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4일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 내 면세점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14일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 내 면세점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신라·신세계면세점 간 임대료 조정 갈등이 법원 조정 절차 속에서도 극한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면세점 측이 임대료 40% 인하를 요구했지만 공사는 과다투찰에 대한 경영책임 회피라며 수용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에 면세 사업자 측은 190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매장을 철수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까지 밝히며 ‘강대강’ 맞대결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이날 개최한 브리핑 형식의 간담회를 통해 면세업체들이 요구한 임대료 인하에 대해 사실상 ‘조정 요청 미수용’ 입장을 밝혔다.

인천공항 측은 공개입찰에 참여한 다른 면세업체와의 형평성에 어긋날뿐 아니라 법적인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인천공항 측은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요청한 현 임대료는 공개 경쟁입찰에서 스스로 제시한 금액”이라며 “최저수용금액 대비 160% 이상 투찰해 사업권을 따낸 뒤 적자를 이유로 감액을 요구하는 것은 입찰 취지와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공개 입찰 당시 최저수용금액은 DF1 5346원, DF2 5616원이었으나 신라(DF1)는 8987원(168%), 신세계(DF2)는 9020원(161%)을 제시해 낙찰받았다.

다른 면세 사업자들이 100~130% 수준의 투찰률로 수익을 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신라·신세계의 요구는 경영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는 게 인천공항 측의 주장이다.

아울러 인천공항은 법률 자문 결과 면세점 측이 근거로 든 민법 628조 차임 감액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며, 이를 수용할 경우 배임 및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소지와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반면 면세점 측은 법원의 조정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 측이 조정기일(28일)에 참석해 협상에 나서기를 바란다”며 “다만 임대료 조정 문제는 재판 조정 결과가 나온 후에야 이에 대해 언급할 수 있을 듯 하다”고 말을 아겼다.

 

코로나19 이후 여객 수가 회복됐음에도 면세점 매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계약된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인천공항을 상대로 법원에 임대료 조정 신청을 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면세점 입구./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이후 여객 수가 회복됐음에도 면세점 매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계약된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인천공항을 상대로 법원에 임대료 조정 신청을 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면세점 입구./사진=연합뉴스

◆ 法 감정결과 임대료 40% 하락 전망에도…건물주 인천공항 ‘요지부동’

앞서 신라‧신세계면세점 양사는 각각 4~5월에 걸쳐 인천지방법원에 1·2여객터미널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 임대료를 40% 인하해 달라는 조정 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삼일회계법인에 감정을 의뢰했고, 감정 결과 재입찰 시 임대료가 현 수준보다 약 4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 면세점이 주장하는 ‘임대료 인하 필요성’에 힘이 실리는 감정결과가 나온 셈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출국객 수 증가에 따른 연평균 4.5% 매출 성장을 예상하면서도, 중국인 단체관광객 감소와 소비 패턴 변화로 DF1·DF2 품목 매출이 코로나19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총매출 대비 면세점 매출 비중은 2019년 63.1%에서 35.9%로 급감했고, 내국인 매출은 온라인 구매 비중이 커지면서 인천공항 내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공격적인 투찰을 하더라도 현재보다 약 40% 낮은 입찰가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으며, 목표 수익 기준으로 재입찰 시 현 임대료의 52~69% 수준에서 낙찰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이유로 한 면세 사업자 측은 ‘철수’라는 강경책도 꺼내들 수 있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재입찰을 통해 다시 입점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이들 면세 사업자가 계약 기간 도중 철수하게 되면 계약에 따라 업체별로 약 1900억원의 위약금이 발생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인천공항에 철수를 통보하더라도 6개월간은 영업을 해야 하는 조항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과 신라·신세계면세점의 계약기간은 2032년 6월까지다.

한편 신라·신세계면세점-인천공항 양측은 오는 28일 2차 조정기일을 앞두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질 가능성이 크지 않아 갈등의 장기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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