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B777-300ER./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B777-300ER./사진=대한항공

[인더스트리뉴스 문기수 기자] 대한항공이 고객들의 반발에 이코노미 좌석 너비를 줄이는 개조는 중단 시켰지만, 프레스티지-프리미엄-이코노미 등 3종류의 새로운 좌석 체계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체환경 현대화 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대한항공은 8일 "이미 개조된 3-4-3 배열의 이코노미석을 가진 '보잉 777-300ER' 1대를 제외한 나머지 777-300ER 10대는 이코노미 좌석 배열을 그대로 유지한 채 프리미엄 좌석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한항공은 전날 '닭장 좌석'이라 불리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코노미 좌석 3-4-3(좌우측 3석, 중앙 4석) 배열 도입 계획을 전면 포기했다고 발표했다. 

대한항공이 이코노미석 너비를 기존보다 좁히고 더 많은 이코노미 좌석을 설치하려던 계획을 포기한 까닭은 소비자들의 불만과 주병기 신임 공정거래위원회장 후보의 경고성 발언에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주병기 공정위원장 후보는 "최근 대한항공이 이코노미석 너비를 1인치씩 축소한 항공기를 일부 노선에 투입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많은 문제 제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위원장으로 취임하면) 좌석 축소 문제뿐 아니라 소비자 후생 감소 우려가 제기되는 여러 이슈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대한항공은 이코노미 좌석 배열을 유지하는 만큼 777-300ER에서 이코노미석이 간격이나 크기가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좌석배열을 좁게 하고, 더 많은 이코노미 좌석을 설치하는 개조는 중단됐지만, 대한항공이 당초 계획했던 새로운 좌석체계 도입을 포함한 기체환경 현대화 사업은 그대로 이어진다. 

대한항공이 3000억원을 투자해 진행하는 기체환경 현대화 사업의 핵심은 새로운 좌석체계 도입이다. 

이미 개조된 1대를 포함한 총 11대의 777-300ER의 좌석체계는 기존 일등석-프레스티지-이코노미에서 벗어나 프레스티지-프리미엄-이코노미라는 새로운 좌석 체계로 바뀌게 된다.

수요가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일등석을 폐지하는 대신, 그 자리에 프레스티지와 프리미엄을 도입해 고객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새로운 좌석 체계 도입의 핵심이다. 

개조가 완료되는 777-300ER의 좌석은 앞으로 프레스티지 40석, 프리미엄 40석, 이코노미석 최대 227석~최소 211석 수준으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코노미 배열을 변경한다는 계획이 바뀐만큼 구체적인 좌석수는 일부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새롭게 도입하는 프리미엄 좌석은 여러 장점이 있다. 이코노미 좌석보다 (정상운임 기준) 10% 가량 비싸지만, 1.5배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프레스티지 좌석에서 누릴 수 있었던 일부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2025년9월8일 대한항공 홈페이지를 통해 9월17일 싱가포르행 비행기의 프리미엄 좌석 티켓과 이코노미 좌석 티켓가격을 비교한 화면./이미지=대한항공 홈페이지 캡쳐 
2025년9월8일 대한항공 홈페이지를 통해 9월17일 싱가포르행 비행기의 프리미엄 좌석 티켓과 이코노미 좌석 티켓가격을 비교한 화면./이미지=대한항공 홈페이지 캡쳐 

대한항공의 설명과 달리 체감 가격은 10%보다는 훨씬 비싼 수준이다. 9월17일 기준 프리미엄 좌석 티켓 가격은 최소 60만6400원(프리미엄 스탠다드)에서 105만6400원(프리미엄 플렉스)이다.

같은날 이코노미(일반석) 좌석 티켓 가격은 최소 33만400원(일반석 세이버)에서 최대 67만8400원(일반석 플렉스)이다. 

최저가 기준 프리미엄 좌석 티켓 가격은 이코노미 좌석 티켓 가격 대비 83% 비싸다.

최고가 기준 프리미엄은 좌석 티켓 가격은 이코노미 좌석 티켓 가격 대비 55.7% 비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기 티켓 가격은 예약률, 예약시기, 환불과 변경 조건, 위탁수하물 포함 여부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가격이 변경된다"면서 "이 때문에 정확하게 가격 비교를 하는 것은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토교통부에 신고한 운임 가운데 환불과 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의 티켓 가격을 '정상운임'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넓은 공간은 프리미엄 좌석의 가장 큰 강점이다. 

좌석 간격은 39~41인치(약 1m)로 해외 주요 항공사들이 운용하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간격보다 여유롭다. 좌석 너비는 19.5인치(약 50cm)로 다른 항공사 프리미엄 이코노미와 비슷한 수준이다. 거기에 기내식도 프레스티지석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메뉴들을 한상차림으로 제공한다. 

프리미엄 승객들은 탑승 수속과 수하물 위탁에서도 이코노미석 승객들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수하물의 경우 프레스티지석 승객들과 동일하게 우선 처리된다. 탑승도 이코노미 승객보다 훨씬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
 
대한항공이 프리미엄 좌석 도입이라는 새로운 시도에 나서는 이유는 경쟁 항공사들이 기존 이코노미보다 더 넓은 공간과 개선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속속 도입하며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는 상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관측된다. 

2021년부터 시작된 에어프레미아의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대한항공의 이코노미 좌석보다 4인치 (10.16cm) 넓은 38인치의 좌석 간격과, 1.5인치(3.81cm) 더 넓은 19.5인치의 좌석 너비를 자랑한다. 

이같은 장점 때문에 일부 고객들은 "굳이 대한항공의 이코노미 티켓을 구매하기 보다는 에어프레미아의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구입하는 편이 더 쾌적하다"는 호평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좌석 체계가 도입되는 777-300ER 11대가 투입될 노선도 주목받고 있다. 

이미 개조된 777-300ER 1대는 9월17일부터 싱가포르 노선에 투입된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개조된 777-300ER이 처음으로 투입되는 노선이 인천공항에서 5시간 정도 소요되는 싱가포르 노선인 점을 근거로, 앞으로 다른 777-300ER 역시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위주의 중단거리 노선에 투입될 것이라는 예상이 그것이다.

동남아 노선의 경우 일등석 수요가 많이 떨어지는 노선이기 때문에 일등석을 폐지하고 프리미엄을 도입하는 새로운 좌석체계를 시험하기에 적합하다는 의견도 이같은 추측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777-300ER은 미주노선에도 사용 가능한 기체이기 때문에 중단거리 노선 위주로 투입될 것이라는 추측은 맞지 않다"면서 "현재 단계에서 나머지 기체들이 어느 항로에 투입될지는 밝힐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저작권자 © 인더스트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