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 참석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이 대통령,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 참석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이 대통령,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 건조에 대한 미국 측의 승인 이뤄진 이후, 건조 위치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원잠 건조를 승인하면서 건조 장소로 한화가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 조선소를 지목했다.

이를 두고 한국 정부와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가 바람직하다며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국내 건조 이유로 필리 조선소는 잠수함 건조를 위한 인프라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 조선소를 지목한 데다, 대미 투자금 총 3500억달러 가운데 1500억달러가 미국 조선업을 부활시키는 이른바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투자되는 만큼, 원잠 건조 예산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 “한국서 건조” vs “마스가 펀드 활용 가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원잠 건조 위치를 묻는 질문에 “필리 조선소에 잠수함 시설을 투자하는 것도, 미국에 우리 잠수함을 지어 달라고 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며 “우리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원잠을 어디서 만드느냐를 두고 한미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상당수 전문가들은 상선 건조 중심인 필리 조선소에 잠수함 건조 인프라가 없어 관련 시설 구축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한화 측은 지난 8월 보도자료를 내고 50억달러 투자를 통해 필리 조선소의 선박 건조 능력을 연간 20척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한화는 마스가 펀드를 활용해 12만평 규모로 군용 특수선 생산을 위한 블록 생산기지를 신설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국내 건조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건조할 경우 숙련 인력 확보를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원잠 설계와 건조를 위해서는 전후방 산업에 걸쳐 다수의 전문 인적자원 육성과 유지가 필수적인데, 미국 제조업 공백으로 인해 이것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필리 조선소의 위치를 들어 충분히 가능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현재 미국에서 코네티컷에 위치한 제너럴다이내믹스 일렉트릭보트와 버지니아의 헌팅턴잉걸스 뉴포트뉴스 두 곳에서 원잠을 건조하고 있다.

필리 조선소의 위치가 두 곳의 중간 지점이어서 미국의 잠수함 공급 능력을 보완하고 확장시키는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지역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해 한화 측은 “미국 내 조선소에서 근무 중인 숙련된 생산 인력과 최근 퇴직한 전문가들을 영입할 계획도 갖고 있다”면서 “한화오션이 보유한 숙련된 기술진을 필리 조선소에 파견해 현지 인력의 전문성을 육성하고, 한화오션이 축적한 글로벌 공급망과 생산 노하우를 이식함으로써 인력과 공급망의 한계를 단계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 中 위협에 美 해군력 위기… “한미 병행 건조 추진해야”

현재 미국은 자국 해군용 잠수함 2척과 미·영·호주(AUKUS) 동맹용 잠수함 1척 등 모두 연간 3척의 잠수함 건조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론 연 1척 건조도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 해군의 우세는 중국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올해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해군은 2015년에서 2020년 사이에 전투함 수에서 미국 해군을 능가했다”면서 “항공모함, 잠수함 등 370척 이상의 함정을 보유한 중국 해군이 세계 최대 해군”이라고 밝혔다.

존 펠란 미국 해군장관도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우리 해군의 우세가 위협받고 있다”며 미국의 조선업 재건과 동맹을 활용한 해군력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를 활용해 한국에서 한국형 원잠을 건조하고, 필리 조선소에서 미 해군의 버지니아급 잠수함 사업을 병행 건조하는 방안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한화오션이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부산과 경남지역 16개 조선소와 협력업체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어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논거다.

마스가 펀드로 필리 조선소에서 미국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수주할 경우, 국내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은 기술과 노하우에 한국의 모듈·블록 기술을 더해 한국형 원잠의 완성도는 높이고 리스크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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