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뉴스 김은경 기자] 신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하며 국내 증시가 활기를 띠면서 상반기에 대형 증권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메리츠증권·삼성증권·KB증권·하나증권·키움증권·신한투자증권·대신증권)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4조48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조6838억원)보다 8020억원(21.8%) 증가한 수치다.
증권사별로는 한국투자증권이 1조252억원으로 가장 높은 순이익을 기록했고, 이어 ▲미래에셋증권 6641억원 ▲키움증권 5457억원 ▲삼성증권 4831억원 ▲NH투자증권 4651억원 ▲메리츠증권 4435억원 등의 순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 증가율로는 미래에셋증권이 80.3%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대신증권 44.6% ▲한국투자증권 44.2% ▲신한투자증권 25.1% ▲메리츠증권 19.9% ▲키움증권 14.4% ▲NH투자증권 10% 순이었다.
이번 실적 호조는 트레이딩(운용손익) 부문이 견인했다.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부문별 순영업수익을 공개한 7개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NH·삼성·메리츠·키움·대신)의 운용손익은 3조4003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6491억원) 대비 28.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브로커리지 순영업수익은 1조7712억원(12.1%↑), IB 부문은 1조2873억원(13.3%↑) 증가에 그쳤다.
운용손익은 증권사가 직접 주식·채권 등 금융상품을 운용해 얻는 수익이다. 올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에 따른 채권 평가이익 확대, 원화 강세에 따른 외화채 수익, 증시 활황으로 인한 주식 가치 상승 등이 실적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운용손익이 실적 좌우…한국투자·미래에셋 두각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운용손익으로 736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3899억원) 대비 89.1% 증가했다. 이는 전체 순영업수익의 46.6%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SK증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2분기에 채권으로 1800억원, 발행어음으로 650억원, 외화채에서 600억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했다. 2분기 기준 발행어음 잔액은 17조97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3.2% 늘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 사업 규모가 가장 크고, 구조상 채권 편입 비중이 높아 금리 하락의 수혜를 크게 받았다”며 “환율 변동으로 인한 외화채 이익, 카카오뱅크 배당 등도 실적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외화채를 중심으로 채권 자산을 확대하며 운용손익을 늘렸다. 채권 잔액은 37조원으로 전년 대비 4조1000억원 증가했고, 이 중 1조3000억원이 외화채로 파악됐다.
하반기에도 호실적 기대…‘1조 클럽’ 확대될까
증권업계는 하반기에도 운용손익을 중심으로 한 실적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이 종합금융투자계좌(IMA) 및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하면서 자산운용 여력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은 IMA를,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은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IMA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최대 300%, 발행어음은 200%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운용자산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특히 하반기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일정이 8월·10월·11월 세 차례 남은 만큼 기준금리 인하 시 채권평가이익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IMA와 발행어음은 고객 예탁금을 활용해 운용수익을 내는 구조로, 수신 기반 확대에 따른 수익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며 “금리 인하 구간에서는 채권 평가이익도 추가로 증가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증권사들이 상반기부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연간 ‘1조 클럽’ 가입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순이익 기준으로는 한국투자증권이 이미 상반기에만 1조원을 돌파했고, 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NH투자증권도 연간 1조원 돌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보면 ▲한국투자증권(1조1479억원) ▲미래에셋증권(8466억원) ▲키움증권(7338억원) ▲삼성증권(6433억원) ▲NH투자증권(6110억원) 등도 ‘1조 클럽’ 가시권에 포함됐다.
고 연구원은 “상법 개정에 따른 증시 자금 유입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리 인하와 증시 상승이 맞물리면 브로커리지·트레이딩 부문이 동반 성장할 수 있다”며 “발행어음과 IMA 인가에 따른 수신 기반 확대도 실적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