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최인영 기자] 제조업에 인공지능(AI)을 입히는 AI 자율제조 선도프로젝트가 본격 시작된다. 올해에는 26개 프로젝트에 총 3조 7,000억원이 투입되며, 오는 2027년까지 200개 프로젝트가 수행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8일 안덕근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AI 자율제조 선도프로젝트 협약식’을 개최하고, 올해 추진할 26개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선도프로젝트에는 현대자동차, GS칼텍스, 삼성중공업, HD현대미포, 포스코, 에코프로, 대한항공, 코오롱, DN솔루션즈, 삼표시멘트, 제주삼다수 등 대한민국 제조업을 이끄는 대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산업부는 당초 10개 과제 모집에 213개 수요가 몰릴 정도로 산업계 관심이 높았던 점을 감안해 프로젝트 수를 26개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참여 기업 대다수는 제조 현장에 AI를 접목하는 것은 미래 생존을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인구 감소에 대응하면서 품질 정밀 관리 실현
섬유산업은 노동력 53%가 50세 이상으로 고령화가 심화된 업종이다. 숙련 기술자 은퇴로 인력난과 생산기술 단절이 가속화되는 현실이다. 코오롱은 AI를 통해 설비 상태와 품질을 실시간 감지하고 제어하는 한편, 무인 물류 시스템 등을 통해 공정을 자동화한다.
조선업의 경우에도 선박용 배관 공정은 숙련 용접공 은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부분 공정을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AI를 통해 배관 절단부터 용접까지 전 공정을 자동화하고, AI 기반 가변 용접 조건을 탑재한 로봇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제조업계는 AI를 도입하면 휴먼 에러(Human Error)를 줄이고, 정밀한 품질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 봤다. 특히 배터리, 항공, 방산, 반도체 등 첨단 테크 분야에서 수요는 더 크다고 판단했다.
이차전지는 최근 전기차 화재로 품질 확보가 중요해졌다. 세계 1위 양극재 기업 에코프로는 AI를 통해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공정상 오류를 미리 예방하고, 설비를 자동 제어해 최상 품질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올해 초 보잉기 볼트 결합 불량 사고로 항공기 분야에도 품질 확보가 이슈로 떠올랐다. 대한항공은 AI를 통해 항공기 동체 조립공정에 산업용 로봇을 도입하고, 작업지시·품질 검사 등을 모두 자동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AI를 활용하면 소비자 니즈 등 변화하는 시장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다. 이에 현대자동차는 AI와 로봇을 활용해 공정 계획과 스케줄을 최적화하고, 수요에 맞게 물류와 생산경로를 실시간 조정해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하는 다품종 유연생산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GS칼텍스는 AI를 통해 공정의 온도·압력·유량 등 주요 변수를 실시간 분석하고 제어해 휘발유·경유·등유 등의 시장 가격에 맞춰 생산 비율을 조정하는 등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탄소 배출을 저감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탄소 감축과 원가 절감에 이바지
에너지 다소비업종인 정유·철강·시멘트 등에서도 AI 도입은 필수다.
삼표시멘트는 AI를 통해 공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분석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탄소를 저감하는 방안을 찾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운영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철강은 2,000℃ 이상 고온과 고압에서 작업이 이뤄지며, 가스 발생 등 위험으로 작업장 안전 확보가 중요한 산업이다.
포스코는 제선·전로·압연공정 등 고위험 설비에 AI 자율제조를 도입해 작업자 안전을 확보하면서 제품 품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AI가 전 업종의 생산성과 원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제주 삼다수(JPDC)는 1년에 45억개 감귤을 검사해 이 가운데 8억개 이상 ‘못난이 농산물(과일음료용)’을 선별하고 있다. 작업자 육안 검사에 의존하다 보니 효율이 낮고 오류도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삼다수는 머신비전 AI를 통해 구분한 저품질 상품을 로봇을 이용해 선별한 후 농축액을 자동 패키징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정부·지자체 4년간 1,900억원 지원
산업부가 선정하는 26개 프로젝트에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총 12개 업종에서 26개 기업이 과제 주관사로 참여했다. 26개 기업은 대기업 9개, 중견·중소기업 17개로 구성돼 있다.
26개 선도프로젝트의 총 투자비는 3조 7,000억원 수준이며, 이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가 4년간 총 1,900억원을 지원한다.
특히 지방비 매칭은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었으나 지자체들은 긴급 예산을 편성해 26개 모든 프로젝트에 지방비를 매칭했다. 지자체는 생산인구 소멸과 지역산업 쇠퇴 등을 우려해 이번 선도프로젝트를 계기로 지역특화산업의 새로운 도약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산업부는 특히 △생산성 향상(30% 이상) △제조비용 절감(20% 이상) △제품결함 감소(50% 이상) △에너지소비 절감(10% 이상) 등의 효과를 기대했다.
아울러 올해 26개를 시작으로 오는 2027년까지 200개로 프로젝트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0개 과제를 통해 20조원 이상 국내 투자를 예상하며, 앞으로 선도프로젝트들은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7월 산업부는 선도프로젝트가 단발적이고 산발적으로 그치지 않고 모든 업종과 산업에 체계적이면서 효과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얼라이언스를 구성했다. 현재 12개 업종 153개 기관과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산업부는 업종별 로드맵을 마련해 얼라이언스 내 대기업부터 1~4차 벤더인 중견·중소기업까지 체계적이고 수직적으로 프로젝트를 확산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아울러 얼라이언스나 선도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AI 제조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총 100억원을 투입되며, 얼라이언스 내 12개 업종간사를 맡고 있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등 연구기관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기관들은 각 선도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와 기술 등을 바탕으로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고, 이르면 오는 2026년부터 제조 현장에 보급하기로 했다. 제조 기업이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자사 공정에 맞는 특화된 AI 제조 시스템을 자체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자체·공공기관도 AI 확산에 동참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에 참여 중인 정부·기업·연구기관 외에도 지자체와 공공기관도 제조현장의 AI 확산에 힘을 보탠다는 전략이다.
지자체는 지역 특화산업을 중심으로 선도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지방비 매칭 등 재정 지원을 지속한다. 이밖에 지역 내 AI 확산을 위해 구미, 창원, 부산 등에 AI 자율제조 거점센터 설립을 추진한다.
산업단지공단은 산단 내 입주 기업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공정혁신시뮬레이션센터(제품설계), 공정모듈센터(공정설계), 혁신데이터센터(데이터분석) 등을 통해 입주기업의 AI 제조혁신을 뒷받침한다.
한국모역보험공사는 얼라이언스에 참여한 기업의 AI 자율제조 관련 프로젝트에 5년간 10조원의 무역금융을 지원할 예정이다.
산업부 안덕근 장관은 “선도프로젝트를 통해 대한민국 제조업을 더 젊고 활기차게 만들어 AI 자율제조를 산업현장 구석구석까지 확산하겠다”며, “선도프로젝트가 대한민국 산업현장의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업종별 로드맵을 마련해 선도프로젝트를 2027년 200개까지 확대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도 자체 AI를 도입할 수 있도록 AI 제조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급하는 한편 지자체·산단 등이 보유한 기술·인력·장비·예산 등 인프라를 총동원해 AI 확산에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