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호기심 과학을 넘어 성장동력산업으로!
  • 월간 FA저널
  • 승인 2010.11.2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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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리서치 김 경 환 대표

한국이 정부 주도로 로봇기술과 산업을 육성한 지도 벌써 7,8년이 지났다. 그동안 한국의 로봇기술과 산업은 양적, 질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시장 규모도 업계 추산 8,000억원을 넘어섰으며, 로봇의 요소 및 시스템 기술도 일본, 독일, 미국 등 로봇 선진국과 일부 분야에서는 경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출범 초기, 제2의 반도체 신화니 자동차 산업 규모의 시장 창출이니 하고 떠들썩했던 것을 떠올리면 현재 로봇산업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초창기 산업에 대한 몰이해와 과도한 기대가 주원인이기는 하겠지만, 업계 추산 8,000억원대의 시장은 자동화 시장과 상당 부분 중첩돼야 가능한 수치이고, 산업 현장에서 마주치는 로봇 기술은 일반인들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고 있지 못한 수준이다.


필자는 이번 칼럼에서 그동안 초창기의 로봇산업이 수업료를 내고 배워온 것들을 몇 가지 짚어봄으로써 로봇기술과 산업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로봇의 정의 및 역사

여러분들은 로봇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필자가 자주 듣는 대답은 다음과 같다. ‘자동차 공장의 로봇 팔, 로봇 태권 브이, 로봇 청소기, 격투기 로봇, 터미네이터’ 등이다. 이렇게 대중들이 로봇에 대해 가지는 다양한 이미지가 로봇기술과 산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큰 장애로도 작용한다. 한마디로 무엇이 로봇인지 누구나 알 수는 있겠는데 딱 부러지게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고충이다.


로봇은 반도체, 자동차 산업 등 타 산업과는 매우 다른 역사를 걸어왔다. 로봇은 인간과 닮은 기계에 대한 문학적 상상에서 출발해 오랫동안 문학과 방송 미디어의 영역에서 지적 호기심의 대상이었으며, 아직도 이러한 호기심 과학은 진행형이다.


SF 영화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것은 물론, 외국에서 이러이러한 로봇도 개발됐다 하더라 식의 이벤트성 뉴스거리가 되기도 한다. 로봇이 생산기술로 인식돼 뜨거운 쇳물을 사람 대신에 부어주는데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한참이 지난 1960년대 미국에서다. 1980년대가 돼서는 로봇의 산업 응용이 확대일로를 걷는 한편, 인조인간에 대한 호기심 과학으로서의 로봇기술도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가정이나 공공장소에서 인간을 도와주는 로봇 기반 기술이 개발됐으며 그 중 일부는 상용화됐다. 로봇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러한 로봇 발달의 복잡한 역사와 양상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로봇의 다양한 측면을 좀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장 쉽게는 로봇기술을 지적 호기심이나 흥미로서의 로봇, 생산기술로서의 로봇(제조업용 로봇), 일상 생활의 파트너로서의 로봇(서비스 로봇)으로 구분해 이해하는 것이다. 이 3가지 이해가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섣부른 통합은 잘못된 오해를 낳는 법이고 각각이 지향하는 시장도 현재로서는 다르다.


로봇기술 현주소

자동차, 반도체, PC 등 모든 역사적(Historic) 산업은 절대 가치중립적이지 않고 공장과 사회를 끊임없이 변화시켜왔다. 이 점은 로봇도 마찬가지다.


제조업용 로봇이 공장에 도입되면 수익 창출과 인력 절감이라는 명분 아래 생산기술의 이노베이션을 가져온다. 로봇 없는 자동차 공장, 반도체 공장을 상상할 수 없듯이, 현재의 생산기술은 자동화 기술에서 로봇기술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은 대량 생산 체제 하의 자동화 기술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품질에 대한 요구가 까다로워질수록 로봇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다.


가정이나 공공장소에 로봇이 도입되면 그 변화는 혁명적일 것이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로봇 혁명을 공통적으로 예언하는 것도 로봇이 인간과 접했을 때의 혁명적인 변화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로봇기술이 약간 지능적인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로봇 혁명을 체감할 수 없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로봇청소기는 빗자루, 진공청소기와 더불어 바퀴 달린 청소 도구에 머물러 있다.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영어교사 로봇도 움직이는 어학용 재생기(플레이어)에 불과하고 영어 보조교사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다.


그러나 로봇기술은 인간이 행하는 작업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며, 일부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 신체에 있어서는 로봇 팔 기술이 전신형 로봇으로 발전해 일본 혼다 자동차의 ASIMO로 대표되는 휴머노이드나 인간과 흡사한 표정과 외형을 지닌 안드로이드를 만들고 있다. 효율적인 바퀴로 구동하는 전동식 휠체어는 보급 단계에 접어들었고 무인 자동차는 멀지 않은 미래에 상용화될 것이다. 아직 신체의 기능과 성능이 인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PC와 정보통신 발전에 힘입어 신체적인 결함을 극복하며 각종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환경을 인식하는데 드는 학습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다양한 정보를 고속통신을 통해 얻어내고 있다. 다소 신체성은 결여되지만 막강한 계산 능력, 정보 검색 능력, 네트워킹으로 무장한 비서 로봇이나 가정용 로봇이 가까운 장래에 상용화될 것이다.


로봇의 미래 모습

필자는 지적 능력을 갖춘 이러한 로봇이 우리 일상생활 속에 등장했을 때 인간이 겪을 당혹감을 짐작할 수 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다른 문명의 이기들과는 달리 로봇은 인간의 파트너로 대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강아지 로봇을 한 번 길러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그렇게 빈약한 지능을 가진 완구용 로봇에 대해서 왜 구매가 아니고 입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호모사피엔스와 정서적이고 지적인 교감을 가질 수 있는 로보사피엔스가 처음으로 출현하는 것이다. 로봇이라는 용어가 강제노역을 뜻하는 체코어인 robota에서 유래했으나, 이 단계에 이르면 로봇의 용어 자체를 파트너를 뜻하는 그 무엇으로 대체해야 할지 모른다. 이렇게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시나리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지만, 편안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 정보통신과 물리적인 인터랙션을 결합하려는 산업자본의 속성을 생각하면 20년 이내에는 인간과 로봇이 상당한 수준으로 파트너가 되는 세상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로보사피엔스의 시대가 오기 전에 로봇산업은 제조업용 로봇과 전문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기술 축적과 시장 확대를 이뤄 나갈 것이다.


제조업용 로봇 시장 ‘전환기’

제조업용 로봇은 회사의 수익 창출과 근로자들의 인력 절감이라는 모순된 존재 가치에도 불구하고 확대를 계속해가고 있다. 경제 성장의 둔화로 제조업용 로봇의 시장 확대를 비관하는 전문가들도 있으나, 필자의 견해로는 현재 제조업용 로봇 시장은 전환기라고 본다. 대량 생산에 맞도록 설계돼 있는 전용 라인 위주의 자동화 공장이 다품종 변량 생산, 유연 생산 공정, 인간과의 하이브리드 공정 등으로 변모하는 전환기인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전환기를 거치면 로봇이 중심이 된 자동화 공장 또는 인간-로봇 협업 공장으로 변신할 것으로 본다. 현재는 로봇을 도입하느냐 중국 등으로 이전해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을 지속하느냐는 갈림길에 선 기업가들도 결국은 로봇을 선택할 것이다. 그것은 현재 중국이 왜 인력 위주의 생산에서 자동화와 로봇 중심의 생산기술로 변신하려고 투자하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반면, 전문 서비스 로봇은 뚜렷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전제로 로봇 지능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 중이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청소나 설거지 같은 가사 업무에 수천만원의 로봇을 구매하겠는가? 그것도 로봇이 해놓은 일이 시원찮은데도 말이다. 그러나 미국의 국방 로봇, 우주 로봇, 의료 로봇, 일본의 빌딩 청소 로봇, 구조 로봇, 유럽의 재활 로봇에서 볼 수 있듯이, 로봇이 행하는 서비스를 전문화시키면 현재로서도 시장 경쟁력이 있다. 한국도 일반적인 서비스 로봇 기술 개발에서 벗어나 보다 집중적으로 전문 서비스 로봇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의 로봇 기술 이해

로봇이라는 용어의 차용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은 로봇에 대한 지적 탐구의 역사가 일천하고 로봇의 응용 기술 또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일본, 미국, EU을 로봇선진국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들 나름대로 로봇에 대한 지적 탐구와 고민의 결과가 튼튼한 기술 개발의 토양이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로봇이 인간과의 접점을 넓혀 가면 갈수록, 한국인의 관점에서 로봇 기술을 이해하고 한국의 실정에 맞는 로봇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로봇기술이 호기심의 과학을 뛰어 넘어서 정부나 민간이 모두 바라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성장해 한국이 21세기 로봇 기술 문명의 중심국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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