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들의 2분기 실적 공개가 지난 6일 에이피알을 끝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전통 뷰티 강호들과 신흥 강자 간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전략에 힘입어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은 중국 시장 부진과 비용 부담에 외형 성장과 수익성이 모두 악화됐다.
뷰티 업계 무서운 신예인 에이피알은 미국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국내 뷰티 판도 재편의 중심에 섰다.
7일 뷰티 3사의 2분기 실적 공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조50억원, 영업이익은 73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 1673% 신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호실적은 해외 사업이 견인했다. 중화권 매출은 23% 증가했고, 해외사업 영업이익은 360억원으로 611% 급증했다. 설화수, 려 등 주요 브랜드의 신제품 출시 및 글로벌 채널 다각화가 주효했다.
특히 미국과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 각각 10%, 18%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포트폴리오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
LG생활건강은 2분기 매출 1조6049억원, 영업이익 54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8%, 65.4% 감소했다. 화장품 부문은 매출 6046억원(전년비 -19.4%), 영업손실 163억원으로 2004년 이후 20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해외 사업 중 가장 비중이 큰 중국에서의 매출이 8% 감소한 점이 뼈아팠다. 또 면세·방판 등 전통 채널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확대되며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북미와 일본 등 일부 해외 시장에서는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전반적인 실적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LG생활건강은 최근 LG전자로부터 ‘프라엘’ 브랜드를 양수하고 전용 화장품 라인도 출시하며 뷰티 디바이스 시장 확대에 나섰지만, 당장의 수익성 회복은 더딘 상태다.
현재 매물로 나오며 내‧외부적으로 뒤숭숭한 애경산업 역시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애경산업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713억원, 영업이익은 112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3%, 36.1% 쪼그라들었다. 특히 주력인 화장품 부문 영업이익은 68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45.7% 급감했다.
중국 소비 침체, 플랫폼 경쟁 격화, 마케팅 비용 확대에 지난해 고성장에 따른 역기저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틱톡 라이브, 동영상 플랫폼 입점 확대 등으로 전분기 대비 중국 매출은 늘었지만, 팬데믹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 에이피알, 북미 중심 초고속 성장…“매출 1.3조 이상 목표”
올해 2분기 뷰티 기업 중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곳은 단연 에이피알이었다.
에이피알은 연결기준 매출 3277억원, 영업이익 8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1%, 202% 성장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5.8%에 달했다.
대표 브랜드 '메디큐브'를 앞세운 뷰티 디바이스 사업은 2분기 매출 900억원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32% 성장했다.
미국 시장은 2분기 전체 매출의 29%를 차지했고, 상반기 누적 매출은 1600억원을 넘어섰다. 해외 매출 비중은 78%에 달했다.
아울러 일본에서는 매출이 무려 366% 성장했고, 유럽 등 신규 시장에서도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유럽 주요 국가에 법인을 설립해 하반기 부터 유럽 진출을 본격화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에이피알은 연 매출 목표를 기존 1조원에서 1조3000억원 이상으로 상향했다.
한편 에이피알은 지난 6월 23일(종가 기준) LG생활건강의 시가총액을 이미 제친 바 있다. 이어 7일에는 종가 기준 에이피알 시총은 8조3507억원으로 아모레퍼시픽(7조6158억원)까지 뛰어 넘었다.
◆ 美 관세 여파에 K-뷰티 수익성에 악영향 불가피
올해 2분기 실적에서 아모레퍼시픽이 반등에 성공하고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이 고전한 데는 ‘중국 시장 대응력’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채널 다변화와 브랜드 경쟁력 강화로 중국 실적을 회복한 반면,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은 중국 소비 침체와 유통 재정비에 발목이 잡혔다는 진단이 나온다.
또 하나의 변수는 미국 시장이다. 에이피알은 미국에서의 압도적인 성장세를 기반으로 업계 지형을 뒤흔들었다. 반면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은 미국 전략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아직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관세 영향으로 한국산 화장품에 15% 관세가 부과되며 미국 시장을 겨냥한 국내 뷰티 업계의 중장기 전략에도 적잖은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현지 생산·물류 투자 등을 고려 중이며, 애경산업은 유연한 가격 전략과 ODM(제조자개발생산) 확대를 통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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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경산업 2분기 영업익 112억원 전년비 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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