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 등 자사 인공지능(AI) 모델 학습에 뉴스 콘텐츠를 무단 사용하고 있다며 언론 단체들이 수백억원대의 저작권 피해 배상 소송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 같은 소송은 올해 1월부터 제기됐지만 AI 정책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제도 개선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방송협회와 신문협회의 소송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KBS·MBC·SBS 공중파 3사는 지난 1월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를 상대로 AI 저작권 침해 관련 각사에 2억원씩 총 6억원을 배상하도록 하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고 13일 밝혔다.
최 의원은 부분 피해액이 5억원을 넘길 경우 배상액 조정 과정을 거치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방송협회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피해 배상액을 청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송협회는 소장에서 “네이버의 AI 학습 데이터세트는 블로그, 카페, 뉴스, 댓글, 말뭉치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가운데 뉴스가 13.1%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며 “네이버의 AI가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는 과정에서 국내 언론사들이 제작한 뉴스 콘텐츠를 무단 사용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또 하이퍼클로바X에 기반한 네이버의 AI 서비스 클로바 X에 뉴스를 학습했냐고 물었을 때 인정하는 답변을 내놓고 있지만, 네이버는 이용 허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신문협회 역시 네이버가 시장 지배적 지위와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개발과 운영에 뉴스 데이터를 일방적으로 사용했다며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최 의원은 앞으로 공정위가 내린 결론을 토대로 언론사별 손해배상청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신문협회는 공정위 신고장에서 “네이버의 행태는 저작권 침해일 뿐 아니라 언론사가 뉴스 콘텐츠를 기반으로 영위하는 사업 활동을 심각하게 침해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사업 활동 방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네이버가 ‘큐’와 ‘AI 브리핑’ 등 자사 생성형 AI 기반 검색 서비스 결과에도 뉴스를 무단 복제·요약·재구성해 답변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문협회는 “사용자가 원문 확인을 위해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할 필요성을 줄여 언론사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며, 이 과정에서 원문을 왜곡하거나 중요 정보를 누락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AI의 뉴스 데이터 학습을 둘러싸고 언론 단체들과 네이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지만 AI 정책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저작권 분쟁 해결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도니다.
AI 학습에 뉴스를 무단 사용하는 행태와 관련한 질의에 과기정통부는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와 AI 사업 혁신을 위한 활용 사이 균형감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9월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저작권 침해 문제와 관련해 중소기업만 면책해 주는 법안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대조적이다.
해외에서도 AI 저작권 관련 제도 개선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연구 목적의 텍스트·데이터 활용(TDM)은 무조건 허용하되 기업 등 일반적인 데이터 활용은 저작권자가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을 때만 허용한다.
일본은 2018년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연구 목적뿐 아니라 상업적 목적의 TDM까지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공정 이용 원칙을 충족하면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도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상업적 목적이어도 공익성이 클 경우 허용한다.
최 의원은 “과기정통부는 AI 저작권 문제의 제도 개선과 가이드라인 마련을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AI 학습과 활동을 위해 저작권 면책 요건을 마련하고 저작권자에게 적절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등 국회와 정부가 제도를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