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시황 (PG) / 사진 = 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김은경 기자]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와 한미 간 관세 협상 여파로 국내 증시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코스피는 하루 만에 4% 가까이 급락하며 116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자, 4월 7일(-5.57%)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셈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26.03p(-3.88%) 내린 3,119.41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32.45p(-4.03%) 하락한 772.79로 마감하며 800선이 붕괴됐다. 이날 하루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은 무려 116조원에 달한다.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 중 48개 종목이 하락했으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935개 종목 중 885개(94.7%)가 하락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코스피에서 각각 6,605억원, 1조721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도 7,534억원어치 팔며 향후 지수 하락에 베팅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세제 개편안을 지목하고 있다. 정부는 증권거래세 인상과 함께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적용되는 최고세율도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 안(25%)보다 높은 35%가 적용됐다. 

또 지난 7월 30일 발표된 대미 관세 협상이 기대에 못 미치며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자동차 관세 인상폭이 예상보다 높게 적용되면서 현대차, 기아 등 주요 종목이 이틀 연속 하락했다. 반면 일본 도요타 주가는 협상 직후 14% 넘게 오르며 대조를 보였다.

국내 증시의 낙폭은 아시아 주요국 대비해서도 확연히 컸다. 같은 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0.66%),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37%), 대만 자취안지수(-0.46%)는 모두 소폭 하락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한국 증시의 급락이 정책으로 인한 국내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증시가 급락하자 여당 지도부에서도 세제 개편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처럼 제기됐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SNS를 통해 “세제 개편안에 대한 우려가 많다”며 “10억원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 검토 등을 당내 조세정상화특위, 코스피5000특위를 중심으로 살피겠다”고 밝혔다. 이소영 의원과 이언주 최고위원도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강화에 반대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도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강유정 대변인은 “당이나 입법기관의 제안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을 통해 전임 정부의 감세 기조를 수정하고, 세수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자산 시장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도록 하겠다는 정책 기조와 충돌한다는 비판도 여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제 개편안이 실제 적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정책 리스크를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회 통과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이번 주는 상법 개정안이 주요 변수”라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세발 변동성 노출이) 길어질수록 증시 활성화,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의 진정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정부에서도 시장 반응, 투자자 의견을 수렴해가면서 과세 리스크를 완화하는 쪽으로 바꿔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

한편,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하향에 반대하는 국민청원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 청원이 게시 하루 만에 5만 명을 돌파했으며, 4일 오후 4시 30분 기준 12만7,232명이 동의했다. 청원은 30일 이내 5만 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심사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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