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뉴스 김은경 기자]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완화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기존안 강행 의지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코스피 5000’ 도달을 기대하던 투자 심리는 위축됐고, 이에 따라 거래대금은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공매도 규모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며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코스피 시장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10조2014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2023년 11월 23일(10조3585억원) 이후 약 1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한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14조원을 넘어서며, 공매도 전면 금지 직전이었던 2023년 11월의 17조원대에 근접하고 있다.
공매도에 활용되는 대차잔고 역시 96조6195억원으로, 이미 2023년 11월의 82조원을 뛰어넘었다. 이는 공매도 투자 수요가 크게 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반면 거래대금은 크게 위축됐다. 세제개편안 발표 직전인 7월 31일에는 16조4556억원에 달했던 코스피 시장 거래대금이, 8일에는 11조401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달 평균 거래대금은 10조502억원으로, 6월 평균(15조1998억원) 대비 15% 이상 줄었다.
개별 종목을 보면 공매도 집중도가 뚜렷하다.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순보유 잔고 비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한미반도체로, 지난 3월 말 0.65%였던 공매도 잔고 비율이 8일 기준 6.19%까지 약 10배 급증했다.
한미반도체는 AI 칩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제조 장비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으나, 한화세미텍이라는 경쟁사의 등장으로 공매도 압력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 외 공매도 비율이 높은 종목으로는 ▲SKC 5.12% ▲호텔신라 4.46% ▲신성이엔지 4.33% ▲LG생활건강 3.49% 등이 있다.
특히 LG생활건강은 거래대금 중 공매도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18.55%로, 3월 말 이후 누적 기준 가장 높다. K-뷰티의 인기로 주목을 받았지만, 해외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으며 공매도 타깃이 됐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분기 화장품 업종 전반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일부 기업들이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며 "그에 따라 공매도 투자가 활발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들이 눈에 띈다. 8일 기준 ▲제룡전기(5.46%) ▲다날(5.21%) ▲브이티(4.80%) ▲에코프로(4.79%) ▲두산테스나(4.30%)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공매도 비중이 높다는 것은 해당 종목의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다만 예상과 달리 주가가 급등할 경우 ‘숏 스퀴즈(Short Squeeze)’가 발생해 주가가 더 빠르게 오를 수 있다. '숏 스퀴즈'는 공매도 투자자가 손실을 피하기 위해 주식을 급히 되사들이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다.
실제로 호텔신라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가 지난 6일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한시적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이후, 4거래일 만에 20만주 넘는 대차 상환이 이뤄졌고, 공매도 평균 가격도 4만5937원에서 5만648원으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증가만으로 시장 과열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흐름이 이어질 경우 개별 종목의 급등락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잔고가 10조원을 넘는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시장 상승세가 둔화되고 공매도 비중이 늘어나면,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