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RE러시 시대, 재생에너지 발전 공식
  • 이건오 기자
  • 승인 2023.09.0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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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에 기반하지 않는 산업경제는 모래로 쌓은 성과 같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정우식 상근부회장] 요즘 트렌드 라는 말을 자주 쓴다. 트렌드는 사상, 행동, 현상에서 나타나는 경향(일정한 방향)을 말한다. 우리 말로 유행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트렌드 중에 보다 전 지구적인 범위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거대한 조류를 특별히 메가트렌드라 부른다. 트렌드가 일정한 기간이 지나도 퇴화하지 않고 영속성을 갖게 되면 문화가 된다. 아무래도 메가트렌드는 한 사회의 문화로 자리 잡을 확률이 좀 더 높을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기후위기 시대 메가트렌드다. 그리고 세계는 RE러시 시대에 접어들었다. [사진=gettyimages]

트렌드나 메가트렌드 중에 사람들의 직접적인 행동을 유발하고 폭풍처럼 강력한 에너지를 분출하는 현상이 있는데, 이를 ‘러시’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러시는 골드러시였다. 골드러시는 대항해시대의 엘도라도, 1550년 무렵 보헤미아(체코), 1850년대의 오스트레일리아, 1880년대의 로디지아(짐바브웨), 19세기 후반의 시베리아 등 여러 지역에서 다양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으뜸은 미국의 골드러시다.

1848년 1월 24일 캘리포니아주 수터스밀에서 금이 발견되자 8만명의 ‘포티 나이너’(fortyniner:1849년 금광을 찾아 캘리포니아로 간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들이 마차를 타고 서부 해안으로 몰려갔다. 그후 1850년대에 미국 개척민들이 너도나도 캘리포니아로 몰려갔고 그 수는 무려 25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주요 대도시로 성장하고, 미국 횡단철도가 개설되고, 서부 해안의 발전과 독특한 지역적 특성의 형성에는 이러한 극적인 관심과 인구 유입이 매우 큰 요인이 됐다. 골드러시는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혁신과 모험에 대한 개방적 태도 등 오늘날의 미국 문화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골드러시는 당시 트렌드를 넘어 문화가 됐고, 미국 문화의 저변에 흐르는 주요 가치관을 형성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기후위기 시대 트렌드다.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메가트렌드다. 그리고 러시와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세계는 RE러시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RE러시는 유행을 넘어 문화를 바꾸고, 문명의 전환을 촉발시키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세계 에너지 신규 투자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가스 설비규모를 넘어 석탄 설비규모도 넘어서고 있다. 그 어떤 업종, 분야보다도 압도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가장 많은 신규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화석연료는 좌초자산화 되고 있고,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금융이 투자를 철회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에 기반하지 않거나 적어도 연계하지 않은 기업은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RE러시 시대를 맞아 각국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기반 확충과 경쟁력 강화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미국 IRA·SEMA법, EU의 REPower EU·탄소중립산업법 제정·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 중국 제14차 5개년 계획, 싱가포르 태양광 국가전략기술 지정, 인도 태양광산업 광폭 지원 등 재생에너지 산업육성과 보급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재생에너지에 기반하지 않는 산업경제는 모래로 쌓은 성과 같고, 뿌리 없는 나무와 같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산업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 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걸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육성에 팔을 걷어붙이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은 압도적으로 각국 정부의 정책에 달려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80:10:5:5 패턴에 따라 발전한다는 걸 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금융 뒷받침>기업 투자·혁신, 국민의 관심과 참여’라는 발전공식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RE러시 시대에 대한민국만 마다가스카르섬이 되고 있다. 모든 나라가 KTX를 타고 RE러시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역주행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재생에너지의 합리적 조정과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축소하고 있다. RPS 재생에너지 공급 목표를 낮춰버렸다. 재생에너지 국산 태양광 제품의 버팀목이 되었던 RPS장기고정계약은 무력화 되고, 탄소검증제는 기능을 상실하고, 마지막 보루였던 한국형FIT도 대안 없이 종료해버렸다.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는 정권의 각종 감사·수사·조사 광풍은 재생에너지를 담당하는 공무원, 공공기관, 발전공기업 담당자들뿐만 아니라 시장과 산업 전체를 얼어붙게 했다.

태양광산업협회 정우식 상근부회장

이미 태양광 시장은 반토막이 났다. 국내 태양광산업 생태계는 붕괴 직전이다. 몇몇 제조기업은 폐업, 파산,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에 수출이 가능한 대기업을 제외하고 중견·중소 제조기업은 생산 중단, 가동율 하락, 신규투자 포기 등 악순환의 늪에 빠지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국내 제조를 포기하고 중국산을 들여와 판매하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다. 올해 국산 태양광 모듈 점유율은 30% 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전 정부 국산 모듈 평균 점유율이 70% 정도임을 고려하면 불과 1년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태양광 산업 생태계가 붕괴하고 있다.

RE러시 시대에 우리 정부는 무얼하고 있는가. 눈을 뜨고 세계를 보기 바란다. 재생에너지 발전에는 그 나라 정부의 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책임 또한 제일 크다는 것을 자각하기 바란다. 최소한 재생에너지 발전 공식(80:10;5:5)을 가슴에 새기고, 정부의 역할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라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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