖은 직원들이 고액 연봉조차 포기하고 회사를 떠나야할 만큼 일이 고되다는 얘기들이 새나온다는 점이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올해 상반기까지 지급된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9223만원으로 1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메리츠화재와 함께 손해보험 빅5를 이루는 나머지 4개사의 상반기 1인당 평균급여를 살펴보면 삼성화재 5528만원, DB손해보험 6440만원, KB손해보험 4900만원, 현대해상 4800만원 등이었다. 모두 메리츠화재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메리츠증권도 상반기에만 1인당 급여가 1억3139만원으로 증권업계 1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메리츠금융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지나치게 성과를 강요하고 있어 업무상 스트레스를 느끼는 구성원이 많다”고 귀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나친 스트레스로 힘들게 생활하다보니 연말이면 퇴사하지 않고 살아 남았다면서 ‘안도의 한 숨’을 쉬는 이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업무 부담으로 퇴사를 고려할 때 쯤 되면 연말에 기대 이상의 성과급이 나와 퇴사를 망설이게 된다"면서 "하지만 결국 건강을 해쳐 퇴사를 결정하는 동료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고 전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에 대한 평가는 5점 만점에 3.2점을 기록하고 있다.
게시판에 올라온 평가 글 가운데는 “(메리츠화재에 대해) 최악은 아니지만 경험하지 않았으면 하는 회사”라면서 ‘2.0의 낮은 점수’를 부여한 것도 눈에 띈다.
이같은 글을 올린 이는 회사의 단점으로 "인력부족으로 인한 업무량 부담, 편법 야근 묵인, 잦은 퇴사로 인한 업무 불안정성 등"을 이유로 지목했다.
또 다른 리뷰에서는 “공정하지 않은 평가 기준으로 완벽한 성과주의를 꿈꾸는 회사”라며 날선 비판을 올린 글도 눈에 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