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전기차 보급 확산에 따라 사용후 배터리의 대량 발생도 예고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30년을 전후로 10만개 이상의 사용후 배터리 배출이 예상된다.
전기차에서 분리된 사용후 배터리는 셀 일부를 수리‧교체한 후 자동차에 다시 탑재하거나(재제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용도 전환이 가능해(재사용) 경제적 가치가 충분한 자원이다.
재사용이나 재제조가 불가할 정도로 수명이 남지 않은 배터리의 경우, 재활용을 통해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배터리 재활용은 필수적인 과정으로, 중금속 유출을 방지하고, 리튬·니켈 등 희귀 금속의 안정적 공급을 지원한다.
이에 사용후 배터리를 활용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산업 육성 정책 및 민간 차원의 연구개발이 활발히 추진 중이다. 그러나 기존의 재활용 공정은 에너지 소모 및 환경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기존의 재활용 공정이 지닌 단점을 극복하고자 관련 연구개발이 활발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폐배터리를 고전압 에너지저장장치에 활용할 수 있는 전기화학 기반 친환경 업사이클링(Upcycling)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원장 권이균) 자원활용연구본부 한요셉 박사 연구팀은 폐리튬이온배터리 양극재인 리튬 망간 산화물(LiMn2O4, LMO)을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이 기술은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로 주목받는 아연-망간 레독스 흐름 전지(Zn-Mn RFB, Redox Flow Battery)에 성공적으로 접목돼, 실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기존 황산망간 기반 전해액 수준의 초기 성능 확보, 250사이클 후에도 70% 이상 효율 유지
이번 연구는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리튬 망간 산화물(LMO)를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망간 이온(Mn²⁺)으로 전환하고, 이를 레독스 흐름 전지(RFB)의 전해액으로 활용한 업사이클링 공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 회수를 넘어, 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인 실질적 순환기술을 구현한 것이다.
전해액은 이후 수소이온 농도(pH) 조절만으로 망간과 리튬을 손쉽게 분리해, 재사용 가능한 전구체로 전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폐배터리를 전해액으로 활용하고, 다시 신규 배터리 소재로 전환하는 자원 순환형 배터리 생태계 구축에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은 900℃ 이상의 고온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고온 제련이나, 강산과 복잡한 화학 처리를 수반한 습식 제련 방식으로 에너지 소모가 크고 환경오염 우려가 높아 상용화에 제약이 많았다.
이에 반해 개발된 기술은 별도의 고온과 강산 처리가 필요 없는 전기화학 기반 공정으로, 에너지 소비와 환경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연구팀은 폐배터리에서 얻은 리튬 망간 산화물을 단순 분해하지 않고, 전기화학 반응을 유도해 망간 이온으로 전환한 뒤 전해액에 적용했다.
그 결과, 기존 황산망간(MnSO4) 기반 전해액과 유사한 초기 성능을 보였으며, 250사이클 후에도 70% 이상의 에너지 효율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특히, 연구팀은 멤브레인(Membrane, 물질의 이동을 물리‧화학적으로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분리막) 하이브리드 레독스 흐름 전지 구조를 통해 고전압과 장기 사이클 안정성 확보에도 성공했다. 앞으로 고효율‧장수명 ESS의 핵심 기술로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요셉 박사는 “이번 연구는 기존 재활용 기술의 복잡성과 환경적 부담을 극복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밝히며, “앞으로도 폐배터리 자원의 효율적 순환과 에너지 저장 기술 고도화를 통해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사회 실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고순도 천연흑연/청록수소 생산 및 공정 부산물 활용 기술 개발’ 과제(GP2025-031, 과제책임자 노기민 박사)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연구 성과는 부산대 박민준 교수 연구팀과 함께 나노기술 및 소재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국제학술지인 Small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