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대용량 저장과 운송 가능한 기술 개발
  • 박관희 기자
  • 승인 2018.03.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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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소 자동차 보급이 확대되는 등 수소가 일상생활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저장과 운송이 용이해야 하는데, 수소 저장‧운송 기술로는 초고압으로 압축하거나 액화를 하는 기술이 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운반 과정에서 폭발의 위험이 있고, 고가의 특수 장치가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다.

화학연, 수소 저장체와 촉매 독자적으로 확보

[Industry News 박관희 기자]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를 기존 대비 적은 비용으로 간편하고 안전하게 저장하고 운송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 박지훈 박사 연구팀은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서영웅 교수 연구팀과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한정우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로, 무한 청정한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를 기존보다 적은 비용으로 간편하고 안전하게 저장․운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바로 액상 유기물 수소 저장체 기술(이하 LOHC)에 쓰이는 액체 물질 및 촉매 제조 원천 기술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액체 상태인 화합물에 수소를 저장‧운송하는 LOHC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특수한 용기 없이 충전된 수소를 기존 인프라를 이용해 오랜 시간 저장할 수 있고, 더불어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이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운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사진은 연구 결과가 수록된 ‘ChemSusChem(켐서스켐)’의 저널 메인 표지 [사진=한국화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이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운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사진은 연구 결과가 수록된 ‘ChemSusChem(켐서스켐)’의 저널 메인 표지 [사진=한국화학연구원]

독일, 일본의 글로벌 기업 하이드로지니어스(Hydrogenious), 치요다(Chiyoda)는 최근 이 기술에 주목해 수소 운송·충전소·ESS 등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연구팀은 바로 이 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액체 및 촉매 제조 기술, 그리고 공정 전체를 한국 독자 기술력으로 개발했다.

LOHC 기술에서 중요한 요소는 세 가지다. 첫째, 액체 물질에 고압수소 탱크에 버금가는 대용량(질량대비 6% 이상)을 저장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 수소를 액체에 넣어 장시간 저장하기 위해서는 액체가 외부의 자극에 쉽게 변화하지 않고 안정성이 높아야 한다. 끝으로, 수소를 저장했다가 다시 용액으로부터 꺼내는 과정에서 탈수소화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반응의 효율이 높을수록 좋다.

연구팀은 새로운 액체 물질과 촉매를 개발해 첫 번째‧두 번째 요소(저장 용량과 안정성)를 기존 기술만큼 유지하면서 반응 효율을 높이고 수소 생산 비용을 줄였다. 독일, 일본 기술로는 270도 이상의 열을 가해줘야 반응이 일어나 액체에 있던 수소가 나올 수 있지만 국내 연구진은 이를 230도까지 낮췄으며, 같은 조건에서 2배 이상 빠른 수소 공급이 가능하게 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수소 저장용 액체 물질은 수소 저장이 가능한 톨루엔과 피리딘이 결합된 형태의 화합물인 ‘MBP’이다. 연구팀은 수소 저장 물질에 다른 원자를 추가하면 탈수소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계산 화학을 통해 물질에 산소, 질소, 인 등의 원자를 추가해보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액상 유기물 수소 저장체와 수소 저장·공급 반응 촉매 화학 공정 [사진=한국화학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액상 유기물 수소 저장체와 수소 저장·공급 반응 촉매 화학 공정 [사진=한국화학연구원]

그 결과 수소 저장 물질에 질소 원자가 1개 포함된 고리형 화합물을 추가해, 수소를 대용량으로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으면서도 탈수소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화합물인 MBP를 개발했다. 또한 연구팀은 값싼 물질로 MBP을 만드는 합성법을 최초로 개발해 LOHC 기술에 적용했다.

연구팀은 수소를 액체에 더하거나 빼내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촉매 제조 기술도 개발했다. 수소를 액체와 반응시켜 액체 안에 저장하는 과정에서는 Ru(루테늄)계 촉매를 사용했고, 저장된 수소를 액체로부터 분리해내는 탈수소화 과정에서는 기존 Pt(백금) 촉매를 대신해 Pd(팔라듐)계 촉매를 적용하였다. 반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각 촉매의 구조와 분산도를 개선했다.

연구팀은 현재 상용화까지 가능한 대량 생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파일럿 규모의 수소 저장체 제조 공정과 수소 저장·공급 시스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화학연 박지훈 박사는 “전세계에서 단 몇 개의 연구팀만 보유한 수소 저장체 및 촉매를 독자적으로 확보했다. 이는 수소 사회 진입의 걸림돌인 수소 저장‧공급 기술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향후 상용화를 위한 대량 생산 공정 연구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연구 성과는 지속가능한 화학 기술 분야의 권위지인 ‘ChemSusChem(캠서스캠)’의 2018년 4호 전면 표지논문(Cover Picture)으로 게재되었으며, 평가 위원이 선정하는 가장 중요 논문인 VIP(Very Important Paper)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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