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강원도 강릉지역이 최악의 물부족 사태에 직면하자 비상이 걸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사태를 선포한데 이어 8월30일에는 직접 강릉 현지를 찾아 대책마련에 나서는 등 총력전을 펴고 있다.
물이나 공기 등은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것이지만 평시에는 그 고마움을 잊기 쉽다. 특히 극심한 가뭄이나 식수난에 허덕일 때에야 비로소 물의 귀함과 소중함을 새삼 깨닫곤 하는게 우리네 일상이다.
물은 인간이 매일 접하면서도 그 소중함을 종종 잊고 지내는 존재이나 사실은 생명 그 자체다. 음식 없이도 며칠을 버틸 수 있지만 물 없이는 하루도 생존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인체는 수분을 따로 저장할 수 없기 때문에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꾸준히 보충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갈증을 ‘물의 필요성’으로 오해한 나머지 뒤늦게 수분을 섭취하고는 만족한다.
전문가들은 “갈증은 이미 탈수의 신호”라며 수시로 물을 마시는 습관이 건강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건강을 위해 반드시 새겨들을만한 조언이다.
물을 건강하게 마시는 데에는 4대 원칙이 있다.
첫째, 얼음처럼 차가운 물보다는 체온과 균형을 이루는 15~20℃의 시원한 물을 마셔야 한다. 찬물은 일시적으로 청량감을 주지만 위장과 혈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둘째, 갈증을 느끼기 전에 물을 자주 섭취해야 한다. 탈수는 두통, 피로, 집중력 저하 등의 원인이 된다.
셋째, 야외 활동이나 등산 시에는 물병을 챙겨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수분 손실로 인한 근육 경련이나 어지럼증이 올 수도 있다.
넷째, 운동 중에는 수분을 즉시 보충해 근육과 혈액의 원활한 순환을 도와야 한다. 작은 습관이지만 이는 곧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핵심 원칙이다.
전문가들은 '생명체와 조화를 이루는 물'을 건강에 좋은 물로 정의한다. 전문가들이 꼽는 좋은 물의 7대 조건도 곱씹을만 하다.
첫째, 미네랄 성분을 균형 있게 함유하고, 둘째, 유해물질이 없어야 하며, 셋째, 산소와 탄산가스가 충분히 용해돼 있어야 한다.
넷째, 지나치게 경도가 높지 않아야 하고 다섯째, pH는 약알칼리성(7.4 전후)이 적절하며 여섯째, 물의 분자 집단이 작아 흡수력이 높아야 하고 일곱째,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이러한 조건은 단순히 ‘깨끗한 물’을 넘어 ‘생명과 조화를 이루는 물’의 기준이라 할만 하다.
물로 건강 지키는 '물 건강 십계명'
역사적으로 의학자 히포크라테스가 물을 치료에 활용한 것 처럼 좋은 물은 곧 약이자 건강의 토대가 된다. 전문가들이 정리한 ‘좋은 물과 건강의 십계명’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첫째, 하루 여덟 잔 이상, 매시간 한 컵씩 꾸준히 물을 마실 것.
둘째, 커피·술·탄산음료처럼 체내 수분을 빼앗는 음료를 가급적 피할 것.
셋째, 질병이나 회복기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수분을 섭취할 것.
넷째, 아침 공복에 물을 마셔 장기를 깨우고, 잠자기 전 물 한잔으로 밤새 부족했던 수분을 보충할 것.
다섯째, 목마르기 전에 규칙적으로 물을 섭취할 것.
여섯째, 물병을 항상 곁에 두어 수분 보충을 생활화할 것.
일곱째, 식사 전·후, 출퇴근 전후 등 상황별 습관을 만들어 의식적으로 물을 마실 것.
여덟째, 스트레스나 활동량이 많을 때는 수분 섭취량을 늘릴 것.
아홉째, 가능한 한 가장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실 것.
열째, 땀을 내어 체내 독소를 배출한 뒤 충분한 수분으로 균형을 유지할 것.
이같은 내용의 '물 십계명'은 수분 보충을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건강 관리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물의 신비한 특성과 과학적 의미
물은 단순한 액체 이상의 존재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은 약 77경 톤으로 추정되며, 그 가운데 97% 이상이 바닷물이다.
인체와 생물의 대부분은 물로 구성돼 있어 물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과학적으로도 물은 독특한 성질을 갖고 있다. 예컨대 물은 4℃에서 밀도가 가장 크며, 얼음은 물보다 가벼워 수면 위에 뜬다. 덕분에 겨울에도 강과 호수의 밑바닥은 얼지 않고, 수생 생물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
또한, 물은 높은 비열을 지녀 쉽게 데워지거나 식지 않아 인류가 혹한과 혹서를 견디게 한다. 뛰어난 용해성 역시 음식물의 소화와 영양분 전달을 가능케 하여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류 문명의 발상지는 모두 강 유역과 맞닿아 있다. 나일강, 티그리스강, 인더스강, 황하강 등은 농경과 정착 생활의 기반이 되었다. 아울러 고대의 수도교와 수로, 우물 문화는 토목기술의 발전을 촉진했다.
나아가 물은 단순한 생존 수단을 넘어 산업혁명에서 증기기관의 원동력이 됐고, 오늘날에는 수력·해양 에너지로까지 확장됐다. 바다와 강은 교통로로 문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뿐 아니라 인류 발전의 배경이자 원동력으로 자리매김돼 왔다.
물에 대한 철학과 종교적 의미
철학자와 종교인들은 물을 만물의 근원으로 간주했다. 탈레스는 물을 세계의 시원으로 규정했고,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 즉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면서 물의 겸허함과 이타적 속성을 도(道)의 경지에 비유했다.
불교와 기독교를 비롯한 다양한 종교에서도 물은 정화와 생명 탄생의 상징으로 통하고 있다. 힌두교의 갠지스강, 기독교의 세례 의식 등은 물이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성스러운 매개체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 역시 “물은 영원히 흐르는 현재”라며 물의 흐름에서 현재의 의미를 발견하며 철학적 통찰을 남기기도 했다.
국제연합(UN)은 물의 소중함을 전 세계가 공유하도록 1993년부터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생명을 위한 물’을 주제로 시작된 이 기념일은 의마가 크다. 해마다 물과 관련된 다양한 현안을 조명하며, 관련된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변화 가속화(2023)’, ‘평화를 위한 물의 활용(2024)’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와 연결 지어 물의 중요성을 환기시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82억 명의 인구 가운데 여전히 11억 명 이상이 안전한 식수를 얻지 못하고, 24억 명이 위생적인 용수를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은 국제사회의 공동 과제이자 풀어야만 할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물은 생명과 평화를 잇는 '다리'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근원이자 문명을 발전시킨 원동력이었고, 지금도 건강과 환경, 나아가 인류의 평화를 결정짓는 핵심 자원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듯 갈증이 오기 전에 수시로 물을 마시는 단순한 습관에서부터 국제사회의 수자원 관리까지, 물은 개인의 건강에서 지구적 차원의 지속가능성까지 두루 아우르는 '결정적 화두'이기도 하다.
필자는 늘 “태초에 인류가 자연에서 물을 얻는 법을 배워 생존했듯이 현대의 우리도 물을 소중히 다루는 작은 습관 속에서 건강과 활력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 덕분에 '물박사'라는 애칭도 얻게 됐다.
오랫동안 물의 중요성을 느끼고 연구하다보니 물이 삶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 몸에는 물 저장소가 없기 때문에 물은 목마를 때 마시는 것이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물 한잔, 낮에 3-4잔, 저녁에 잠 들기 전 꼭 물 한 컵을 마시는 습관을 잘 들여야 한다. 이같은 단순한 원칙만 지켜도 몸에 나타날 수 있는 각종 질병의 약 80%는 걸리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잠잘 때 종아리 등에 쥐가 나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이것도 근원을 들여다보면 물을 제대로 섭취하지 않아 생기는 현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살아가면서 물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늘 물을 가까이 하고 마신다면 물이 '건강의 동반자'라는 점을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류재근 한국교통대학교 연구교수 프로필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 석사를 거쳐 건국대에서 환경미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보건연구원 미생물부 연구관을 거쳐 국립환경연구원 원장, 한국환경기술진흥원 원장,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6~7대), 한국물환경학회 회장, 한국환경분석학회 명예회장 등을 지내면서 수질연구 등 물환경, 바이오, 환경분석과 관련된 분야에서 주로 일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초대 원장도 역임했다. 한국교통대 연구교수로 활동중이며, 환경원로들의 모임인 일사회(서울에코클럽) 회장을 맡고 있다. 대한민국 환경분야에서 '물박사'로 유명하며, '대한민국 환경 지킴이' 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