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뉴스 문기수 기자] 석유화학업계가 수요 부진, 공급 과잉, 수익성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삼양그룹, LG화학, SK케미칼이 반도체, 바이오 등에 쓰이는 스페셜티 소재 사업으로 정면 돌파를 시도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그룹은 바이오-반도체, LG화학은 전기차용 소재, 금호석유화학은 패션산업 등 특정 산업에서 쓰이는 스페셜티 소재 사업으로 수익성 개선을 꾀하고 있다.
삼양그룹은 바이오·반도체 산업에 쓰이는 스페셜티 소재 사업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뤄내고 있다.
최근 화학업계에서 스페셜티 소재 사업을 통해 성과를 내면서 돋보이고 있는 곳은 삼양그룹이다.
삼양그룹의 스페셜티 소재 2종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되며 기술력과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제품은 삼양KCI의 생체친화적 소재 MPC(Methacryloyloxyethyl Phosphoryl Choline) 유도체와 삼양바이오팜의 흡수성 지혈제 써지가드다.
MPC 유도체는 인체 세포막의 주성분인 인지질을 모방해 피부 친화성이 높고, 피부 장벽 강화와 수분 유지력이 뛰어난 고기능성 소재다. 생체적합성 특징을 바탕으로 고보습·저자극 스킨케어 제품과 자외선 차단제에서 활용되고 있다.
써지가드는 삼양바이오팜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흡수성 지혈제다. 체내에 안전하게 흡수되는 생체적합 소재를 적용하고 수술 중 발생하는 출혈을 조절해 외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 여러 의료 부문에서 폭넓게 쓰인다.
삼양엔씨켐의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PR)용 폴리머 사업도 AI 수요 증가에 영향을 받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양엔씨켐의 3분기 누적 매출은 89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누적 영업이익은 128억원으로 60% 성장했다.
삼양엔씨켐은 PR 수요 확대에 영향을 받아 3분기 누적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삼양엔씨켐은 글로벌 반도체 업황 회복세 속에서 대만 등 글로벌 주요 고객사 대상 공급이 확대되고, 신규 양산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외형과 수익성이 동반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이엔드 NAND 및 EUV용 PR 소재 중심의 고부가 제품 비중이 지속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뚜렷하게 개선됐다.
앞서 삼양엔씨켐은 2015년 반도체 포토레지스트용 KrF 폴리머를 국내 최초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삼양엔씨켐은 10년간 지속적으로 기술 개발에 매진한 덕분에 반도체 업황 증가와 함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삼양엔씨켐은 올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과 함께 실적 확대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LG화학은 전지재료, 반도체 패키지 소재 등을 통해 매출 반등을 노리고 있다.
LG화학 첨단소재부문이 생산하는 스페셜티 제품들은 자동차·IT·산업·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요구되는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디스플레이 소재, 반도체 패키지 소재, 신재생·전지 관련 핵심소재 등이다.
LG화학의 전지재료 사업을 담당하는 첨단소재 부문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3조 4821억원, 영업이익은 2203억원이다. 매출 비중은 석유화학과 비교해 적지만, 6.3%라는 준수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적자를 내고 있는 석유화학 사업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를 통해 "첨단소재 부문의 기반 사업인 전자 소재, 엔지니어링 소재 내에서는 AI용 반도체 소재, E-모빌리티 소재 등 신사업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필름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AI 고성능 반도체용 액상 PID 개발을 완료했고, 차세대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인 포토폴리머 필름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공급 계약을 독일 기업 자이스와 체결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 역시 3분기 스페셜티 제품 판매 확대로 실적 반등의 실마리를 거머쥔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 첨단소재부문에서 생산하고 있는 주력 스페셜티 제품은 ABS, PC 등으로 가전제품, IT 기기, 자동차 등에 널리 사용되는 컴파운딩 소재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매출 4조 7,861억 원, 영업손실 1,426억 원을 기록하며 부진을 기록했지만, 스페셜티 제품 판매를 담당하는 첨단소재부문의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첨단소재부문의 영업이익률도 1분기 6.6%, 2분기 5.5%, 3분기 5.6%를 기록하는 등 준수한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첨단소재부문의 3분기 매출은 1조 22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했지만,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575억 원으로 50.9% 성장했다.
롯데케미칼은 첨단소재부문이 전방산업 수요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부가 제품 판매로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첨단소재부문 생산 역량 확대를 위해 롯데케미칼은 순천·광양의 설비에 3061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설비 준공은 내년 2분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범용 화학제품 시장의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스페셜티 소재로의 사업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기술력 확보가 화학업계의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