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문기수 기자]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으로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FSC(Full Service Carrier)가 된 대한항공이 거듭된 서비스질 저하 우려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요주의 기업'으로 지목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일부 항공기 좌석 배열을 더 좁게 변경한 부분과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조건으로 내세웠던 '2019년 대비 공급 좌석수 90% 이상 유지'의무 위반 등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병기 신임 공정위 위원장 후보 역시 대한항공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가지 논란을 인식하고, 취임하게 되면 여러 이슈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주 후보자는 이날 국회 정무위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서면 답변을 통해 “최근 대한항공이 이코노미석 넓이를 1인치씩 축소한 항공기를 일부 노선에 투입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많은 문제 제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위원장으로 취임하면) 좌석 축소 문제뿐 아니라 소비자 후생 감소 우려가 제기되는 여러 이슈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주 후보자가 언급한 이코노미석 넓이 1인치 축소 이슈는 대한항공이 보유한 여객기 138대 중 B777-300ER 기종 11대에 이달부터 새로운 좌석 종류인 프리미엄석을 도입한다고 발표하면서 논란거리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일등석-비즈니스석-이코노미석으로 구성됐던 좌석을 비즈니스석-프리미엄석-이코노미석으로 변경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문제는 프리미엄석이 이코노미석 보다 1.5배 넓고 운임도 약 10% 비싸다는 점이었다. 가격대가 비싼 프리미엄석을 도입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가인 기존 이코노미석 크기를 1인치씩 줄이기로 한 점이 고객불만으로 이어지면서 공정위가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대한항공 측은 "현재 주요 25개 글로벌 항공사 중 18개사가 보잉777-300ER 기종에 이코노미석 3-4-3 배열을 택했다”며 "개편 후 새 좌석의 시트 두께가 얇아져 체감 공간은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코노미석은 좁아졌는데 가격은 왜 내려가지 않느냐"는 등 소비자 불만이 더욱 들끓게 됐다. 더군다나 국내 항공업계 1위인 대한항공이 기존보다 1인치 좁은 이코노미석을 도입하게 되면 다른 저비용 항공사들 마저 이를 모방해 더 좁은 이코노미석을 늘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공정위는 대한항공측이 일부 항공기 좌석배열을 변경하는 것이 시정조치 불이행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낸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결합 당시 공정위가 내건 시정조치에는 인천-로스앤젤레스(LA) 등 40개 조치 노선의 경우 기내 좌석 간격 등의 서비스의 불리한 변경 금지 의무가 포함됐는데, 대한항공이 기존보다 1인치 좁히고 이코노미석을 더 많이 넣은 3-4-3 배열을 일부 항공기에 도입한 것은 이같은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볼수 있다는 취지였다.
공정위는 지난해 연말 대한항공에 대해 기내 간격 등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상품 및 서비스의 주요한 내용을 불리하게 변경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시정조치를 의결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이같은 시정조치를 불이행했다는 의혹에 휘말리면서 공정위의 현장조사까지 받게 된 것이다.
공정위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에 조사관을 보내 '2019년 대비 공급 좌석수 90% 이상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의혹에 대해 현장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현장 조사를 통해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조건의로 부과된 2019년 대비 공급 좌석수 90% 이상 유지 의무를 지켰는지 면밀히 체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아시아나가 실제로 일부 국제 국내 노선에서 좌석 공급을 줄였는지, 축소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이미 8월에 운임 인상 한도 위반이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121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고 검찰 고발까지 당한 상태다.
공정위는 아시아나가 국제선과 국내선 일부 노선에서 평균 운임을 기준 보다 최대 28% 인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를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대한항공이 FSC 독점 항공사가 되면서 고객들을 상대로 서비를 축소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향후 공정위 조사와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일부 논란거리들이 어떻게 가닥이 잡혀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