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여의도 KRX 한국거래소 /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김은경 기자] 한국거래소가 정규장 거래시간 연장을 포함한 ‘12시간 거래’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넥스트레이드의 빠른 시장 점유율 확대와 글로벌 증시의 24시간 거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7월 29일 회원 증권사들에 ‘KRX 거래시간 연장 관련 의견수렴’ 공문을 발송하고, 같은 날 오전 11시까지 의견을 회신하도록 요청했다. 해당 설문에는 총 세 가지 거래시간 연장 시나리오가 포함됐다.

세 가지 방안 제시…“정규장 앞당기거나 사전·사후 시장 신설”

1안은 정규장 개시 시각을 현행 오전 9시에서 오전 8시로 앞당기고, 종가매매 종료 이후 오후 3시 4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애프터마켓을 신설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시가단일가는 오전 8시 30분에서 오전 7시 30분으로 당겨진다. 

이번 안은 전산 시스템 변경 부담이 비교적 작지만, 증권사 직원들의 근무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2안은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을 도입하는 방안으로, 프리마켓은 오전 8시부터 30분간 운영되며 잔존 호가는 정규장으로 이관된다. 애프터마켓은 1안과 동일하게 오후 3시 40분부터 오후 8시까지다.

3안은 2안과 시장 구조는 동일하지만, 프리마켓에서 발생한 잔존 호가를 정규장으로 넘기지 않고 삭제하는 차이가 있다. 2안과 3안은 전산 개발이 복잡하지만, 상대적으로 증권사 인력 부담은 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넥스트레이드 견제 목적…“수수료 낮고 거래시간 길어 이동 가속”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 검토는 넥스트레이드의 급부상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7월 25일 기준, 넥스트레이드의 일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8조5982억원으로 한국거래소의 일평균 거래대금의 약 48% 수준에 달했다. 전체 시장 점유율도 약 30%에 이른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증시 활황과 함께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 및 애프터마켓에서의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영향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다. 특히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보다 거래시간이 길고, 매매체결 수수료도 낮아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수수료는 0.0023%인 반면, 넥스트레이드는 0.00134~0.00182% 수준으로 한국거래소보다 20%에서 최대 40%까지 저렴하다. 두 거래소는 복수 거래소 체제에서 운영되는 ‘최선주문집행(SOR)’ 시스템으로 인해 동일한 호가의 주문이 들어올 경우 수수료가 더 낮은 넥스트레이드로 주문을 자동 체결시키는 구조다.

NYSE·나스닥도 24시간 거래 준비…“글로벌 흐름 맞춰야”

글로벌 주요 거래소의 움직임도 한국거래소의 대응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은 이미 24시간 거래 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의 ‘12시간 거래’ 추진 역시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거래시간 확대에 대해 증권사들의 반응은 신중하다. 전산 시스템을 새로 정비하고 다수의 시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데다, 거래시간이 늘어날 경우 오후 인력 운용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12시간 거래가 도입된다면 넥스트레이드에 빼앗긴 점유율을 일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거래소는 전반적인 시장 흐름과 업무 효율성을 고려해 정규장을 앞당기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시간 연장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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