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최대주주 현대차그룹, ‘사외이사 3인’ 시나리오 가능할까?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4.12.1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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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모빌리티 환경서 ‘통신’ 중요해지며 ‘우회적 경영 참여설’ 솔솔
KT “현대차 사외이사 3명 진입,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 아냐”
한 차례 공익성 심사 완료해 경영 참여 현실화되도 막을 장치 없어
국민연금의 지분 매각으로 엉겹결에 KT 최대주주에 오른 현대자동차그룹이 3개월여 뒤 임기가 만료되는 KT 사외이사 자리에 추가 인사를 진입시켜 우회적 경영 참여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의 지분 매각으로 엉겹결에 KT 최대주주에 오른 현대자동차그룹이 약 3개월 뒤 임기가 만료되는 KT 사외이사 자리에 추가 인사를 진입시켜 우회적 경영 참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국민연금의 지분 매각으로 엉겹결에 KT 최대주주에 오른 현대자동차그룹이 3개월여 뒤 임기가 만료되는 KT 사외이사 자리에 추가 인사를 진입시켜 우회적 경영 참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새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 측은 KT 최대주주에 오른 직후부터 줄곧 “경영 참여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통신’이 미래 모빌리티 환경에서 중요해지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입장을 바꿔 KT 경영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1일 KT에 따르면 이 회사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최근 “사외이사 후보 추천 시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추천받는다”고 공고했다.

KT는 8명의 사외이사 중 4명의 임기가 내년 3월에 만료된다. 이에 후임자 선임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KT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김영섭 대표이사, 서창석 이사)과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사외이사 중 곽우영 전 현대차 차량IT개발센터장(부사장), 김용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이승훈 KCGI 글로벌 부문 대표 등 4명은 내년 3월 KT 주총일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사후보추천위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는데 곽우영 전 현대차 부사장을 포함해 이번에 교체 대상이 된 4명은 위원회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사후보추천위에는 이사회 의장인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과 최양희 한림대 총장,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 이사,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 교수만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후보추천위는 이사를 후보로 추천해 주총 안건에 상정시킬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이사후보추천위 위원 중 한 명인 조승아 교수는 현대차그룹 측이 추천해 이사진에 진입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선 KT 최대주주인 현대차그룹이 임기가 1년 4개월가량 남은 조승아 교수를 포함해 임기 만료를 앞둔 곽우영 전 현대차 부사장을 연임시키고, 주주로서 사외이사 1명을 후보로 올려 총 3명을 자사의 입김이 닿는 인사로 이사진에 앉힐 것이라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KT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과 관련된 사외이사 3명 진입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고 했다.

이같은 가능성이 제기되자 KT새노조도 성명서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KT 최대주주 지위에 오르며 공익성 심사를 거쳤고, 그 과정에서 ‘경영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며 “하지만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현대차 추천 사외이사 2인(곽우영, 조승아)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현대차의 경영개입 논란이 불거졌다”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그러면서 “이번 사외이사 추천 과정에서 현대차를 포함한 주요 주주의 추천 경위를 투명하게 공개해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차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섭 KT 대표가 10월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영섭 KT 대표가 10월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정의선 회장 ‘실리주의’ 따라 결국 KT 공익성 저해할 것”

현재 KT 최대주주는 지분 8.07%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이다. 올해 3월 기존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의 지분 변동으로 현대차(4.86%), 현대모비스(3.21%)의 현대차그룹이 최대주주에 올랐다.

앞서 현대차그룹과 KT는 2022년 9월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명분으로 7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며 ‘혈맹’을 맺은바 있다.

당시 현대차그룹 측은 단순 투자가 목적이라며 경영 참여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지만 향후 먹거리인 자율주행, UAM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중추적 역할을 할 분야가 ‘통신’이란 점을 감안하면 KT는 현대차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업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KT 지분 보유 목적으로 '단순 투자'라고 공시했지만 단순 투자라고 해서 주주권이 부정되는 건 아니다. 지분율과 무관하게 법률로 보장되는 의결권 행사는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임원을 추천할 수는 없지만 KT 이사회가 추천한 임원에 대한 찬반 의사 표를 던질 수 있다. 즉 KT 최대주주가 됐다는 건 임원 선임을 비롯한 주총 의결 사안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현대차가 언제든 KT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는 지속 제기돼 왔다.

현대차그룹이 기존 입장과 달리 우회적으로 KT 경영에 개입한다면 실리주의자인 정의선 회장의 경영방침에 따라 수익성에 집중한 경영을 할 수밖에 없고 결국 KT의 공익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현대차의 KT 경영 참여가 현실이 되더라도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지난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KT 최대주주에 올라도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은 바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기간통신사업자인 KT는 최대주주 변경 시 과기정통부의 공익성 심사 및 인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같은 심사를 이미 마쳐 향후 정부로부터 해당 심사를 다시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추후 실질적으로 KT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려 한다면 공익성 심사 외에 별도의 인가 제도가 마련돼 있어 이를 통해 제재할 수 있을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골적 경영 개입이 아닌 사외이사를 통한 우회적 경영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상식 수준에서 실질적 경영 참여 의사가 포착되는 경우를 감안해 주시하겠다”며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정부의 적격성 심사도 통과한 데다 사외이사 3인을 KT에 안착시킨다면 우회적 경영 참여는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을 전망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는 “기업은 있지만 주인이 없는 아주 나쁜 형태의 기업 지배구조인 KT의 현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최대주주로서 KT의 지배구조를 더 나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박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내년 4~5월경 새로 들어설 수도 있는 차기 정권 눈치를 보며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박 교수는 “현대차가 3명의 사외이사 등을 포진시켜 KT 경영에 참여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크지 않다”면서 “추후 들어설 가능성이 있는 새 정권과 현 김영섭 KT 대표와의 관계에 따라 현대차가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내놓을 만한 입장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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