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인공지능(AI)의 등장과 함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기존에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들이 AI를 기치로 산업 전반에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변화의 바람은 태양광 산업에도 불어오고 있다. 특히, 도드라지는 분야가 ‘O&M(유지보수)’이다. 사후 대응 중심이던 기존의 O&M이 선제적·예방적 관리의 O&M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한국중부발전 인천발전본부(이하 인천발전본부)’가 있다. 최근 인천발전본부가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의 태양광발전소에 국내 발전사 최초로 ‘AI 기반 고장진단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가 직접 그 현장을 찾아 AI가 어떻게 태양광발전소의 운영 및 관리를 바꿔놓고 있는지 살펴봤다.
AI가 운영·관리하는 ‘무인발전소’ 구현
태양광발전소는 최소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설비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여름에는 폭우와 태풍, 겨울에는 폭설과 한파에 시달린다. 여기에 미세먼지, 낙엽, 조류 배설물 같은 일상적인 오염까지 겹치면서 패널, 인버터 등 발전설비는 장기간 지속적으로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한 설비 이상은 효율 및 출력 저하, 발전소 화재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간 안정적인 발전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O&M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기존의 태양광 O&M은 문제 발생 이후 대응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인천발전본부 신재생설비팀 박종성 팀장은 “지속적으로 발전소 이상을 감시할 상주 인원을 두기에는 무리가 있는 태양광발전소의 특성상 고장이 나도 뒤늦게 발견되거나 현장 방문 시에도 정확한 원인 파악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며, “이에 AI에 기반한 고장진단 플랫폼 도입을 결정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인천발전본부의 이번 플랫폼 구축이 주목받는 이유는 ‘AI’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 있다. 태양광발전소의 고장진단을 단순 지원이 아닌, 앞장서 발전소 이상 유무를 스스로 파악하고 학습해 사전 예방 및 정확한 문제 발생 원인을 파악한다.
현장 인력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수기로 해야 했던 작업을 AI가 대신 수행하는 것이다. 인버터, 모듈 전류·전압, 기상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분석해 고장 및 성능 저하를 조기 진단하며, 이상 징후는 관리자 화면과 모바일 알림으로 즉시 전달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발전량 예측 정밀화, 운영 최적화, 디지털 자산 관리 체계 고도화에 활용돼 AI 분석을 기반으로 미세한 성능 저하까지 사전 감지한다. 이를 통해 발전 손실을 최소화하고, 설비 수명 연장과 안정적 전력 공급에 기여한다.
박 팀장은 “태양광 패널 속 보이지 않는 ‘미세 균열’ 등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들었던 위험 요인까지 AI가 실시간으로 잡아낸다”며, “진정한 의미의 ‘무인발전소’로 가는 첫걸음이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 감지 95%, 발전량 예측 99%’ 비결은? 스트링 단위 전압·전류 추정기술
인천발전본부가 자신 있게 ‘완전 무인화’를 꿈꿀 수 있던 비결은 본부 내 상황실에 구축된 모니터링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AI 기반 태양광 고장진단 플랫폼의 대시보드 화면에서는 일사량부터 모듈 온도, 인버터 출력 및 주파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더욱 놀라웠던 점은 발전설비의 스트링 단위까지 이상 유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태양광발전소의 이상 유무를 파악하기 위해 폭넓게 사용되는 장비들이 있다. 모듈 온도, 바이패스 다이오드 등을 파악하는 열화상 카메라, 발전소 전반 이상 유무를 파악하는 드론 등 고가의 장비가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인천발전본부가 구축한 ‘AI 기반 고장진단 플랫폼’에서는 이러한 장비들이 필수적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전압·전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장진단 알고리즘에 있다. 발전설비의 스트링 단위 전압·전류 데이터를 수집, 기상 데이터와 융합 분석해 설비 상태를 실시간 분석·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플랫폼은 국내 AI 디지털 O&M 전문기업인 제이케이코어(JKCORE)와의 협력을 통해 개발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으로부터의 기술이전을 기반으로, 데이터 자립 기반의 운영 체계를 구현했다.
제이케이코어 김창준 대표는 “발전소별 기후·입지·설비 구조 차이를 반영한 국내 환경 맞춤형 AI 진단 체계를 적용해 도심형 대규모 발전소인 인천 아시아드에서도 높은 신뢰도로 이상을 조기 탐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구축을 주도한 제이케이코어에 따르면, 초기 실증에서 스트링 단위의 전압·전류 추정기술과 기상데이터를 융합 분석한 결과 이상 감지 정확도는 95% 이상, 발전량 예측은 99% 수준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현재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표방하는 상당수의 플랫폼은 보통 일사량에 기반해 출력이나 발전량 데이터만 예측하는 정도”라며, “이에 반해 당사의 플랫폼은 전압·전류의 추정을 통해 고장점을 찾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바이패스 다이오드를 예로 들면, 전압·전류 추정 없이는 고장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당사의 플랫폼은 전압·전류 추정을 통해 고장 원인을 명확히 파악할 뿐만 아니라 고장 코드별로 세분화해 어떠한 조처를 해야 하는지도 제시해준다”고 덧붙였다.
이를 토대로 향후 연간 발전손실을 최소 3~5%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태양광발전소 기준, 약 150~200MWh 추가 발전과 수천만원 규모의 발전수익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격 진단·대응 기능을 통해 불필요한 점검 차원의 정기 순시나 고장 원인 확인을 위한 긴급 출동을 30% 이상 줄임으로써 인건비·점검비용을 연간 약 2~3천만 원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이케이코어 관계자는 “무엇보다 지붕 위 모듈 점검, 전력실 내부 설비 진단, 협소한 배선 공간 접근 등 낙상·감전 위험에 노출된 작업 빈도를 크게 줄여 인명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잠재적 안전사고 발생 위험을 40% 이상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구축 과정에서 제이케이코어의 AI 기반 고장진단 플랫폼은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이상을 판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버터 내부 화재에 따른 정지 고장 △출력 제한으로 이어진 전류 저하 △수목 음영으로 인한 발전 효율 저하 등을 정확히 진단하며, 설비 운영 전 과정에서 신뢰성을 입증했다.
국내 최대급 도심형 단일 부지 태양광발전소인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은 AI 기반 고장진단 플랫폼의 확장성을 가늠할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한다.
실증으로 축적된 데이터는 디지털 자산 관리의 기반이 돼 설비 이력관리·부품 수명관리·예방정비 최적화에 활용되며, 나아가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공급 신뢰도를 높여 기업·산업단지의 RE100 이행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인천발전본부는 이번 AI 기반 고장진단 플랫폼 구축이 끝이 아닌 시작임을 명확히 했다. 발전소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 초석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금번 실증을 시작점으로 본부 전체 태양광 설비를 아우르는 통합 관리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발전량 예측 정밀화–운영 최적화–디지털 자산 관리 고도화로 이어지는 3단계 발전 전략을 추진한다.
장기적으로는 중부발전 전사로 확대해 디지털 전환 경쟁력을 높이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뒷받침하는 참조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한국중부발전 류지영 인천발전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태양광발전소에 AI 고장진단 플랫폼을 도입하게 된 계기는?
태양광은 출력 변동성이 크고 예기치 못한 이상이 발생하기 쉬운 발전설비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유지관리는 주기적 점검과 육안 확인 위주로 진행됐다. 이는 고장이 발생하면 사후 대응에 치중할 수밖에 없어 효율적인 운영 및 안전성 향상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러한 한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AI 기반 고장진단 플랫폼’을 도입했다.
AI 기반 고장진단 플랫폼 구축이 지니는 의미는?
사고를 예방하는 발전소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시스템 도입을 넘어 설비 관리 패러다임을 선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전략적 행보라고 볼 수 있다.
AI 고장진단 플랫폼의 핵심 기능은 무엇인가?
플랫폼 구축을 통해 현장에 가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AI가 실시간으로 설비 상태를 진단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기존 방식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잠재적 고장 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스스로 학습하는 AI는 현장 맞춤형 최적화된 결과를 도출하기 때문에 운영 효율과 안전성을 크게 높인다.
이번 플랫폼 구축에 따른 기대효과는?
플랫폼 도입을 통해 95% 이상의 이상 감지 정확도와 99% 수준의 발전량 예측 성능을 확보했다. 이는 운영 효율 향상과 발전 손실 최소화로 이어진다. 또한, 불필요한 현장 출동을 줄임으로써 운영비 절감과 안전성 강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나아가 축적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장기적인 설비 최적화와 예방정비 계획 수립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기존의 고장진단 플랫폼과 인천발전본부가 구축한 플랫폼이 보여주는 차별점은?
현재 국내 시장에 공급되는 상당수의 고장진단 플랫폼은 사후 대응 중심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일부 외산 솔루션 역시 국내 발전 환경과는 맞지 않아 적용이 어렵거나 데이터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이에 당사는 제이케이코어와의 협력을 통해 현장 맞춤형 진단 기능을 구현했다. 실증을 통해 단일 부지에 구축된 MW급 대규모 태양광 설비에서도 성능을 입증했으며,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발전량 예측과 예방정비까지 가능한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이 주요 차별성이다.
AI 기반 고장진단 플랫폼의 활용 계획은?
인천발전본부는 현재 31.6MW 규모 연료전지와 4.32MW 규모 태양광발전을 운영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한국중부발전 내에서 인천발전본부가 가장 많은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운영 중이다. 또한, 여전히 인천발전본부 내에 유휴부지가 상당한 만큼, 더욱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실증 성과를 바탕으로 인천발전본부 전체 태양광 설비를 아우르는 전사적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더 나아가 발전량 예측 정밀화, 운영 최적화, 디지털 자산 관리까지 고도화할 계획이다.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한 인천발전본부의 내년도 주요 사업 계획 및 향후 목표는?
기업과 산업단지의 안정적 재생에너지 활용을 뒷받침하고, AI 기반 고장진단 플랫폼을 한국중부발전에서 운영 중인 전체 발전소로 확대해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디지털 전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