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중국의 태양광 신규 시장이 여전한 장밋빛 전망을 보여주며,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리스크’에 급격히 신규 설치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는 미국 시장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미국태양광산업협회(SEIA)와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기업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의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 정책으로 인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미국 태양광 설치 용량이 종전 전망보다 약 2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해 중국은 2030년까지 연평균 300GW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에 상반된 태도를 보이며, 향후 두 국가의 전략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중국전력기업연합회 전력발전연구원은 최근 ‘2025년 전력 저탄소전환 연회’에서 향후 5년간 중국 신재생에너지 신규 설비용량이 연평균 300GW에 이르며, 이에 따라 2030년 신재생에너지 총 설비용량이 2024년 대비 두 배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4년 말 기준, 중국 신재생에너지 총 설비용량은 전년 대비 25.0% 증가한 약 1,890GW에 달해 전체 발전설비 용량에서 56.0%를 차지해 석탄화력발전을 제치고 최대 전원이 됐다.
이 중 수력은 436GW, 풍력은 521GW, 태양에너지는 887GW, 바이오매스는 46GW를 기록해 2020년 기후정상회의(Climate Ambition Summit)에서 내세웠던 ‘2030년까지 풍력·태양에너지의 총 발전설비 용량을 1,200GW까지 확대’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이에 따라 발전량도 급증하고 있는데, 2024년에 중국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3,460TWh로 전년 대비 19% 증가해 총 발전량에서 35%를 차지했다. 이 중 풍력 및 태양에너지 발전량은 총 1,830TWh로, 전년 대비 27% 증가해 3차 산업의 전기 사용량(1834.8TWh)과 비슷했다.
신재생에너지발전 공급을 늘리기 위한 송전선 건설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2024년 말 기준, 초고압(Ultra High Voltage, UHV) 송전선로 42개를 완공해 신재생에너지 계통 연계가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한편, 중국의 전기사용량은 향후 몇 년간 연평균 약 500~600TWh 증가하며, 2030년에는 13,000TWh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산업구조 분석을 종합하면, 2030년 1차에너지 총 소비량은 66억~69억tce(tonne of coal equivalen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탄 자원량은 풍부하지만, 석유·가스가 부족한 중국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이용하는 것은 자국 에너지안보를 위한 필수 선택임을 알 수 있다.
또한, 2030년 비화석에너지 비중 2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풍력·태양에너지 발전설비용량이 최소 2,500GW에 도달해야 한다.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고려했을 때, 2030년까지 매년 200GW 이상의 신규 설비가 설치돼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국의 에너지안보, 산업발전, 탄소중립 목표 등을 달성하기 위해 제15차 5계획(2026~2030년) 기간에도 신재생에너지발전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업간 출혈경쟁에 中 정부 규제 대응
그러나 빠른 성장 이면에는 ‘출혈경쟁’이라는 구조적 위험도 자리 잡고 있다. 중국 내 산업 전반이 공급과잉과 가격경쟁 심화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한 가운데,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배터리 산업은 이러한 출혈경쟁이 가장 심각한 분야이다.
중국태양광업계협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주요 31개 태양광 기업의 매출액은 1,178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5% 감소했으며, 순손실액은 125억 8천만 위안에 달해 적자 폭이 274.3%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태양광 가치사슬 전반의 주요 제품 가격은 2020년 고점 대비 66~90% 가까이 하락했다.
ESS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2025년 상반기 2시간 ESS 제품 평균 낙찰가는 전년 동기 대비 69% 급락한 448.31위안/kWh에 그쳤으며, 배터리 셀 단가는 0.26위안/Wh까지 하락했다.
이로 인해 일부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가격을 낮춘 저사양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업계 경쟁력 약화 및 제품 품질과 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열 경쟁이 단기적으로는 시장 가격을 낮추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잠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와 국가시장관리감독총국은 일부 산업의 내부 출혈경쟁 문제를 규제하기 위해 27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가격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중국 가격법 개정(안)’은 불공정 가격행위를 판별하는 기준을 보완하고 시장가격 질서를 확립해 중국 내 출혈경쟁을 규제하고, 불공정 가격행위로 경쟁상대를 배제하거나 시장지배력을 제고하기 위해 저가 판매하는 행위, 영향력·경쟁력 우위 등을 이용해 강제 또는 끼워팔기 방식으로 재화를 판매하거나 용역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행위 등이 추가됐다.
또한, 처벌기준을 높여 위법 사항이 무거우면 최대 5만 위안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벌금은 최대 5만 위안으로 낮기 때문에 실질적 구속력은 부족할 수 있다.
결국 중국은 한편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키워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내부 산업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