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상용 시제차 주행시험을 담당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들이 사실상 현대차의 지휘·명령 아래 근무한 만큼 직접 고용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협력업체 직원 A씨 등 16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 등은 남양연구소에서 트럭·버스 등 상용 시제차량의 내구성을 평가하기 위해 주행시험로를 일정 조건에 따라 운행하는 내구 주행시험 업무를 담당했다.
1997년 현대차가 도급계약을 맺어 시험을 맡긴 뒤 수급업체는 여러 차례 바뀌었고, 이들은 협력업체 변경 때마다 고용이 승계돼 계속 근무했다.
이들 근로자는 3개 회사 소속으로, 고용 간주일은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분포했다.
이들은 2조 2교대로 근무하며 시제차를 몰고 엔진오일, 벨트 장력, 타이어 마모 상태 등을 점검하고 특이사항을 보고하는 업무를 맡았다.
정규직 기사들과 동일한 안전교육을 받았으며, 야간근무 중 차량에 이상이 생기면 현대차 연구원에게 직접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 조치했다.
또 현대차가 내구 주행시험의 일정과 내용, 근무자 투입 여부를 결정했고 협력업체는 이에 관한 독자적인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현대차는 작업 일정을 수시로 변경하거나 긴급 지시를 문자메시지로 내리기도 했으며, 협력업체는 이를 거부할 수 없었다.
1심 재판부는 “협력업체는 근로자 투입 수, 일일 작업량, 작업시간 등을 조절할 재량이 거의 없었고, 독립적인 기업 조직이나 설비도 갖추지 못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역시 “A씨 등이 현대차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고, 현대차가 업무 수행 자체에 대해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현대차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은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 16명 가운데 정년이 지나 퇴직한 한 명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원심 판단을 파기했다. 이미 근로자의 지위를 회복할 수 없어 회복할 법적 이익이 없다고 봤다.
이번 판결로 현대차는 남양연구소 내 내구 주행시험 업무에 투입된 협력업체 근로자들 가운데 일부를 직접 고용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제조업 현장에서의 ‘도급·파견’ 구분을 둘러싼 분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