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뉴스 김은경 기자] 국내 화장품주에 공매도가 몰리며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이 잇따르고 있다.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데다, 미국의 소액 면세제도(de minimis) 폐지로 역직구 시장 위축 우려까지 더해지며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달바글로벌과 코스맥스는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돼 이날 공매도 거래가 전면 금지됐다. 달바글로벌은 11일에 이어 이틀 연속 지정됐고, 한국콜마는 8일과 11일, LG생활건강은 이달 1일 각각 과열종목으로 지정됐다.
공매도 잔고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콜마의 공매도 잔고는 7월 31일 54억원에서 8월 8일 175억원으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비중은 0.24%에서 0.84%로 증가했다. 달바글로벌도 같은 기간 잔고액이 27억원에서 39억원으로 늘었다.
공매도 과열종목 제도는 공매도 거래가 급증해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당일 주가가 3% 이상 하락하고 공매도 비중이 30%를 넘거나 ▲주가가 5~10% 하락하면서 직전 분기 코스피 구성종목 평균 공매도 비중의 3배(상한 20%) 이상일 경우 지정된다.
실적 미달이 신호탄… 기대에 못 미친 2분기
화장품주에 공매도가 집중된 가장 큰 이유는 2분기 실적 부진이다. 시장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이를 충족하지 못한 기업들에 실망 매물이 쏟아진 것이다.
달바글로벌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6% 증가한 292억원을 기록했지만, 시장 기대에는 못 미쳤다. LG생활건강은 163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했고, 한국콜마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예상치를 밑돌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분기 화장품 업종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좋았던 만큼 실적 기대치도 높았는데, 일부 기업들이 이를 채우지 못해 공매도의 타깃이 됐다”고 설명했다.
역직구 시장에도 악재… 美 소액 면세제도 폐지
공매도 이슈에 더해 역직구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이 이달부터 800달러 이하 수입품에 부과하던 면세 혜택(de minimis) 을 폐지하며, 국내 K-뷰티·푸드 기업의 미국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31일 ‘모든 국가에 대한 면세 혜택 중단’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시행된 조치다. 한국도 이에 따라 미국과 15% 상호 관세율에 합의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해외직접판매액은 3448억 원으로 5년 전보다 약 76% 증가했지만, 이번 제도 개편으로 소액 수출 중심 사업자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올해 5월, 미국이 중국산 소액 면세 혜택을 폐지한 이후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와 쉬인의 미국 내 일일 사용자 수(DAU)는 각각 52%, 25% 급감했다는 시장조사도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CJ올리브영의 ’글로벌몰‘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70% 급증했으며, 이 중 40% 이상이 미국 시장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면세 혜택 폐지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K-뷰티의 분기점… 가격 경쟁력 흔들릴까
업계는 미국 현지에서 ▲가격 인상 ▲판매 감소 ▲물류비용 상승 등 복합적 부담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가성비를 앞세운 K-뷰티 브랜드는 가격 상승 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부에선 K-뷰티는 품질이 우수하고, 경쟁국과 관세 조건이 동일한 만큼 가격 외 경쟁력도 충분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낮은 마진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던 브랜드들은 15% 고정비 부담이 생기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세율이 당초 25%에서 15%로 낮아지면서 최악은 피했으나, 가격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웠던 인디 브랜드의 경우 고정비 부담이 늘면서 수익성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