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최종윤 기자] 스마트제조의 최신 기술과 글로벌 혁신 전략을 공유하기 위한 장이 포항에서 열렸다.
Apple 제조업 R&D 지원센터(Apple Manufacturing R&D Accelerator)가 지난 9월 23일부터 24일까지 양일간 포항공과대학교 POSCO 국제관에서 ‘스마트 제조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과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세계적인 로봇공학자 UCLA 데니스 홍 교수와 세계경제포럼(WEF) 관계자, 애플 본사 및 국내외 학계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스마트 제조 포럼’ 현장은 첫날부터 400여명의 참석자들로 가득찼다.
본지가 매년 찾은 포럼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모습이었다.
애플의 카란 타칼레(Karan Takale) 디렉터는 개회사에서 “AI·머신러닝·디지털트윈 등 스마트 제조 핵심 기술을 중소기업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이번 포럼의 목표”라며, “Apple 제조업 R&D 지원센터 프로그램은 중소기업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직접 참석한 포항시 이강덕 시장도 환영사를 통해 “철강산업 침체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피지컬AI와 첨단 제조기술은 지역 제조업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대안”이라며, “Apple 제조업 R&D 지원센터가 이미 50여종의 분석 장비와 맞춤형 컨설팅으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왔듯, 앞으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로벌 전문가가 제시한 제조업의 미래
‘스마트 제조 포럼’의 첫 강연은 세계경제포럼(WEF) 페데리코 토르티(Federico Torti) 선임전문가가 ‘스마트 제조의 확산 : 글로벌 리더의 통찰과 SME를 위한 시사점’이란 주제로 행사의 포문을 열었다.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는 페데리코 토르티(Federico Torti)는 “오늘날 불확실성은 주기적(cyclical)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structural) 현상이며, 이를 기회로 바꾸는 기업들이 새로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데리코 토르티(Federico Torti)는 WEF가 운영하는 ‘글로벌 라이트하우스 네트워크(Lighthouse Network)’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AI와 디지털트윈, 머신러닝을 활용한 기업들은 공급망 혼란을 단순히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특히 중소기업의 디지털전환은 국가 제조 경쟁력의 핵심이며, 애플이 운영하는 제조업 R&D 지원센터와 같은 모델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후에는 세계적인 로봇공학 석학이자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인 데니스 홍 교수가 연사로 초청돼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데니스 홍 교수는 강연에서 ‘AI 시대의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업의 새로운 도구인가’란 주제로 전 세계의 관심사인 피지컬 AI의 현황을 짚으며, “제조업 분야에서 피지컬 AI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 정비와 핵심 기술 내재화가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지컬 AI는 단순한 기술의 결합이 아니라, 제조업 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며, “제도적 기반 정비와 핵심 기술 내재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한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피지컬AI는 결국 사람과 로봇이 협력하는 자율 제조 체제를 완성하는 기반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둘째 날인 24일에는 전국의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Apple 제조업 R&D 지원센터를 찾아 애플의 스마트 제조 관련 노하우를 공유하고, 참가자 간 네트워킹을 진행했다.
오전에는 중소기업의 스마트팩토리 구축 성공사례를 공유해 스마트 제조 혁신에 대한 동기를 부여했으며, 오후에는 스마트데이터·스마트공정·스마트품질 분야의 교육과 랩 소개 및 UV 측정장비 등 여러 장비 소개가 이어졌다.
Apple 제조업 R&D 지원센터, 중소기업 혁신의 거점
이번 포럼의 주최 기관인 ‘Apple 제조업 R&D 지원센터’는 애플과 포항공과대학교가 함께 설립한, 전세계 최초의 중소 제조기업 지원기관이다.
2022년 포항공과대학교 캠퍼스에 문을 연 이 기관은 현재 애플, 포항공과대학교, 경상북도, 포항시의 상호 협력 아래 운영되고 있다.
센터는 데이터·공정·품질 등 3대 랩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데이터랩에서는 머신러닝, 딥러닝, IoT 기술을 활용해 제조 현장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방법을 교육한다.
공정랩은 예방정비, 공정 최적화 기법을 제공하며, 품질랩은 3D CT, X-ray, 비전센서 등 첨단 장비를 기반으로 품질 평가와 결함 분석을 지원한다.
실제 지원 사례도 다양하다.
한 반도체 부품사는 “과거에는 외부 기관에 의존해 시간이 오래 걸렸던 구조 분석을 센터의 X-ray 장비와 엔지니어 컨설팅 덕분에 현장에서 즉시 진단하고 설계 변경까지 단축할 수 있었다”며 특허 성과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했다고 밝혔다.
한 농산물 가공업체 역시 “마늘 꼭지 제거 공정 자동화 컨설팅을 계기로 포장·품질 관리 설비까지 단계적 스마트화를 추진하게 됐다”고 경험을 전했다.
이처럼 센터는 단순히 장비 제공을 넘어, 중소기업이 스스로 데이터 기반 문제 해결 역량을 내재화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스마트 제조 포럼’은 글로벌 빅테크와 세계적 석학, 국내 중소기업이 한자리에 모여 제조업의 미래를 논의한 자리였다.
특히 피지컬AI, 디지털트윈, AI 기반 품질관리 등 핵심 기술은 이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제조업체의 생존 전략이자 성장 동력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Apple 제조업 R&D 지원센터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중소기업이 현실적인 단계별 스마트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작은 변화가 큰 혁신으로 이어지는 ‘자율 제조’의 시대, 포항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그 가능성을 생생히 보여준 무대였다.
이 흐름은 오는 11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이어지는 ‘SME Week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이어진다.
센터만의 스마트 제조 교육과 함께 품질 분석 장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랩 투어, 1:1 컨설팅, 네트워킹 세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SME Week에서는 1:1 컨설팅을 통해 기업이 겪고 있는 기술·공정상의 문제를 각 랩 엔지니어와 함께 논의할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선착순 사전 등록이 진행 중이며, 스마트 제조 혁신을 직접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