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방문한 대릴 커들 미국 해군 참모총장(가운데)이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왼쪽)의 기술설명을 듣고 있다./사진=한화오션

[인더스트리뉴스 문기수 기자] 미국 해군이 발주하는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 되고 있는 가운데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한·일 조선사들 간의 수주 경쟁전의 막이 올랐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동북아시아에서 미국 해군 MRO 사업 수주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빅 플레이어는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 3사로 압축되고 있다.  

이들은 내년 본격적으로 미국 해군 전투함, 비전투함 MRO 사업 시장에서 수주 경쟁을 벌이게 된다.  

당초 한국은 미 해군 전투함 MRO 수주는 받을 수 없었지만, 14일 발표된 한미안보협의회의 협의 내용으로 인해 상황이 바뀌게 됐다.  

미 국방부 헤그세그 장관은 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미 전투함정이 한국에서 최초로 MRO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법적인 제약을 해결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동북아시아에 전개된 미 해군 전투함의 수리는 미국 본토 혹은 7함대의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 항에서만 받았는데, 내년부터는 한국에서도 수리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해군의 해상원정기지함 미겔 키스함./사진=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 홈페이지 

일본에서 미 해군 MRO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조선사는 미쓰비시중공업과 사세보중공업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미 해군의 10만톤급 해상원정기지함 미겔 키스함(USS Miguel Keith ESB-5)의 MRO사업을 수주받아 올해 4월 수리를 마친 바 있다. 미 해군 7함대 소속 함정 수리비는 미·일 방위분담금에서 충당되고 있다.  

일본 정부도 미 해군 MRO 사업 수주를 위한 조선업 경쟁력 강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글로벌 조선 시장 점유율을 20% 수준으로 회복시키겠다는 목표하에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1조 엔(9조 4000억 원) 규모의 민관 합작 펀드 조성, 국가가 조선소를 짓고 운영을 민간에 위탁하는 형태의 국립 조선소 건설 등의 전략을 들여다보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올해 5월 해군원정함 미겔 키스호의 수리를 완료한 바 있다. 요코스카 해군기지 근처에 위치한 미쓰비시중공업 요코스카 조선소는 미 해군으로서는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협력한 경험도 많아 MRO 사업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사업장으로 손꼽히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일본 해상자위대의 루카제급 호위함(1950년대), 아키즈키급 호위함(1980년대), 아사히급 구축함, 최신예 스텔스 호위함 모가미급을 건조하는 등 해군 함정 건조 경험이 많은 것도 장점 중 하나다.  

미 해군의 수송함 앨런 셰퍼드함이 수리를 받기 위해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로 들어오고 있다./사진=HD현대중공업
미 해군의 수송함 앨런 셰퍼드함이 수리를 받기 위해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로 들어오고 있다./사진=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빠른 납기, 합리적인 비용, 뛰어난 기술력 등을 앞세워 MRO 수주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한화오션은 현재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함(USNS Wally Schirra), 급유함 유콘함(USNS Yukon), 보급함 찰스 드류함(USNS Charles Drew)을 수주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수리를 완료한 윌리 쉬라함의 경우 초기 정비 과정에서 미 해군이 파악하지 못한 결함까지 한화오션이 발견해 보수하며, 미 해군으로부터 신뢰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콘함 역시 미 해군에 인도를 마쳤고, 찰스 드류함은 거제 조선소에서 수리를 받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현지에 필리 조선소까지 보유하고 있어, 미국 해군 함정의 국외 건조를 제한하는 법안들에 영향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군함은 물론 미국 본토에서 운항되는 해군 함정의 MRO 사업도 수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올해 미 해군 화물보급함 앨런 셰퍼드함의 MRO 사업을 수주해 성공적으로 완료한 전력이 있는 HD현대중공업은 다양한 특수선 건조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1972년부터 지금까지 구축함, 호위함, 군수지원함 등 다양한 특수선을 130척 이상 건조한 전력이 있다. 현재 한국 해군 최신형 이지스함인 KDDX 사업 수주를 놓고 한화오션과도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일 조선사들이 미 해군 MRO 사업 수주를 위해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미국 해군이 앞으로 더 많은 해군 함정 수리를 해외 조선소에 맡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회계감사원에 따르면 현재 미국 해군이 MRO에 지출하고 있는 예산은 매년 10조 원 규모다. 미 해군 함정의 80%가 2010년 이전에 건조돼 수리가 필요한 함정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거대한 MRO 시장 규모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조선 산업의 역량 후퇴로 인해 미국 내에서 함정 수리를 제때에 마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미 해군의 핵잠수함 헬레나함의 경우 2016년 미국 방산 조선소 헌팅턴 잉걸스에 맡겨져 무려 4년 동안 수리를 받고, 그 뒤에도 2년 가까이 수리를 위해 조선소를 들락날락했다. 결국 헬레나함은 2016년부터 6년 동안 정비를 받고,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단 5개월 동안 운항되다가 올해 7월 퇴역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헬레나함 사례를 두고 “미 해군의 정비 문제를 대표하는 상징”이라고 비판했다.  

앞으로 한국과 일본의 MRO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전투함 MRO 사업 수주전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 조선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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