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배와 사과를 한 소비자가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배와 사과를 한 소비자가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올해 추석 선물 시장이 뚜렷한 양극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대에 달하는 프리미엄 선물이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3만~5만원대의 실속형 가성비 선물이 판매를 견인하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 플랫폼의 확대, 건강·환경 가치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며 올해 추석 소비 풍경은 과거와 사뭇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4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최장 10일간의 추석 연휴를 맞아 주요 유통업체들은 프리미엄과 가성비를 동시에 겨냥한 다양한 선물세트를 내놨다. 

고물가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진 가운데, 체면을 중시하는 전통적 수요와 실속을 추구하는 합리적 소비가 동시에 분출되면서 선물 시장은 ‘양극화’가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은 분위기다.

이마트의 경우 사전예약 판매(8월 18일~9월 21일) 매출이 지난해 대비 21.6% 증가했다. 특히 8월 18일부터 9월 4일까지 과일 세트 사전예약 매출을 집계한 결과, 상위 4개 품목이 모두 5만원 미만 상품으로 나타났다. 

이마트는 본 판매에서도 동일한 혜택을 유지하며 이같은 분위기를 지속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홈플러스는 전체 사전예약 선물세트의 64%를 3만원 이하로 구성했다. 본 판매에서도 ‘전통 나주배 세트(5만원대)’, ‘GAP 사과 세트(6만원대)’, ‘GAP 사과·배 혼합세트(6만원대)’ 등 가성비 신선식품을 집중적으로 내놨다. 

특히 ‘보먹돼 BBQ라인업 냉장세트(3만원대)’와 같은 초저가형 상품도 출시하며 물가 부담을 의식한 소비자층을 공략했다. 

롯데마트 역시 800여 종의 사전예약 세트 중 40% 이상을 5만원 미만으로 구성했으며, 물가안정 캠페인을 통해 사과·꽃게 등 주요 품목의 할인행사도 진행했다.

 

현대백화점 2025년 추석 선물세트 ‘한우 특수부위 세트 매(梅)’./사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2025년 추석 선물세트 ‘한우 특수부위 세트 매(梅)’./사진=현대백화점

◆ 체면·격식 중시하는 프리미엄 소비, 여전히 강세

한편, 백화점 업계는 프리미엄 선물로 차별화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보다 10% 늘린 11만 세트의 한우 선물을 준비했다. 최고가 300만원대 ‘현대명품 한우 넘버나인(No.9)’부터 10만원대 소포장 ‘현대 한우 소담 성(誠)’까지 폭넓은 가격대를 구성하며 고객 선택지를 넓혔다.

신세계백화점은 하이엔드 푸드홀 ‘하우스 오브 신세계’ 전용 디저트 세트와 건강식품 ‘경옥채’ 프리미엄 기프트를 앞세웠다. 산양산삼과 러시아 녹용 원료를 활용한 고급 건강제품은 고연령층은 물론 중장년층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와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10만원 이하 와인부터 1억원대 희소성 제품까지 폭넓게 구성했으며, 자사 주최 와인 콘테스트 수상작 6종도 단독 판매해 차별성을 강조했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100만원대 한우 세트가 사전예약 단계에서 매진됐다”며 “경기 불황에도 가족이나 거래처에는 여전히 체면을 중시하는 소비가 이어진 듯 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추석의 경우&nbsp;예년보다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이 명절 소비의 주 무대로 자리 잡은 점도&nbsp;특징이다. 네이버는 추석 연휴에도 7일을 제외하고 새벽배송에 나선다./이미지=네이버<br>
올해 추석의 경우 예년보다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이 명절 소비의 주 무대로 자리 잡은 점도 특징이다. 네이버는 추석 연휴에도 7일을 제외하고 새벽배송에 나선다./이미지=네이버

◆ 온라인·건강·뉴트로…달라진 추석 소비 풍경

올해 추석의 경우 예년보다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이 명절 소비의 주 무대로 자리 잡은 점도 특징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추석 선물세트 검색량은 전년 대비 40% 증가했으며, 라이브커머스 방송 매출도 급증했다. 

쿠팡은 새벽배송·로켓배송을 활용해 ‘추석 전날까지도 선물 가능’을 내세웠고, 신세계그룹은 물류센터를 24시간 가동하며 냉장·냉동 신선식품 배송에 총력을 기울였다. 

전통시장 역시 온라인 주문을 통한 과일·채소 당일 배송 서비스를 확대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상품 구성 또한 전통적 한우·굴비 세트를 넘어 다양화됐다. 와인, 수입 치즈, 콜드브루 커피, 밀키트 등 ‘뉴트로형’ 상품이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무알콜·저도주 술 세트, 비건 식품 패키지 등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실제로 직장인 김모(35)씨는 “예전에는 비슷한 가격대에서 선물을 골랐는데, 요즘은 아예 두 갈래로 나눈다”며 “부담 없는 가격의 실속형과 체면용 프리미엄을 동시에 준비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추석 선물은 단순한 물품을 넘어 세대별, 계층별 소비 트렌드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앞으로 명절 소비는 프리미엄·가성비 양극화, 온라인 중심화, 건강·환경 가치 확산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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