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국내 뷰티업계의 경쟁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전통적으로 ‘2강(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1중(애경산업)’으로 불리던 기존 구도가 에이피알(APR)의 가파른 성장세로 ‘3강 1약’ 체제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탈(脫) 중국’ 기조 속에 미국 시장 중심의 ‘글로벌 리밸런싱’이 성패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10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들이 잇따라 실적을 발표하며 각자의 성적표를 내놨다.
3분기는 ‘탈중국’에 성공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차이를 수치로 확인한 분기였다.
◆ 에이피알, 영업이익 규모 ‘업계 1위’… K-뷰티 3강 체제로
K-뷰티 최강자 아모레퍼시픽은 연결 기준 3분기 매출 1조169억원, 영업이익 91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 41%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682억원으로 83.6%나 늘어났다.
특히 미국 시장 매출이 1568억원으로 전체의 15.4%를 차지하며 ‘포스트 차이나’ 전략의 성과를 입증했다.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은 코로나19 이후 중국 시장 의존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미주·유럽 시장에서 라네즈, 설화수, 에스트라 등이 고르게 성장했고, ‘클린 뷰티’ 트렌드에 맞춘 프리미엄 이미지 강화가 주효했다.
그룹 차원에서 인수한 코스알엑스는 비록 상반기 매출 1983억원, 영업이익 529억원을 기록하며 3분기엔 부진한 실적을 거뒀지만 새로운 성장 축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반면 같은 기간 LG생활건강은 매출 1조5800억원, 영업이익 46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8%, 56.5% 급감했다. ‘2강’ 중 한 축으로 꼽히던 LG생활건강의 부진은 글로벌 트렌드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이정애 사장이 물러났으며, 로레알 출신 이선주 사장이 새롭게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명석 LG생활건강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그동안 글로벌 시장 리밸런싱을 추진했지만 뚜렷한 개선세를 보지 못했다”며 “리더십 변화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은 이번 분기 뷰티업계의 ‘판’을 바꿨다.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859억원, 영업이익 9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1.7%, 252.9% 급증했다. 순이익은 746억원으로 366% 늘며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 면에서는 4000억원을 밑돌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 견줘 크게 부족했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4개 뷰티기업 중 단연 1위였다.
특히 누적(1~3분기) 기준으로는 매출 9797억원, 영업이익 2352억원으로 연간 매출 1조원 달성이 확실시된다.
에이피알의 성장세는 미국 시장이 견인했다. 미국 매출은 전년 대비 280% 폭등한 1505억원으로, 전체의 39%를 차지했다. 아마존 프라임데이와 얼타뷰티 전 지점 입점 효과가 맞물리며 단일 국가 기준 처음으로 분기 1000억원을 넘어섰다.
신재하 에이피알 CFO는 “3분기 영업이익률이 25%를 기록하며 고수익성을 이어갔다”며 “4분기 블랙프라이데이 특수를 감안하면 매출은 4000억원대 후반까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애경산업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3분기 매출은 1693억원(전년 대비 2.4%)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3억원(-23.6%)으로 쪼그라들었다. 중국 소비 둔화 여파로 화장품 부문 매출은 515억원(-9.7%), 영업이익은 21억원(-45.8%)에 그쳤다.
여기에 태광산업으로의 매각 절차가 진행되며 내부 불확실성까지 겹쳤다. 다만 한한령 완화와 함께 중국 시장 회복세가 점쳐지는 만큼, 내년에는 신제품 출시와 왕홍 마케팅을 통한 반등을 노리고 있다.
태광산업은 인수 후 브랜드 재정비와 프리미엄 라인 강화를 통해 ‘K뷰티 부활’을 선언한 상태다.

◆ 에이피알 약진·아모레 반등… “포스트 차이나, 美 중심 재편이 승패 갈랐다”
이번 3분기 실적은 국내 뷰티업계의 새 질서를 명확히 드러냈다.
에이피알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매출 1조원 고지를 눈앞에 두며 아모레·LG생활건강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업계에서는 “기술 중심의 ‘뷰티테크’ 기업이 전통 뷰티 대기업을 위협하는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에서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미국·유럽 시장 중심의 글로벌 매출 구조를 구축했다. 2025 사업연도 기준 미주 지역 매출 비중이 32%로 중국(28%)을 추월한 점은 의미가 크다.
LG생활건강은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고, 브랜드 리노베이션이 더디다는 점에서 회복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프리미엄 스킨케어 부문에서 아모레와의 격차가 확대되는 점이 부담이다.
애경산업은 매각 불확실성과 제품력 약화로 인해 ‘1약’의 위치가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다만 태광산업의 자본력과 투자 의지가 구체화 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체질 개선의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3분기 실적 구도를 두고 “K-뷰티의 무게 중심이 미국으로 차츰 이동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비중을 줄이고 미국과 유럽 시장으로 방향을 전환한 기업들이 뚜렷하게 성과를 냈다”며 “앞으로 K-뷰티의 생존 전략은 기술 융합과 글로벌 시장 다변화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 아모레퍼시픽그룹, 3분기 영업익 1043억 전년비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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