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LF가 패션 부문의 침체를 타개하고자 식품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20년에 가까운 식품 사업 경험에도 수익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풀어야할 숙제다.
이런 이유로 최근 LF의 식품 사업 확장 움직임이 오히려 무리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커지는 상황이다.
3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LF는 주력인 패션 사업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 식품 부문에 본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실제로 LF의 식품 사업 확장 움직임은 매우 공격적이다.
오는 8월에는 B2B(기업간 거래) 중심의 소스 제조업체 엠지푸드솔루션을 500억원에 인수하고, 11월에는 고급 브런치 레스토랑까지 오픈하며 제조부터 유통, 외식까지 밸류체인 완성을 꾀하고 있다.
특히 LF는 브런치 레스토랑 개점을 위해 지난 4월 서울 신사동의 한 빌딩을 400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LF 측은 이를 통해 “수직계열화를 통한 제조 효율성 강화와 원가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2007년 설립된 LF푸드는 20년 가까이 식품 사업을 이어왔지만 여전히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LF의 전체 매출 4303억원 가운데 식품 부문은 883억원으로 20.5%를 차지했지만, 영업이익은 고작 2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301억원)의 0.7% 수준에 불과했다.
식품 부문에서 LF푸드의 영업이익만 보면 전년 동기 대비 93% 감소한 1억원에 그쳤다.
◆ 몸집 불린 LF푸드, 시장 내 존재감은 여전히 ‘미미’
LF푸드는 지난 20년 가까이 모노치킨, 하코야, 한반12 등 가정간편식(HMR) 브랜드를 론칭해 사업을 영위해 왔다. 또 40여 개의 식자재 매장 모노마트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유통망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이번 엠지푸드솔루션 인수로 소스류 생산까지 아우르게 되면서 사업의 외형은 커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경쟁이 치열한 식품 시장에서 가시적인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LF푸드가 시장 내 존재감이 여전히 약한 상황에서 지속적인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려본들 의미가 있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LF푸드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HMR 분야는 CJ제일제당, 오뚜기, 동원F&B 등 강력한 플레이어들이 이미 자리 잡은 영역이다. 특히 HMR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의 ‘매대 점유율’이 성패의 관건인 상황에서 LF푸드는 여전히 존재감이 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LF, 아워홈 빠진 ‘LG그룹 단체급식’ 시장 정조준
LF는 한때 '헤지스' 브랜드로 대표되며 국내 패션시장을 이끌었지만 무신사 등 온라인 기반 브랜드의 약진 속에 입지가 쪼그라들며 성장 답보상태에 접어든 상황이다.
LF의 최근 3년간 매출만 봐도 이같은 흐름은 여실히 드러난다.
LF 매출은 2022년 1조9685억원, 2023년 1조9007억원, 2024년 1조9563억원으로, 3년 연속 1조9000억원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각각 1852억원, 574억원, 1261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과 2024년 사이 두 배 이상의 영업이익은 사업 호조로 인한 결과가 아닌 매장 철수와 인력 감축 등 긴축 경영에 따른 일회성 효과때문이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영업이익은 2022년에 비해 2023~2024년 크게 줄어든 셈이다.
당기순이익 역시 1773억원, 801억원, 901억원으로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이에 LF푸드의 식품사업 확대 배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LG그룹 계열사의 단체급식 공급처를 뚫을 선제적 준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LG그룹 계열사 급식은 오랜 기간 고(故) 구자학 회장이 이끈 아워홈이 맡아왔지만 지난 5월 아워홈이 한화그룹에 인수되며 ‘범 LG가’로서의 연결고리가 끊긴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LG디앤오는 아워홈과 계약을 종료하고 직접 급식을 운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LF푸드가 식품 사업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단체급식 인프라를 갖춘 범 LG가의 유일한 식품 계열사’라는 점을 부각해 아워홈의 빈자리를 노리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를 앞세워 급식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하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엠지푸드솔루션 인수를 통해 조미료·소스 등 단체급식에 필수적인 식재료를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진용을 갖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LF푸드 측은 “급식사업 진출 계획은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식품사업 강화는 제조 효율화와 품질 제고가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 LF의 식품 사업 확대, ‘큰 그림’ 있나
일각에서는 LF푸드를 앞세운 LF의 식품 사업 확대는 ‘큰 그림’ 없는 투자처럼 보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분기에 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LF푸드가 500억원을 들여 엠지푸드솔루션을 인수한 점이나, 신사동 건물 매입에 LF가 약 400억원을 쏟아부어 브런치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것이 얼마큼의 수익성으로 돌아올 수 있겠느냐는 근본적 지적이 만만치 않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LF가 수익성보다 외형 확장에만 집중하는 건 아닌지, 식품이 과연 LF의 ‘제2의 성장엔진’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패션 사업의 부진을 경기에 덜 민감한 식품으로 덮으려는 전략은 근시안적 판단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처럼 목적과 실적, 양측이 모두 없어 보이는 사업 다각화는 투자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