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ATM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 ATM 모습 /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관련법 제정을 앞두고 발행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 핀테크(금융기술)·빅테크(대형 IT 기업) 아니라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해외업체와 협력을 분주히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실거래 기술 검증도 추진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모두 다음 주 방한 예정인 히스 타버트 서클(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사장과 면담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은 서클 측으로부터 회동을 제안받았지만 서클 측의 NDA(비밀유지협약) 요구에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서클과의 면담에 개별 은행 뿐 아니라 복수 은행이 함께 만나거나 각 은행의 모기업인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가 동석할 가능성도 나온다.

국내 은행권과 서클은 주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국내 유통과 송금 등 국제 거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의 부문에서 공조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 관련 국내외 규제가 급변하는 만큼 환경 변화를 주제로 의견을 공유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KB금융, 스테이블코인 상설조직 설치…신한, 땡겨요 스테이블코인 결제 검토

국내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등 스테이블코인 준비 작업에 나선 은행도 나온다.

최근 국내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관련 논의가 다소 주춤한 상태지만 예상보다 빨리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허용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은행 외 빅테크·핀테크 기업에 발행 자격이 주어질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KB금융은 경우 지난 6월 20일부터 그룹 차원에서 '가상자산 대응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협의체는 은행 DT(디지털전환)추진부가 주관하고 손해보험·카드·증권·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해 ▲ 가상자산 영역별 사업 실행 전략 수립 ▲ 정책 변화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 마련 ▲ 외부 파트너사와 협업 검토 등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협업체 안에 '스테이블코인 분과'가 상설 조직으로 편성됐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정책 당국의 제도 추진 가속화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이 함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을 개별 은행이 따로 발행하기보다 은행연합회를 통해 은행권이 함께 발행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 논의에 참여해 최대한 협력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공동 발행 준비를 강조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와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지급결제 시스템의 기술 검증도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될 경우 자사 배달앱 '땡겨요'에서 이를 결제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스테이블 코인의 법제화 이후 진행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소상공인 지원 등 특정 사용처에만 결제할 수 있도록 미리 프로그램하는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방안도 연구할 계획이다.

하나금융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앞서 제도·사업·인프라 등을 검토·분석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앞으로 국가 간 지급결제, 해외송금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에 대비해 ▲ 국내외 스테이블코인 규제·정책 모니터링 ▲ 핵심 인프라·기술 요건 분석 ▲ 스테이블코인 활용 방안 연구 ▲ 국내외 파트너십 구축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룹 관계사 유관 부서로 구성된 워킹그룹을 통해 커스터디(디지털자산 관리·보관)와 토큰증권·스테이블코인 등을 주로 연구하고, 지난해 글로벌 커스터디 기업과 합작설립한 '비트고코리아'의 수탁업 인허가도 준비 중이다.

우리은행도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 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자산 팀'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앞서 20건의 상표권을 출원하고, 은행권 공동 협의체인 '오픈블록체인·DID 협회'에도 참여해 공동 발행·유통, 기술 검증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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