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O&M, 누가 위기로 내몰고 있나?
  • 박관희 기자
  • 승인 2018.02.0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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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태양광발전소가 본격적으로 구축된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태양광발전소 유지관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수요는 산업을 키우는 자양분이 되고 있지만, 과다 경쟁과 발주처의 무리한 요구 등 유지관리가 원가절감을 위한 수단으로 본말전도 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업계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O&M 기업에게 책임 전가 '과중'

[Industry News 박관희 기자] 장기적인 발전과,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요구되는 태양광발전소에서 운영유지보수(O&M : Operation & Maintenance, 이하 O&M)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지만 제도의 미비나 경쟁과다, 발주처의 횡포 등으로 실제 O&M 기업이 정착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태양광 O&M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발주사들이 원가절감의 수단으로 인식한다는 업계의 원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사진은 드론을 통한 유지보수 현장[사진=Industry News]
최근 태양광 O&M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사업주 역시 원가절감의 수단으로 O&M을 인식해 업계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드론을 통한 유지보수 현장[사진=Industry News]

최근 태양광 관련 행사에서 O&M 업계 관계자는 “계약조건에서 O&M 기업들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계약금은 이미 출혈이 전제되고 있다”고 밝히고 “발전소 보증은 물론 세무 기장과 기타 부속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O&M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것은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O&M 산업이 자리도 잡기 전에 고사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성토했다.

관계자는 또 “태양광발전소가 장기간 유지되기 위해 O&M 산업이 튼튼해야 하는 데 발주사들은 오히려 원가절감 수단으로 O&M을 특정하고 있어 O&M기업의 부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인식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PF(Project Financing)나 융자를 실행해주는 금융사들은 안정적인 대금 회수를 위해 O&M 회사를 지정 계약해 지속적으로 관리하지만 행정기관이나 국가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고, 당사자간 자율 계약이라 계약 간 O&M 기업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불평등 계약이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열화상 장비를 통해 태양광발전소의 상태를 확인하고, 이를 통해 발전 효율을 보장할 수 있다. [사진=Industry News]
열화상 장비를 통해 태양광발전소의 상태를 확인하고, 이를 통해 발전 효율을 보장할 수 있다. [사진=Industry News]

실제 O&M 기업들의 이면을 보면 계약과정에서 마진을 포기한 계약금에 더해 모듈과, 인버터의 보증이 끝나면 O&M 기업에게 책임이 넘어오고, 시설물 전반에 대해서도 O&M 기업의 책임이 된다. 이에 더해 발전시간에 대한 책임도 있어 고충이 과중되고 있다.

호남지역 100여개소 이상의 태양광발전소 O&M을 맡고 있는 기업 관계자는 “과거에는 매년 효율이 0.3%씩 떨어진다고 전제하고, 이 기준에 부합하는 발전량을 충족시키면 사업주가 이익률의 30%를 인센티브로 지급했다”면서 “현재는 그런 인센티브는 찾아볼 수도 없고, 오히려 계약조건에 없는 요구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언급했다.

유지보수 필요성 높아지는데, 산업은 위기의식
O&M의 중요성은 발전소 증가에 비례해 발전소의 고장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규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3년에서 2017년 주택 및 건물지원사업 대상 재생에너지 보급설비 관리 현황에서 재생에너지 설비 고장 접수 현황을 보면 2013년 3,242건, 2014년 2,858건, 2015년 3,035건, 2016년 3,325건, 2017년 7월까지 1,854건이 접수되는 등, 5년 간 총 1만4,314건으로 해마다 증가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 모듈 위에 작은 이물질도 제때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다. [사진=Industry News]
태양광 모듈 위에 작은 이물질도 제때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다. [사진=Industry News]

모듈과 인버터, 구조물 등 태양광 산업 전반의 기술 발전이 가속화됐음에도 미세먼지, 기후 변화 등으로 태양광 시설물은 매해 고장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소의 가장 많은 고장사유인 인버터를 제외하면, 먼지와 황사, 적설 등의 이유로 7~10%, 낙뢰로 1.6%의 태양광 효율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도증가에도 민감하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연구실은 섭씨 25도에서 100% 효율을 낸다고 가정할 때 5도 증가시마다 효율은 3%씩 떨어진다고 밝힌 바 있다. 기술적인 영역 이외에 자연적인 환경이 발전시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자정 노력을 위한 의견 개진도 있다. 태양광 패널 청소 업체 관계자는 “초기 태양광발전사업은 발전소 구축만 하면 발전 수익이 저절로 발생하는 줄 알던 시절이 있었다”면서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O&M 사업을 하다 보니 사업주들은 매달 O&M 비용이 지출되는데 반해 상대적으로 비용만큼의 관리효과를 보지 못해 불신을 키운 측면이 있고, 현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 살을 깎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부 및 금융 기관이 발전소 구축에 대한 정책 확대 및 지원뿐만 아니라 발전소 구축 후 진행되는 운영유지보수(O&M) 시장에 대한 정책 및 제품의 개발, 연구에 대한 지원도 확대된다면 기술 발전을 통해 기업들도 차별화 전략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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