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문기수 기자] 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공조기업 독일 플랙트 기업 인수를 완료하며 LG전자와의 본격적인 HVAC(냉난방공조) 시장 경쟁을 예고했다.
6일 삼성전자는 독일 플랙트 기업 인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플랙트를 2조4000억원에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글로벌 공조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플랙트가 B2B(기업간거래)영역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LG전자와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인수한 플랙트의 브랜드를 유지해 이미 확립된 유럽 현지 영업-서비스망과 전문성을 그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플랙트의 지난해 매출은 7억3000만유로(1조2000억원)이다. 유럽 중앙공조시장 점유율은 12.2%로 경쟁사인 스웨곤(7%), 캐리어(6.8%), 트레인(6.5%)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공조시장 규모는 지난해 3106억달러(약 415조원)에서 2034년 5454억달러(약 75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플랙트는 유럽 대형시설과 데이터 센터 중앙공조시장에서 높은 브랜드 신뢰도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사실상 공백이던 중앙공조 부문을 단번에 보완하는 효과를 가지게 됐다.
삼성전자가 플랙트 인수를 통해 서구권 HVAC 시장에서 본격적인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5위 HVAC 기업으로 올라선 LG전자는 디펜딩 챔피언의 위치에서 도전자인 삼성전자를 맞이하게 됐다.
LG전자는 글로벌 HVAC사업 주요 제품에 해당하는 칠러 시장에서 세계 5위를 차지했다.
현재 글로벌 공조시장은 1위 아일랜드 존슨컨트롤스, 미국 트레인, 일본 다이킨, 미국 캐리어 등 전통강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같은 시장에 LG전자는 2011년 LS엠트론을 인수한뒤 글로벌 HVAC사업을 시작한뒤 13년만에 탑 티어 사업자로 올라선 것이다.
LG전자의 강점은 글로벌 HVAC 사업의 모태가 되는 LS엠트론 시절부터 쌓아온 넓은 영업망이다. 현재 43개국 65개 지역에서 법인과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북미, 유럽, 아시아에서 다양한 시장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LG전자의 HVAC 사업(ES사업본부) 매출은 8조8211억원, 영업이익은 6753억원이다. 매출 규모만 놓고 본다면 삼성전자의 HVAC사업의 약 8배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에어콘 등 B2C향 제품들과 상업용 건물에 설치하는 공조시설 등으로 사업규모가 한정됐던 반면, LG전자는 이미 B2C와 B2B 양쪽 영역에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LG전자가 가진 HVAC사업에 대한 비전 역시 명확하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공조사업을 2030년까지 20조원 규모 사업으로 성장시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플랙트 인수를 통해 이제서야 유럽과 미국(레녹스 합작법인설립)에서 HVAC 사업기반을 마련한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매출 목표는 밝히지 않았지만, 공략할 타겟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공조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포츈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공조시장은 25조원(187억8000만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2032년까지는 약 59조원(425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최근 생성형 AI서비스 이용 폭증과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투자 증가로 인해 매년마다 크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데이터센터 규모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신규 데이터센터 구축을 계획하고 있는 곳은 76개소에 달하고, 내년에도 연간 약 15개의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증설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8년까지 1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공조시장 수주현황도 LG전자가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는 올해 미국, 중동(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아(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1000억원 단위의 냉각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매출 목표 역시 명확하다. LG전자는 7월 데이터센터의 열을 관리하는 '냉각수 분배장치(CDU)'와 칠러(초대형 냉방기) 등을 공개하며 올해 데이터센터 HVAC 수주를 3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플랙트의 프리미엄 공조기술과 AI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결합해 데이터센터 HVAC 수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대표 전자업체간의 경쟁이 HVAC 시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전통 강자들이 주도하던 시장에 삼성과 LG가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