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국내 배터리 3사의 2분기 및 상반기 실적이 북미 정책 변화와 글로벌 수요 재편이라는 공통 변수 속에서 극명히 엇갈렸다.
2분기로만 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세액공제 수혜와 북미 사업 확장을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반면, 삼성SDI는 프리미엄 전략 고수로 수요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부진한 성적에 그쳤다.
1일 K-배터리 3사가 2분기 실적 발표를 모두 마친 가운데, 글로벌 배터리 수요가 중저가 전기차와 ESS(에너지저장장치)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며 이들 기업의 실적을 놓고 '희비’가 갈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5654억원, 영업이익 4922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IRA 세액공제(AMPC) 4908억원을 제외한 실질 영업이익은 14억원으로, 6개 분기 만에 보조금 제외 기준으로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상반기 전체로는 매출 11조83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8668억원을 기록하며 무려 145.8% 신장했다.
미국 미시간 공장의 LFP(리튬인산철) 기반 ESS 롱셀 양산과 중국 체리기차와의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온은 2분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통합 전 영업손실은 664억원이었지만 통합 법인을 기준으로 하면 영업이익 609억원을 기록, 적자 기조에서 벗어났다.
북미향 배터리 공급 확대에 힘입어 AMPC 수령액도 2734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2분기 매출은 2조1077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5.7% 신장했다.
현대자동차그룹 EV 모델의 북미 판매 증가에 따라 현지 공장 가동률이 올라간 것이 호실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매출이 3조7131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7% 개선됐고, 영업손실도 7594억원으로 전년 동기(-7916억원) 대비 적자 폭을 4.1% 줄였다.
반면 삼성SDI는 적자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한채 돌파구를 모색하는 상황이다.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조1794억원으로 전년비 22.2% 줄었다. 특히 2분기 영업손실은 3978억원을 기록, 증권가 예상치를 1500억원 이상 밑돌기도 했다.
BMW·아우디·스텔란티스 등 주요 고객사의 EV 판매 부진, 북미 ESS 수출 시 발생한 관세 부담, 고정비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실적을 봐도 매출 6조3562억원, 영업손실 8319억원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 LG에너지솔루션, LFP·ESS로 고객 다변화 박차
이에 K-배터리 3사 모두 각 사 상황에 맞게 3분기부터 실적 개선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저가 EV 및 ESS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북미 생산 능력을 연말까지 17GWh, 2026년까지 30GWh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는 LFP 기반 ESS 롱셀 양산을 본격화했고, 중국 체리기차와의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으로 고객 다변화에도 성공했다.
유럽에서는 폴란드 공장을 거점으로 LFP와 Mid-Ni(미드니켈) 기반의 EV용 배터리 양산을 확대하고 있다.
EV용 LFP에는 신규 공법과 건식전극 공정을 도입하며, 2028년부터는 차세대 소재인 LMR(리튬리치망간)을 적용할 방침이다. 북미 관세 강화와 PFE(금지외국단체) 조항 등 정책 변화에 대비한 현지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 SK온, 북미 생산 효율화와 포트폴리오 확장 집중
SK온은 흑자 기조 유지를 위해 북미 생산기지의 효율화와 유럽 가동률 확대에 주력한다. 향후에는 제품 다변화 및 전기화율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AMPC 수혜 기반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전기화율 확대와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2030년까지 연간 2000억원 규모의 추가 EBITDA(상각전영업이익)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EV에서 ESS까지 수요 다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총 8조원의 자본 조달도 추진 중이다.
◆ 삼성SDI, 각형 LFP·ESS 전환으로 반등 모색
삼성SDI는 하이니켈 중심의 프리미엄 전략에서 벗어나 중저가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 전환에 돌입했다.
미국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SPE) 일부 라인을 ESS 생산으로 전환해 오는 10월 양산을 시작하고, 2026년부터는 미국 내 LFP ESS 현지 생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EV용 배터리는 각형 LFP 및 4680 원통형 배터리 수주 확대를 통해 대응한다.
또 유럽과 미국에서의 LFP 양산 체계를 2028년까지 마련하고, 파우치형 배터리는 한국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공급해 수익성 개선을 도모할 방침이다.
소형전지 부문에서는 고출력 BBU, 신규 탭리스 원통형 배터리 등 신제품으로 수익성 제고를 꾀하기로 했다.
한편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지난 2분기를 관세 불확실성과 수요 전환기에 대한 적응력을 시험받는 시기로 평가하며, 3분기부터는 각 사의 대응 전략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 수익성은 북미 정책 대응, LFP 중심 제품 전환 속도, IRA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현지 생산 역량 등에 따라 기업 간 격차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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